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탈북해서 가장 먹고싶은것이 고작 '랭면'이란다.
부드러운 쇠고기도, 비싼 사시미도 아닌...
그리도 먹고 싶던 냉면 한사발 먹으며 묻지도 않은 가족이야기 하다 눈갓이 붉어지길래 얼른 화재를 바꾼다.
7공주만 낳으시고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떠올랐을까?
스물세살 딸하나 데리고 백두산 근처 양강도 소재지에서 '은행질'하다 중국, 라오스, 태국을 거쳐 남한에 들어온 55세 탈북녀와 한천냉면집에서 나눈 대화 한조각이다.
지난 8월 31일 윈도우 브러시가 빗물을 열심히 밀어내는 성당 승합차에 가득계신 분다, 글라라, 마리아, 스텔라 자매님등과 월곡동 성당에서 하나원 교육생 가정체험 봉사자 교육을 받고 밤늦은 시간에 돌아올 때 만해도 이렇게 가슴이 아플줄 몰랐었다.
"분다 자매니문 성당에 도착하시믄 고죠 막꿀리 한잔 잡수시긋슴까?" 와하하, 깔깔깔...
"일업슴다. 형제님이나 고죠 마니 드사라요!" 와 르르 까르르...
즐겁게 농담하며 돌아오는길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에서 오셨다는 아주 쾌활하신 두분 수녀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통일후 민족화해의 도구로 써주시라, 북한에서 태어난 예수님이 오심으로 생각하라고 하셨던...
북에서 오신 귀한 손님들이 3개월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전반에걸쳐 적응교육 후 첫 남한 나들이 경험하는것 이란다.
9월 9일 12시에 평생교육원에 도착한 동포들을 입구에서 부터 박수로 환영하며 짝궁을 정한 후 점심을 먹고 각자 해어져 쇼핑 체험을 갔다.
지하철 타는 요령, 금남지하상가에서 예쁜옷 골라입고 충장로 구경, 함경도에서 먹었던'국물이 있는 냉면'이니 이건 필시 함흥냉면일것이라 짐작하고 도청 근처 유명한 함흥냉면집을 갔더니, 아뿔싸 문을 닫았다.
도심의 공동화...황량한 번화가... 이건 오랬만에 거닐어본 충장로의 이면이었다.
어쩔수 없이 풍암동의 냉면집으로 와서 시원한 '물냉' 한그릇을 달게 먹고 집으로 왔다.
90세 어머니와 두 아들이 함께 다섯 식구가 생활한다는 설명에 예절바르고 조신히게 행동한다.
아들방을 비워 주겠다하자 극구 사양한다.
"일업슴다. 요기가 편함다"를 연발하며 어머니 방을 함께 쓰겠다한다.
거실로 나와 과일먹자 청하여도 포도 한송이만 가지고 들어가며 어머니와 함께먹겠다고 금새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는 어머니와 한참을 도란거린다.
"참 곱슴다... 건강하심다...깨끗하심다를 입에달고서...
아침에 일어나 고깃국을 마다하니 된장국 끓이자며 잠이들었는데, 새벽녁에 눈이 떠지더니 잠이오질 않는다.
도강증(여권)을 끊어서 압록강 건넌것이 가족과 마지막이었다고, '뿌로카'만나 연변에서 칭따오를 거쳐 임시정부가 있었던 충칭에서 이틀간 굶주리며 버스로 중국 국경에 도착하여 체포될까 가슴조리며 뇌물을 주고서 목숨걸고 국경선 넘어 라오스로 들어가 말로만 들었던 3개국에 걸쳐 흐르는 악어떼가 살더라는 메콩강을 쪽배를 타고 건너 태국 영사관의 도움으로 오늘에 이르렀다는 장동건 나오는 스팩터클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기가 탁탁 막히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이 글을 쓴다.
지금도 머릿속에는 계속 물음표가 지워지질 않는다.
"왜?" "왜?" "왜?"
모든것을 버리고 우리집에 와서 잠자고 있을까?
잘 모르겠다...
평생교육원에서 짝지어진 직후 몇분의 자매님들과 10억 분의 1의 확률로 만난 소중한 인연이라고 표현했던 말이 떠오른다.
밖에는 동이 막 터오르는 이른 아침에 간절히 기도 드린다.
지금 어머니 방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저분과, 같이 오신 세상에 딱 하나있는 딸과, 백두산 근처에서 지금도 살고있을 저분의 어머니가 낳으신 6명의 자매들께도 제발 주님께서 "자유"와 "평화"를 주시라고.
꼭!!!
첫댓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사람이 사는 모습이 보인듯 합니다 보고싶은 정들을 멀리보내고 넘어온 맘은 얼마나 저려서 내리 앉을까요2006년도엔가 새터민가족을 금호동 집에 뫼신 적이있엇습니다. 이러한 애절한 사연들은 언제나 끝이 나야 할까요
가슴이 먹먹하네요...느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저도 신청하려했는데 도무지 직장에 시간을 뺄수 없는 형편이라 아쉽게 접었지요...그 분들께 더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에고...
빨리 통일이 되야 쓰겄네요.
넘 감동적인디요......
짧은 글이나마 읽고나니 새터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듯 합니다.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서 가족 상봉하기를 기도 합니다.
일요일에 어머니방 세면장 바닥에 반짝이는 것이있어 주웠더니,
큐빅이 박힌 주인없는 귀걸이 한짝.....
아이구, 어찌할꼬?
가슴만 짠하고...
평생교육원에서 헤어지기 직전에 귀걸이 한짝을 찿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