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소나무여!
최의상
오늘 아침은 물안개 구름에 가려서 해 뜨는 모습을 볼 수 없어 마음이 밝지 못하다. 기온은 섭씨 6도로 낮아 춥다는 소리를 하게 되는 아침이다. 물안개 구름이 마침내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창밖의 소나무는 미동도 없이 비에 젖어가고 있어도 싫다는 소리를 내지 않는 것 같다. 소나무, 언제나 푸른 빛.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양이다.
독일 슐레지엔 지방의 민요 <소나무여>가 생각난다. 원제목은 <O Tannenbaum>으로 전나무를 가리킨 것인데 우리나라 나무에 소나무가 많아 번역과정에서 <소나무>로 번역하였다고 한다. 이 민요는 연인에 대한 믿음을 계절이 바뀌어도 변치 않는 전나무의 푸르름에 비유하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부르던 생각이 나서 여기에 가사를 적어 보았다.
소나무여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쓸쓸한 가을날이나
눈보라 치는 날에도
소나무야 소나무야
변하지 않는 네 빛
독일민요가 다른 나라로 건너가면서 이상하게 변화하였다. 영국에서는 <붉은 깃발>이란 노동가로 불렀고, 1920년대 일본에서는 <적기의 노래>로 번안되었고, 1910년대 <탄넨바움 전나무>가 국내에서는 애국가로 불렀고, 항일투쟁가인 <적기가>로 불렀고, 북한은 <혁명가요>로 변천하여 불렸다고 한다.
사람의 욕심에 따라 믿음은 변한다. 선동과 사상적으로 그 나라 취향에 따라 변한다. 그러나 지금 내가 바라보는 창밖의 소나무는 쓸쓸한 가을이나, 눈보라 치는 겨울에도 그 푸른 빛 깔은 변하지 않고 항상 푸르기 때문에 나도 좋아한다.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믿음도 저 소나무 빛과 같이 변하지 않겠다는 사랑의 굳은 약속을 확인하는 독일 사람들의 따스한 사랑이 민요 속에 깃들어 있음을 생각하며 오늘날 날라리 사랑을 하다 헤어지면 원수가 되고 심지어는 살육을 자행하는 일부 젊은이들의 허물어지는 사랑을 보면 슬프기만 하다. 젊은이들에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비극으로 끝나지만 순수한 사랑과 죽음까지도 같이 하는 사랑의 순수는 젊은이들에게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갈구를 하게 되고 원수 같았던 두 가정에 화해와 용서의 포용을 하게 되는 놀라운 사랑의 기적을 만들게 한 소설이라고 본다.
변하지 않는 믿음이 필요한 때다. 거짓을 너무 쉽게 말하고는 “아니면 말고” 식의 뻔뻔한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이 나라에 불변의 소나무가 가슴 깊이 심어지기를 바란다. 우리 애국가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불고 서리 내려도 나라 사랑의 기상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 하루 종일 안개비가 내린다. 하루 종일 소나무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변하지 않는 네 빛이 어둠으로 사라지더라도 내 기억에는 푸른 네 빛이 그대로 선명하기만 하다. 오늘 하루도 지나갔구나.
2023.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