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이가!
이계양( ‘품자주자 시민들’ 공동대표, 전 광주 YMCA 이사장)
“우한 교민 환영”
중국에서 비롯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지난 31일 우한시에서 정부 전세기편으로 긴급 귀국한 우리 교민을 환영하는 아산과 진천 주민들의 따뜻한 목소리가 현수막에 걸려 있다.
애초 정부가 우한 교민을 아산·진천 지역에 수용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주민들이 거칠게 반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곧이어 뜻있는 사람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한 교민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 인증샷을 올려 ‘우리가 아산이다(#We_are_Asan)’ 운동을 시작했다. 이내 지역주민들도 불안감을 가진 채 정부의 조처를 믿고 같은 공동체 일원으로서 공포 속에서 떨었을 우한 교민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게 되었다. 이 모습에 우한 교민들과 전 국민들은 눈물나게 고마워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우리는 늘 하나다. 위기 때는 더욱 하나였다. 우리는 늘 위대한 국민이다”며 하나인 우리의 위대함을 강조하며 환호하고 있다.
평소 우리 국민들은 남의 나라에 큰 재앙이 생겨도 격려하고 후원해 왔다. 하물며 우리 교민들의 어려움을 눈앞에 두고 ‘우리 동네, 내 동네에 오면 안 돼’라고 거부하는 일은 앞뒤가 맞지 않다. 왜냐면 남에게도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서, 남이라도 그러면 안 되는데, 우리니까 남이 아니니까.
신영복 선생님의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함께 비를 맞지 않는 위로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위로는 위로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위로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기 때문입니다.’(『처음처럼』) 는 말씀이 새롭게 다가온다.
그렇다. 돕는다는 것은 그 어려움과 고통에 함께 젖어드는 일이어야 한다. 정서적으로 공감할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 연대한다는 말이다. ‘함께 비를 맞는다’는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같은 곳을 같은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뜻이리라. 비를 맞으며 바라보는 세상과 우산을 쓰고 바라보는 세상은 분명 다를 것이다. 같이 비를 맞으며 함께 비에 젖는 사람이 ‘우리’가 아닐까.
한때 우리 사회엔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정치적, 정략적, 향락적인 의미로 사용되며 지역감정을 부추긴 적이 있고, 지금도 여러 부문에서 그렇다고 본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하나다’ 즉 공동체라는 말이 부상하고 있다.
전통사회에서 ‘우리마을’은 동제(洞祭)·당산제(堂山祭)·성황제(城隍祭) 등을 중심으로 한 운명공동체였다. 밥을 하늘로 여기고 서로 나누어 먹으며 심지어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 것이 당연한 밥상공동체였다. 대가족’이나 ‘집성촌’ 등 혈연중심의 문화 속에서 윤리, 도덕, 교육을 위한 향약을 만들어 ‘우리’라는 공동체를 이루었다. 향약(鄕約)은 권선징악(勸善懲惡)과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한 주민자치규약이었다. 향약은 ‘지방자치’의 근간이고, 주민자치의 효시라 할 수 있다. 남이 아닌 우리니까, 우리는 하나니까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공동체적 약속이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밥상공동체, 마을공동체, 생명공동체, 운명공동체이다. 구슬 달린 그물코가 사방으로 끝없이 이어져 한 구슬이 다른 모든 구슬을 비추고 그 구슬은 반복적으로 다시 다른 모든 구슬에 거듭 비춰지는 인드라망 공동체가 바로 우리, 인류공동체다. 우리는 결코 남이 아니다. 남일 수가 없다.
원불교의 “언제나 육근은 상부상조하는 것이다. 왼손에 나무토막을 들고 바른 손에 자귀를 들고 그 나무를 깎아 내리다가 잘못하여 손을 상했다고 할 때 손을 다치기가 바쁘게 입에서는 아프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며 약을 갖다 달라는 요청을 하게 되고 약을 가져다주면 바른손은 바로 약을 왼손에 발라주게 된다. 그러나, 왼손이 바른손에 대하여 원망이 없고, 또 입에서는 방송을 해주었다고 손에 대하여 요금을 요청하지도 아니하는데 이것은 모두 하나이기 때문이다”는 일원의 진리는 말 그대로 진리이다.
지금 마을 안에서 함께 비를 맞고 걸으며 서로가 서로를 향해 진정으로 외쳐야 할 말이 있다.
대한민국 안에서, 지구촌의 모든 나라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향해 전심(全心)으로 외쳐야 할 말이 있다.
“우리가 남이가!”
첫댓글 우한 우리 교민들의 입주소식에 우선은 거부감,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했겠지만 탈없이 진행되고 보듬을 수 있어 천만다행입니다. 남도 품을 상황인데, 우리 교민 우리가 더 지겨야하지 않겠어요.
우환교민환영이란 현수막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많이 성숙해졌구나 생각들었습니다.
처음의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교민을 우리가 안아주지않으면 어쩌란말인가
가슴이 답답하고 씁쓸했는데,
역시 대한민국입니다.
아직은 선진국이 못된다하지만 이렇게 한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이 뿌듯합니다.
처음에 진천이 실검에 올라 뭔일인가 했다.
내용을 보니 우한 교민을 진천 공무원연수원에 수용한다는 걸 알고 생각없이 딸에게 '' 너도 4월부터 진천연수원 들어가는데 왜 하필 거기야?''
했다가 영지에게 정말 혼 많이 났다.
''엄마 그분들에게도 대한민국은
조국이에요.
우리가 남이에요?
같은 동포에요.''
딸이지만 너무 맞는말이라 두말도
못하고 창피해 나의 이기심을 사과했다.
사람은 혼자는 못 산다고 더불어 함께 사는거라고 말로는 그렇게 가르쳤는데.. .
그래 우리는 혼자는 살아
갈 수 없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기에
아무리 코로나가 무서워도 서로 배려하며 사람답게
존중하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가 남이가!
언니~ 영지도 동훈이도 정말 볼수록 멋지고 훌륭한 청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