다른 사람들, 가령 영이 맑은 사람들은 흔히들 자기가 떠날때를 자각 한다고 한다. 그래서 미리 준비를 하기도 하고, 혹은 마무리를 하기도 하고,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다. 어쩌면 영원이 살것처럼 죽엄은 멀리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하루하루가 버겁지않고, 늘 즐겁거나 기쁜일이 많았다면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어떤 친구는 지금이 자신의 인생중 제일 좋다는 고백을 했다. 날마다 수영에 노래교실에 꽃꽂이도 배우고 일본어도 공부한단다. 집에서는 화초와 물고기를 기르고 있다. 나는 한때, 일시적이나마 그 친구를 부려워 했기도 했다. 정부지원금으로 살고있음에도 마음껏 누리고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수영장엘 가본적도 없다. 노래교실은 커녕 노래방에도 가본적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뭐랄까 내가 꿈속에서도 그리워 해본적이 없는 일상을 사는 친구가 부려웠다면 내가 그만끔 더 각박해선가 싶다. 죽기전에, 아니, 살아있는 동안에 꼭 해보고 싶은게 뭐가 있을까. 가보고 싶은 곳은 없을까. 먹어보고 싶은 음식은? 입고싶은 옷은? 다 놓아버렸다는 말로 답이 될까. 부산에 살았지만 부산 한바퀴를 돌아보지 못했다. 바다구경도 못했다. 딱한번 바닷가에 나가보았을 뿐이다. 경주가 얼마나 가까히 있었음에도, 혼자서는 왜 용기를 내어 가보지 못했을까. 나는, 어쩌면 진즉에 나를 버렸던 것 아닐까. 그러고서 끝내 찾아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서울사람으로 산게 50년도 더 된다. 그럼에도 내가 살고있는 동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를 붙잡고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하철은 공짜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방안에 처밖혀서 소설이나 읽고있다. 어쩌면 또다른 형태의 은둔자 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내려놓은게 아니라 그냥 놔버린 것이다. 여행도 좋아보이고, 사진은 더 좋아보인다. 끝없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낫선사람, 낫선음식, 낫선 풍광에 어떤 그리움 같은것도 갖어본다. 거기까지다. 이제, 곧, 아주 먼길을 떠날탠데, 내가 앞장서지 않아도 곧 길을 나서야할탠데,,, 이게 내 속에 준비되어 있는 답인듯 싶다. 정말 나는 한점 아쉬움도 없는 것일까. 당연히 그건 아니다. 한번뿐인 인생인데 어찌 후회와 미련이 없겠는가. 더구나 소극적으로 뭐하나 재데로 해낸게 없는 무명의 인생인데. 유명이 되고 싶었을까. 역사교과서에 실리기라도 원한것은 아니었을까?ㅎㅎㅎ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본다면? 이건 절대 사양이다. 아마도 몇번을 다시 시도해본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이고 격어야하는 고난은 더욱 가중될태니까 인생으로서의 경험은 한번으로 충분하다. 나는 부평초가 정확히 어떤 식물인지 모른다. 그냥 뿌리없이 떠도는 식물정도로 인식하고 있을뿐이다. 그럼에도 내 인생이 그런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떠밀리고 떠밀려 왔다는 생각에서다. 아니, 의지 같은게 있기나 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나는 무위도식하고 있다. 하루종일 빈둥대고 먹고 자고를 반복한다. 소설책을 읽는게 무슨 대단한 공부에 전념하는 사람이라도 된듯 하다. 책을 돈주고 살 깜량도 안된다. 그래서 책과 멀어젔던 시절도 있었다. 이런 내 인생이 불쌍했던 것인지 병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도서관을 만나게 되었다. 그게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는 ,,, 그리고 지금은 아예 책속에 빠저서 살고있다. 커다란 도서관이 몽땅 내 서제라고 한다면 이것 또한 정신병자인가. 성경도 저만끔 밀처지고 산책은 아예 끊었다. 어려서 이런 일상을 꿈꾼적은 있는지 기억하고 있지는 않지만, 확실한것은 너무 남루하고 초라하다는 고백이다. 한오라기 무명실 같은 내 인생이 이제 끝나려한다.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으니 잘 산것 아닌가. 자식들에게 좋은것을 주지도 못했고, 대학에도 못보냈다. 평생을 아끼고 아끼며 살았지만 이것밖에는 되지 못했기에 민망하고 부끄럽지만 내깜량이 이것밖에는 안된걸 어쩌랴. 이제 쿨하게 작별인사를 나누며 갈수있으면 좋겠다. 내가 나일때 말이다. 더 있으면 내가 나인지 누가 알겠는가. 두발로 걷고 숨을 쉬며 먹고 마시는 내가 나인것이데, 주님, 그리 부탁드립니다. 은총을 내려주십시요. 마즈막 소망인데 반듯이 들어주시길 바람니다.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