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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에게 패배하는 한국의 페미니즘
민주당이 ‘개딸’들의 등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딸이란 개와 딸이 합쳐진 합성어.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천방지축인 딸을 애칭으로 일컬어 “개같은 성격의 딸”을 줄여 ‘개딸’이라고 한 것이 유래다.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2030대 여성들이 ‘개혁의 딸’이라는 이름으로 재발굴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이 개딸이 극렬적인 정치 팬덤현상을 보이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을 비롯, 폭력에 가까운 사회적 테러를 서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재명을 ‘아빠’라고 부르며 이재명을 지지하는 송영길 전 대표를 ‘영길 삼촌’이라 부른다.
정치적 팬덤은 이제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설훈 의원은 최근 “소위 말하는 ‘개딸’(개혁의딸)들,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의 등쌀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쉽게 얘기하기를 꺼리는데, 이런 현상을 타파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개딸 현상이 2030여성들의 페미니즘과 관련이 있느냐는 것이다. 진보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여성운동가 출신 작가 오세라비는 “교집합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개딸 현상은 페미니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페미니즘을 업고 민주당에 스타로 등장했던 박지현 전 공동 비상대책위원장과 개딸들 간에 벌어지는 갈등의 핵심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청년 여성의 정치적 진영에서 일어나는 파시즘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페미니즘이 자신들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실망과 좌절이 2030 청년 남성에게 경도되는 국민의힘에 분노해 반발하는 결집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진보 페미니즘이 진보적 2030 여성들에게 마저 실패하고 있다는 시그널인 것이다.
페미니즘과 개딸의 교집합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혜성같이 등장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고전을 하는 가운데 이준석 당대표와 불화를 정리하고 ‘여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자 이재명 민주당 캠프는 ‘N번방 불꽃 추적단’ 단장이었던 젊은 페미니스트 27세 박지현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지현을 이재명에게 소개한 이는 교차 페미니즘의 리더인 권인숙 의원이었다.
대한민국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의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겸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으로 합류한 박지현은 더불어민주당 및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2030 여성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젠더 친화적 행보에 힘을 더할 것”이라 했다.
국민의힘 및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는 “인터넷 검열감시법 시행 사태 주장은 많은 여성들에게 좌절감을 준다”,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은 갈등과 분열을 일으켜 특정 표심을 자극하는 정치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2030 페미니즘 진영이 이재명 후보와 손잡는 양상이었다. 이러한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실제로 지난 대선에서 2030 여성 표심은 응답자 특성상 각종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아왔다.
이 점을 가장 정확하게 본 이는 유시민 전 의원이었는데, 그는 대선 직전, 한 방송사의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여론조사가 놓치고 있는 2030 여성 표심이 득표율과 상당한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유시민 전 의원의 관측은 적중했다. 20대 여성 58.0%가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 윤석열 후보는 33.8%. 30대 여성도 윤석열 후보(43.8%)보다 이재명 후보(49.7%)를 더 지지했다.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이 사전여론조사보다 떨어지면서 박빙의 결과가 빚어진 결정적 배경이다.
박지현은 권인숙 의원의 지론인 ‘86운동권 남성 정치인들의 퇴장’을 줄곧 주장했다. 결정적인 사건은 ‘짤짤이’론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최강욱 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였다. 이 문제에 대해 여의도 관측통들은 정의당을 지지했던 페미니즘 진영이 박지현을 매개로 민주당을 장악하는 시나리오에 들어갔다고 전망했다.
특히 교차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여성의당 출신들과 10만 여성 당원들이 민주당에 본격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박지현은 진보 진영과 민주당이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개혁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는 것. 그런데 이러한 모멘텀이 개딸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이다.
여의도 관측통들과 정치평론가들은 이러한 민주당의 개딸 현상이 다름 아닌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2030 청년 남성들을 집결시키기 위해 젠더 갈라치기 전략에 대한 반동 현상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개딸 현상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은 대선 다음날 팬카페를 열자마자 몰려들었다. 한 달만에 회원 17만 명을 넘기더니 민주당 입당 러시를 이뤘다. 1주일 만에 11만 명의 당원이 늘었는데 서울시당의 경우 온라인 입당의 80%가 여성이었다.
이들은 이재명 후보를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속칭 좌표를 찍고 문자폭탄을 날리다가 이재명 후보가 ‘자제’를 호소하자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보내는 방식으로 행동을 바꾸는 전략적인 태도마저 보였다.
문제는 박지현에 대한 페미니즘 진영의 지지가 이재명 팬덤인 개딸들과 충돌하면서 박지현의 정치적 몰락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진보 페미니즘 진영이 정의당에서 실패하고 이어서 대안적으로 민주당 원정에도 실패하고 있다는 관측을 불러온다.
페미니즘은 왜 개딸에 패배하고 있나
박지현의 586 운동권 남성 정치인들의 퇴장 요청은 분명히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가 맞다. 아울러 이러한 주장은 조국 사태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던 많은 중도 시민들과 보수, 그리고 합리적 진보의 공감을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페미니스트 박지현의 주장은 민주당을 관통하지 못할까. 여기에는 한국의 진보 페미니즘이 과거 호주제 폐지와 같은 양성평등을 모토로 한 여성운동의 시민적 보편성과 건강성을 잃었던 원인 외에는 달리 설명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
다시 말해 페미니즘은 자신의 모태였던 여성의 참정권, 소유권과 같은 자유주의로서 보편성의 소구력을 잃었다는 의미다. 그러한 점에서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에 대한 출발선과 분기, 그리고 일탈을 회고해 보는 것은 이 모든 것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페미니즘이란 성별에 근거한 차별을 없애고 여성의 권리와 평등 실현을 목표로 하는 사상이나 운동이다. 페미니즘의 기원은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보통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1960년대부터 1980년대에 서구 유럽과 북미 대륙에 등장한 급진 페미니스트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주장들을 일컫는다.
이 시기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 남성 지배적 사회 속에서 성차별과 불평등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에 의하면 여성이 불행한 이유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 구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게 된 근본적인 요인은 ‘생물학적인 차이’ 때문이고, 그 차이는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 냈으며, 이로 인해 여성이 억압당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되었다는 것이다.
3·8 여성의 날은 1909년 2월 28일 미국 작업장 화재로 숨진 여성 노동자를 추모하는 시위로 시작되었다. 이 시위를 계기로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여성의 생존권과 참정권 보장을 위한 시위 및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다 1917년 3월 8일 러시아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을 계기로 세계 여성의 날이 3월 8일로 바뀌게 되었다. 1975년 유엔이 ‘여성의 날’을 공식 지정한 이후로 세계 많은 나라들이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으며 한국에서는 2018년 ‘양성평등기본법’ 개정과 함께 ‘여성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다.
이처럼 서구유럽과 미국에서 여성들이 참정권을 획득한 지 100년 남짓 지났다. 우리나라도 수많은 위기를 넘어 눈부시게 성장해 온 위대한 발자취에는 여성과 가정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 헌신적인 노력 끝에 여성의 권리가 향상되었고 남녀평등이 상당 수준 실현되었다.
여성들은 남성들과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누리게 되었으며 여성이 경제, 정치권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사회적 지위가 크게 향상되는 등 여성은 상당한 권리와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요즘 여성운동은 초기 ‘여성의 날’의 정신이 변질되어 개인의 존엄한 보편적 인권을 추구하며 남성과 여성을 동반자 관계로 인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대립과 분열로 이끌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이익이 충돌하고 양립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남성과 여성을 편 가르고 건전한 남녀관계와 가정을 무너뜨리는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들이 외치는 비혼, 비출산, 낙태가 진정 그들이 추구하는 여성의 권익 신장과 남녀평등에 대한 해결책이냐는 비판에 페미니스트들은 귀를 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페미니즘의 성정체성의 정치가 파시즘에 가까운 개딸들의 ‘내 멋대로’에 적수가 되지 못하는 상황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바이마르 공화국의 독일에서 사회주의자들이 나치 파시즘에 무기력했던 점을 기억한다면 쉽게 이해된다.
집단주의와 집단주의 대결이라면 결국 더 괴랄한 성격의 집단주의 파쇼 진영이 승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페미니즘 진영이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와 결합해서 스스로의 정치경제적 이념의 주류성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자기 모순에 결박하는 상황은 중도적 시민들 뿐만 아니라 2030 여성들에게도 실망을 주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대부분 자신의 미래를 위해 교육과 직업 선택에 열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은 20대 여성들이 동년의 남성들 못지않게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고 합리적인 사회적 규범을 지지한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럼에도 한국의 진보 페미니즘은 여전히 사회 경제적 토대면에서는 마르크시즘에 포획되어 있는 상황임은 부정할 수 없다. 사회주의는 여성을 형식적으로 남성과 동등하게 대했지만 어떤 사회주의 나라에서도 여성의 정치, 경제적 위상은 남성과 동등하지 못했다.
옛 소련이 그랬고 중공이 그랬으며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자본의 가치를 부정하고 노동가치를 본원적 요소로 삼는 사회주의 경제가 노동집약적 산업을 넘어 성장하기 어렵고 당연히 그러한 사회주의 방식의 경제에서는 노동생산성이 높은 남성이 모든 생산 영역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의 여권이 크게 신장된 원인에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확대가 있었다는 엄연한 사실에 눈감고 있는 것이다.
출처 : 미래한국 Weekly(http://www.futurekorea.co.kr)
http://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595
“페미니즘과 개딸의 위선… 새로운 여성운동 일어나야”
‘오세라비’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이영희 작가는 진보 여성운동가 출신이다. 이 작가는 진보의 페미니즘을 허위의식으로 규정한다.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은 같이 갈 수 없다는 것. 당연히 이재명 의원에게 매달리는 정치적 기회주의 ‘개딸’은 페미니즘의 병리적 현상일 수 밖에 없다. 개인의 자유와 가족의 가치를 회복하는 풀뿌리 보수 여성운동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작가 오세라비를 <미래한국>이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세라비 작가
- 요즘 근황은 어떻습니까?
얼마 전까지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해서 활동을 주력해왔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여가부 폐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통령 공약과 달리) 장관 임명해서 잘하고 있는데 없앨 수 있겠습니까? 권성동 의원이 여가부 폐지 관련한 법을 발의했다고 하지만 민주당이 동의할 리도 없고요.
따라서 저는 사실상 폐지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해야 되느냐 고민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여가부 폐지를 첫째 공약으로 걸었는데 이행 못하고 병사 월급 200만 원 인상도 이행 못하고 있습니다. 공약 이행 못하는 게 벌써부터 많습니다.
박순혜 교육부 장관의 경우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 과제 중에 주취 범죄 엄단이라고 못을 박아놓은 게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주 3병을 마신 정도의 심각한 음주운전 경력을 무시하고 임명했습니다. 공약 자체가 파기되는 이런 상황에서 여가부 폐지도 물 건너간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 보수에서 페미니즘 관련 조금 고민스러운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느냐 하는 것인데요, 어떻게 봐야 합니까?
저는 위먼스 무브먼트(Women's Movement)와 페미니즘 무브먼트를 구분합니다. 서구 유럽의 페미니스트들도 이렇게 구분합니다. 페미니스트, 페미니즘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고 대중화된 때가 68혁명 이후 신진 페미니스트들이 등장하면서입니다.
이 용어는 굉장히 미국적인 용어입니다. 반면 프랑스나 독일 등 서구에서는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이런 용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페미니즘이 68혁명 이후 대중화되면서 거의 래디컬 페미니즘적으로 변질한 것으로 봅니다.
여성운동은 1700년대 미국 독립혁명, 프랑스 대혁명 때 같이 시작했습니다. 또 1860년대 이후에 여성 참정권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때 여성운동을 페미니즘이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여성운동은 참정권, 교육의 권리, 노동의 권리 등 법적 권리를 얻기 위한 것으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었고요.
그런데 시몬 드 보부아르가 ‘제2의 성’의 쓰고 베티 프리던(미국의 작가, 사회운동가, 페미니스트)이 ‘여성의 신비’를 쓰면서 이들이 현대 페미니즘의 원조로 등장했던 겁니다.
페미니즘 운동은 사실상 시몬 드 보부아르의 고발로 시작해 베티 프리던으로 넘어오고 68혁명 이후로는 지금의 페미니즘 운동으로 굳어진 것으로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을 구분해서 봅니다.
‘가부장제’는 처음부터 없었다, 마르크스의 허위 의식
- 우리의 경우 여성의 참정권 등 이런 권리 부분은 해방 후 제헌헌법에서 이미 다 주어진 것이고, 별개로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남성 중심의 문화, 가부장적인 문화가 존재해온 것은 사실 아닙니까?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가부장제가 있었다고 자꾸 이야기하는데, 미 서부 개척시대를 한번 돌아봅시다. 그 광활한 대지 무법천지 상황 속에서 남성이 아내와 아이들을 강력히 지키지 않았다면 미국이 건국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이 가부장이었는지 우리가 의심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부장제라는 개념 자체는 페미니스트들이 마르크스 엥겔스 이론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엥겔스는 마르크스가 죽고 난 이후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68혁명 당시 페미니스트들이 가부장제 이론을 그 책에서 추출해 중심 이론으로 쓴 것이고 저는 그 이론에 별로 동의하지 않고 의심해왔습니다.
저는 인류 문명이 가부장제로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녀는 각각 할 일이 있는 서로의 동반자, 파트너 관계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가부장제는 여성이 남성에 종속되어 있고 억압 받는 구조인데, 저는 그게 아니라고 보는 것이죠.
- 그러니까 오 선생님 보시기에 가부장제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라고 보시는 것인가요? 일종의 허위의식이다?
조선시대를 돌아봅시다. 조선시대에 가부장제가 엄격했다고 하지만 가정에서 남성들은 여성들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곳간 열쇠를 누가 갖고 있었나요? 여성이 가정 사회를 다 장악하고 있었지 남성이 무슨 힘이 있었습니까? 우리나라 여성들은 남자의 지배를 받은 때가 거의 없습니다.
- 오 선생님은 그간 여성운동을 해오셨는데, 여성운동의 차원에서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여성운동과 페미니즘 운동을 구분합니다. 페미니즘 운동은 필연적으로 남녀 갈등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페미니즘 운동의 기본적 시각은 ‘남성이 여성을 억압한다, 착취한다’ 이렇게 본다는 것이죠. 반면 여성운동은 남과 여가 동등하게 서로 협력하고 보완적인 관계로 보고 운동합니다.
저는 그런 여성운동을 찬성합니다. 왜냐하면 여성운동을 하려면 남성의 조력이 없으면 안 되고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여성들이 참정권 투쟁할 때 의회에 있는 남성들이 찬성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겠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저는 남성 운동도 찬성합니다. 남성들이 이혼할 때 양육권도 뺏기고 재산도 뺏기는 등 불리한 점이 있다면 남성 운동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이데올로기는 필연적으로 남녀를 갈라치기하고 찢어놓고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이에요. 여성이 일방적으로 피해자, 피억압자 주장하는 순간부터 남녀 갈등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페미니즘 운동은 필요치 않다는 것이죠.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은 다른 개념
- 그렇다면 여성가족부의 경우, 굳이 폐지가 아니라 방향을 다시 설정하거나 정책을 변경해서 갈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요?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만, 지금 여성가족부의 모든 정책이나 법령 특히 양성평등기본법과 같은 법안들을 보면 일방적으로 여성 친화적으로 돼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기초 상위 법령부터 자치단체의 조례 법령까지 거의 여성에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습니다.
이 법령들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여가부에서 예산을 투입해 여성 친화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여성 친화 도시가 왜 필요하느냐 이겁니다.
현재 96개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만든 조례 130건이 현재 발의돼 있습니다. 그러면 그런 식으로 우리나라 전체가 다 여성 친화 도시가 돼야 합니까? 여성 친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양성평등기본법에 나와 있습니다.
여가부에서도 예산을 줍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남성들에게 굉장히 불리한 것이죠. 그렇다면 현재 여가부가 이런 부조리를 다 고칠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저는 굉장히 회의적으로 봅니다.
- 양성평등 차원에서 안 될 것이라고 보시는군요?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여성 친화 도시 등을 위한 예산은 더 투입하지 말자고 예산집행을 홀딩하면 되는데 과연 하겠습니까? 예산은 이미 다 책정돼 있고 내년 집행할 예산까지 계획을 짜고 있을 것 아닙니까?
이번 연말에도 국회에서 예산이 통과해야 하는데, 또 온갖 여성 관련 예산이 들어가겠죠. 그러면 어느 세월에 여가부를 폐지할까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와 토론할 때 이 후보가 페미니즘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더니 윤 대통령이 휴머니즘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니까 심상정 의원이 그 답변이 굉장히 놀랍다고 했죠. 어떻게 보셨습니까?
현재 이재명 의원은 여배우와의 스캔들 사이에서 보인 욕설, 형수에 대한 쌍욕 등 오히려 페미니스트의 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딸(이재명을 지지하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용어로 ‘개혁의 딸’이라는 의미로 사용) 아빠 노릇을 하고 있죠.
이런 상황은 블랙 코미디예요. 철학도 중심도 없이 오직 페미니즘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뿐입니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라고 얘기한 대목은 제가 남녀의 공존을 의미한 것으로 굉장히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 이재명 의원의 ‘개딸’ 정체성은 정확히 무엇입니까? 페미니스트입니까? 아니면 다른 정체성을 가진 것인가요?
페미니즘과 일부 교집합 되어 있다고 보입니다. 원래 이대녀들이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집토끼였잖아요. 또 이대남은 일종의 적대적인 관계였고요. 그러니까 (이들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다 윤석열 후보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여가부 폐지를 공약하니 위기의식이 발동된 것이라고 봅니다.
이들은 이미 2015년 강남역 살인 사건이나 미투 운동, 또 혜화역 시위 등을 거치면서 동력은 만들어진 상태였고 또 페미니즘 세례를 받은 세대로서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낀 것이죠. 그런 상황에서 이재명 의원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에요.
저는 이런 모습이 솔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굉장히 위선적인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그런 전략에 민주당이 속아 넘어가면 안 되는데 어리석게도 속고 있습니다.
‘개딸’은 위선
-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도 페미니스트 아닙니까? 그런데 서로 갈등하는 것도 이해가 잘 안 됩니다.
페미니즘 안에서도 헤게모니 싸움이 굉장합니다. 정치권에 있는 남인순 진선미 김상희 정춘숙 권인숙 등 이런 페미들은 70~80년대부터 운동권에 있으면서 부분 운동으로 여성운동을 하면서 의회 진입을 했습니다.
또 이나영, 윤김지영, 조한혜정 등 학계의 페미 그룹이 있고요, 정의당, 노동당, 구(舊)사회당 구(舊)진보신당, 기본소득당 쪽 페미 그룹이 또 있습니다. 서로 결이 조금씩 다릅니다. 페미니스트 안에서도 LGBTQ(성소수자)를 받아들이자는 쪽과 절대 안 된다는 쪽으로 나뉘는 등 다양합니다.
여성의당의 경우 LGBTQ를 받아들이지 않죠. 페미니즘 운동 그룹도 이렇듯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어 헤게모니 쟁탈전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NL계 페미와 개딸은 연합관계라고 봅니다.
- NL계 페미는 또 어떤 겁니까?
NL(National Liberation-민족해방파) 폐미란 민족해방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2000년대 들어 그 운동을 페미니즘과 결합시킨 것입니다. 그 결정체가 바로 정현백 전 여가부 장관이에요. 정 전 장관이 ‘민족과 페미니즘’이란 책을 써서 민족주의와 페미니즘을 엮어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만들었습니다.
일종의 변종 페미니즘인데, NL페미는 정현백 그쪽 라인이죠. 또 그 안에 인종, 종교, LGBTQ 등 모든 것을 결합해 여성주의화하는 세력도 다분히 있고요, 자기들 안에서도 복잡합니다.
보수 여성주의 운동 필요
- 오 선생님이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관해 짚어주셨는데, 그렇다면 보수나 우파 쪽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응은 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대응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너무 무지합니다. 그 역사적 맥락을 봐도 여성운동 자체가 어쨌든 진보적일 수밖에 없어 사실 보수 여성운동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보수 여성운동이 일어난 기점이 있습니다.
1970년대 초 페미니스트들이 성해방, 성혁명을 부르짖었는데 이게 여성 해방 운동과 연결이 됐습니다. 피임약이 시판되면서 아이를 갖지 않을 권리, 임신하지 않을 권리, 결혼하지 않을 권리 등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1973년 미연방대법원에서 낙태 합법화 판결이 나옵니다. 로 대 웨이드 사건이 있었고요 (※ 로 대 웨이드 사건 : 로 대 웨이드 판결은 1973년 미 연방대법원이 임신 약 24주 뒤에는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보고 그전에는 낙태를 허용한 판결)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나왔을 때 미국 여성 보수 운동이 일어납니다.
그전까지 여성운동은 진보적이었지만 그 판결을 기점으로 복음주의로 무장하고 가톨릭 교리를 근본으로 삼는 보수주의적 여성운동이 태동했습니다. 필리스 슐라필리라는 유명한 반 페미니스트 보수주의 운동가 등이 등장해 가정을 파괴하고 가족과 공동체를 무너트린다며 페미니즘의 위험성을 경고했죠.
1970년대 중반에는 성(性)에 대한 개인의 권리 운동이라는 차원에서 레즈비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이런 것들이 가족 등 전통적 가치를 무너트린다고 운동을 시작한 겁니다.
미국은 그렇게 하여 보수주의 여성운동이 태동해 현재까지 풀뿌리가 튼튼하게 내리고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아무리 극단적 페미니즘, 교차성 페미니스트들이 목소리가 크더라도 공화당을 중심으로 복음주의, 보수주의 근본정신이 살아있어 우리나라처럼 일방적으로 좌파에 끌려가는 여성운동은 아닙니다.
저는 우리나라 보수우파가 미국의 보수주의 운동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직은 다들 너무 모릅니다.
- 그럼 오 선생님은 낙태에 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가요?
여성 입장에서 그 문제는 참 딜레마입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여성들의 낙태권을 뒤집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만, 이미 각 주는 15주(3개월) 안에서 낙태를 허용하고 있었습니다. 정신적, 유전적 질환이나 강간, 근친 간의 임신 등 이런 경우는 낙태가 가능합니다.
15주 이상일 경우는 각 주마다 판단이 다릅니다만, 어쨌든 여성의 자기결정권(마이 바디 마이 초이스)이라는 게 낙태 찬성론자들의 슬로건이고 저도 일정 부분 동의하는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존귀함도 있죠.
낙태라는 것은 어쨌든 한 생명을 없애는 것인데, 여성에게는 참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낙태 경험은 평생 죄책감을 안겨주기도 하고요. 이런 양면성 때문에 저는 중간적인 입장입니다. 낙태는 어떤 경우에서도 절대 안 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죠.
- 출산과 양육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지원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당연히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법령 등에서 지원책이 스웨덴과 같은 성평등 선진국에 못지 않습니다. 요즘은 남성에게도 육아 휴직 1년 주게 돼 있고요.
얼마 전 큰 언론사에 다니는 남성 기자 한 사람을 만났는데, 한동안 보지를 못해서 뭘 했느냐고 하니 6개월 동안 육아 휴직을 냈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 법이나 제도적으로는 이미 잘 정비가 되어 있습니다. 다만 그 제도를 잘 활용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린 것이죠.
- 오 선생님은 과거 진보 운동가로 활동하셨죠. 지금은 변하신 것인가요?
제가 좌파를 떠나왔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선지자인 척하지만 깊게 보면 파시즘적인 면, 전체주의적인 면을 갖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좌파들이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을 보고 박수치는 것을 보면서 그것은 아니다 싶었습니다.
처음부터 반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좌파진영에 계속 머물고 있다는 것이 참 고욕이더군요. 내부에서 계속 비판하다 보니 미움을 더 많이 받게 되었고요. 우파로 와서 느낀 점은 극단적인 우파의 경우 위험해 보인다는 것, 또 좌파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하는데 너무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으십니까?
이제 보수주의 여성운동에 대해 우리가 토론하고 담론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페미니즘 진영은 계속해서 분파를 만들고 있습니다. 에코 페미니즘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비건 페미니즘, 교차성 페미니즘, 다문화주의 페미니즘, 정신분석 페미니즘 등 온갖 것을 만들어 냅니다.
그에 반해 보수 우파의 여성운동은 과연 뭘 하는지를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늘 좌파에 끌려다니거나 똑같은 주장을 합니다. 풀뿌리 보수주의 여성운동이 필요합니다.
개인의 자유, 가족의 자유, 사회의 자유가 무너지고 있는데 보수 여성운동이 이런 자유와 전통의 가치를 중심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을 꼭 당부하고 싶고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보수주의 여성운동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담론 토론을 통해 만들어가야 합니다.
출처 : 미래한국 Weekly(http://www.futurekorea.co.kr)
http://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5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