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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화 그리는 법>을 읽고 난 후, 저자의 작품들을 다시금 접해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 첫 번째로 손에 잡은 책이 바로 <이백오 상담소>라는 만화였고, 사람들에게 ‘상담 아닌 상담’을 해주는 주인공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풀어가는 에피소드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주인공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임대한 낡은 건물의 205호에 출퇴근하면서, 그곳을 자신의 직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며, 원래 이름이 없던 사무실에 사람들 사이에 ‘이백오 상담소’라고 불린다 하기에 그저 작은 간판을 달았을 뿐이라고 소개한다.
주인공이 임대한 낡은 건물의 205호는 상담소의 기능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알게된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사연을 만들어내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은 미리 상담 예약을 받고 사람들의 고민에 ‘직선적인 말투’로 응해주고, ‘일종의 부적 같은’ 그림을 그려주는 것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상담소를 자주 찾는 인물 가운데 하나는 ‘무료 상담’을 할 수밖에 없는 친구 ‘고미숙’이며, 주인공과 더불어 작품 내내 서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간혹 연애를 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만화라는 양식이 다 그렇듯이, 작가의 상상력에 따라 남쪽 끝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등의 엉뚱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작가 스스로 ‘사실 이 책은 상담책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이 만화를 그리기 위해 가족과 친구들을 이용’했음을 밝히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을 기획하게 됭기를 설명하면서, 혼자 사는 집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한다. 주인공인 그들을 위해 상담을 하고 일정한 상담료를 지불한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발상이 원동력이 되어, 상담사의 입장에서 친구들과 가적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에 관한 대답 혹은 자신의 상상으로 답변을 꾸미면서 에피소드를 채워나갔다고 밝히고 있다. 진지한 상담으로 일관하는 내용이 아니기에, 이 책의 독자들은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들을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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