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CPE) 논란이 불거지자, 학생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정부를 상대로 시위를 벌였다. 이때 학생들이 외친 구호가 인상적이었는데 “우리는 크리넥스(Kleenex)가 아니다”였다.
전 세계에서 1회용 휴지의 대명사가 된 크리넥스 티슈(Kleenex tissue). 자동차에 기름 한번 넣을 때 마다 딸려오는 것이 티슈이고, 성교육 전도사인 구성애씨의 여파로 전국 고교생들의 방마다 딸려 들어간 것이 티슈인 상황. 군대에서 티슈를 썼다니 이해가 가는가? 군대하면 두루마리 휴지이고, 전투복 하의 뒷주머니에 둘둘 만 두루마리 휴지를 휴대하는 것이 규정인 나라에서 정말 ‘생뚱맞은’ 소리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티슈의 개발 목적은 군용이었고, 최초의 사용자들은 ‘군인’이었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이 티슈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악! 구…군의관님 살…살려주세요!”
“악…내 팔! 내팔…제발 저 좀…”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부터 야전병원은 피와 살과의 전쟁이 되었다. 치료를 위한 의약품은 물론이거니와 최소한의 필요장비인 붕대마저 부족한 상황이 연일 계속 되었다. 문제는 이때까지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1917년 4월6일 미국이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면서부터 상황은 변하게 되었다.
“독일 놈들 싸워봤자 얼마나 싸우겠어? 가서 몇번 쥐어패면 알아서 꼬랑지 말겠지…”
참전 초 무기가 없어 영국과 프랑스에 기관총을 빌려서 쓰던 시절 미국은 최악의 물자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아니, 이게 말이 돼? 세계 최고의 공업 생산국에서 물자부족이라니…딴 것도 아니고 붕대가 모자른다고? 이게 말이 되냐? 엉?”
“그게…애들이 이렇게 많이 다칠지 몰라서요…”
“당장 붕대 수배해 와! 안되면 탈지면이라도 끊어 오라니까!”
“저기…영국에 부탁하면…”
“이것들이 누굴 거지로 아나? 야, 이 자식아! 기관총 빌려 쓰는 거도 민망해 죽겠는데, 이제 붕대까지 빌려 쓰자고? 이게 제정신이야?”
그랬다. 참전초 미군은 야전병원에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밀려드는 환자 앞에 붕대의 재고가 바닥이 난 것이다. 군의관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있는 상황. 그렇다고 하늘에서 붕대가 떨어질리는 만무한 상태. 이 소식을 전해들은 본국에서도 속수무책이었다.
“붕대를 만들려면 면(cotton)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면이 부족합니다.”
“세계 최대의 면 생산국에서 면이 부족하다니 그게 말이 돼? 당장 면을 구해오라니까! 우리 병사들이 피를 흘리고 있다잖아!”
“아니, 거시기 지금 연합국 애들도 우리한테 면을 수입해서 가져가는 통에…우리가 그쪽 물량을 빼면, 그쪽애들이 들고 일어날 텐데…”
“허 이거 참…면이 없어서 붕대를 못 만든다니…. 야 이것들아! 지금 밥이 넘어 가냐? 애들 지금 피 흘린다잖아! 어쭈 국방장관 아직 엉덩이 붙이고 있다 이거지? 당장 나가서 붕대 구해오지 못해? 이것들이 빠져가지고…”
면 부족으로 붕대를 못만드는 상황. 시시각각으로 전장에서 전해오는 소식들은 병사들이 붕대가 모자라 피를 흘리고 있다는 소리들…. 미 행정부는 다급해 졌다. 이때 두팔 걷어붙이고 나온 애들이 있었으니, 바로 킴벌리 클라크 社(Kimberly-Clark Corporation)였다.
“면이 없으면, 면 비슷한 걸 만들면 되잖아. 안 그래? 그까이거 대충 오물쪼물 비벼서 뽑아내면 될 거 아냐?”
킴벌리 클라크는 붕대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1차 세계 대전의 특수한 ‘상황’을 경영의 기회로 삼게 되는데…바로 셀루코튼(Cellucotton)의 개발이었다.
“이게 바로 우리 킴벌리 클라크가 개발해 낸 면 대용품 셀루코튼(Cellucotton)입니다! 천연 면 보다 5배나 높은 흡수력! 거기다 가격은 면보다 쌉니다. 재료요? 이거 제지원료(Wood Pulp)로 만드는 거라 재료 떨어질 걱정안해도 됩니다. 셀루코튼 만들 연료가 부족해지면, 종이도 다 쓰는 겁니다. 위생도 걱정 할 필요 없습니다. 면보다 나으면 나았지 떨어지진 않습니다. 거기다가 이거 1회용입니다. 붕대처럼 빨아쓰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낭비냐구요? 흠…생각해 보세요. 우리 학교 다닐 때 종합장 쓰고 어쨌습니까? 앞뒤로 다 쓰면 버리지 않았습니까?”
“오케이 거기까지! 지금 당장 미군에 납품해 주시오!”
이리하여 군납계약을 성사시키게 된 킴벌리 클라크 社. 군납계약을 따냈다는 자체가 셀루코튼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닌가? 제지원료를 가지고 붕대를 만든 것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이 붕대가 티슈로 발전한 이유가 무엇일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히스토리 ‘티슈는 원래 군대에서 썼다’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쑨!
입력: 2006년 07월 24일 22:0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