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앉다
목공일을 하는 후배가 작은 나무 의자를 짜 왔다.
햇볕과 물과 바람과 톱과 대패와 땀과 눈물과 아내의 배고픔과 아들의 신발과 선후배의 술 한 잔과 추억 같은 옛정과 어렴풋한 미래의 일들과 당장 내일의 약속과 그 무엇과 무엇들이 참으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조그만 의자 하나로 나를 만나러 왔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마당가에 의자를 놓고 나에게 바짝 다가온 의자와의 인연을 생각한다. 저 의자에 앉아 어느 별 하나와 눈을 마주칠 수 있다면 나도 기꺼이 우주의 대열에 합류하리라. 그래서 어머니의 젖으로 목을 축이며 경이로운 세상을 바라보던 그 오랜 기억도 되살려 100억 광년을 달려온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대를 안고 저 황혼의 강 감미로운 바람결에 온몸을 내놓으리.
또한 그 누구라도 이 의자에 앉는 순간 의자가 데려온 세상의 모든 인연이 함께 앉기를 바란다. 그 인연의 그물에 걸려 강이 되고 별이 되고 세상이 되고 우주가 되어 시바와 샥티가 어울려 추는 우주의 춤을 추기 바란다.
그렇게 스스로의 안에 있는 출생의 비밀을 알아 바람을 타고 강을 건너는 한 마리 나비가 되기를 바란다. 내가 버린 이승의 날들과 내게 남은 이승의 날들도 모두 버리고 그렇게 강을 건너는 일에만 열중하기를 바란다.
숨을 한번 내쉬고, 숨을 한번 깊게 들이 쉬며 의자에 앉았다.
----------------------------------------------------------------------------------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밤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밤, 나는 낮게 나는 새들의 무리에 섞여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새들이 어느 곳으로 가는지 모르는 것처럼 나의 날갯짓도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밤, 강을 건너고 있다는 사실만 남고 세상의 모든 기억이 지워졌다. 보드에 썼던 글씨를 지우고 새 글을 쓰고 또 지우듯, 存在는 편한 것이고 쉬운 것이라는 듯, 오래 전부터 늘 그러기라도 했던 것처럼,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밤, 나는 낮게 나는 새들의 무리에 섞여 강을 건너고 있었다. 모든 것이 지워진 이 어둠 속, 바람이 몹시 분다는 사실과 강을 건너고 있다는 사실만이 살아남아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첫댓글 강물이 흘러가고 석양이 지고 새들이 날고 캄캄한 어둠이 오고 더는 새벽이 올 것 같지 않은 밤, 깊고도 막막한 저녁에 한 사내가 어슬렁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는 것이 보이는군요. 그리고 다음날 또 그 다음날 빈 의자는 누군가 찾아와 자신의 등허리에 앉을 날을 하염없이 기다리겠지요.
네가 버린 이승의 날들과 네게 남은 이승의 날들도 모두 잊고 그렇게 강을 건너는 일에만 열중하기를 바란다.
선생님이 의자에 앉아 감미로운 바람을 맞으며 강을 내려다 보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도 그 의자에 앉아보고 싶습니다.계절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건강 유의하세요. 선생님~~
현자야..사실, 우리는 이미 누구나 그 의자에 앉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눈치도 못채고 제 우물에 빠져 허우적이며 한 생을 다 보내고 있을 뿐이다.
불일암 가는 길에 법정스님 말씀이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 하였는데, 목공인 후배의 마음에 송 선생에게 꼭 필요한 것이 의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미치는 순간부터 후배는 목재를 준비해 대패날을 기대고 망치질을 하여 의자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곤 주인에게 가져갔을 것이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니 이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또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하다.
무소유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이들이 했지만 그중 나에게 가장 들어온 말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순간부터 무소유다' 라는 말이다.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밤
강이 내려다보이는 마당가의 그 의자에 앉아
강을 건너는 어떤 인연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진다는~ㅎ
별처럼 빛나고 있을 샘의 안부
묻고 갑니다
2박3일 지리산 종주 동안 목욕하는 수준으로 비맞고 어제 내려와 죽은듯이 긴잠을 잤다. 오늘 개학하여 댓글을 달며 나의 마음을 끄적이고 있다. 이게 나의 안부다.
더이상 남이 앉은 의자를 곁눈질 하지 말고 내가 앉은 이 의자와 진정 한 몸이 될 수 있을지........그래서 더이상 방황하지 않기를....내게 주어진 외로움과 고독에 울지말고 이 자유에 기뻐하며 이 자유를 이용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