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말이 안된다. 살아있는 사람이, 그것도 노인네가, 11시간을 잘수 있다는게 믿어지는 말은 아니다.그런데, 내가 그랬다. 나는 졸리면 자는 사람이다. 아주 어쩌다가 TV를 본다거나 책을 읽다가 잠자는 시간이 비켜가면 그때가 도리어 곤혹스럽다.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두세시가 되도록 뒤척이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되니까. 그런날은 하루가 종일 흐리멍텅하고 두통도 있다. 그러니 저녁에 일찍 자는게 나로서는 무난하다. 그렇게 길들여 진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이 어렸을때는 어땠는지 생각이 가물거리기는 하지만, 10시전에 귀가하기는 어렵지 않았나 싶다. 저녁을 때우고 씻기를 마치면 뒤척일 세도없이 잠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면 지금같은 습관은 최근 몇년 사이에 생긴 것인가. 며늘의 귀가를 보지않고, 아이들을 재워놓고 나왔던 때도 있었는데, 그게 언제였는지는 확실치가 않다. 작은 아이는 할머니 가시라고 일부려 자는척 했다는 말도 했다. 애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수록 며늘이 밉다. 간밤엔 꿈에서 며늘을 보았다. "하는일은 성과가 있니?" 하고 물었다. 며늘은 별로라고 답했던 것 같다. 생시라면 결코 묻지 않았을텐데,,, 나는 며늘을 안중에 두고있지 않다. 아니, 거이 없는 사람이다. 이젠 명절도 없다. 아이들에게 한끼 대접하는 것이라고 애써서 축소 시켜가며 스스로를 위안했었는데, 이 자발적인 소꼽놀이도 드디어 끝나게 된것이다. 아무도 장단 마춰주지 않는 놀이는 그게 자발적인 것이라해도 지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젠 내가 늙은 것이다. 내 시대는 지났다. 그랬다. 며느리들은 시어머니가 "언제 오느냐"고 전화하는 것 부터가 스트레스란다. 우리 시어머니들은 어떨까. "어제쯤 올거니"하며 기다리는 것은 스트레스 아닐것 같은가?
이것도 저것도 다 지나갔다. 내 인생도 지나갔다. 이제 명절도 없는데 이번 추석은? 어제 가지와 버섯을 사와서 하나씩 붙였다. 어제도 먹었고, 오늘 아침에도 먹었다. 좀 덜먹자는 소신과는 달리 과식을 하게 되었지만,,,. 가고싶은 곳도, 보고싶은 사람도 없는 사람이 있을까. 갈수도 있고, 볼수도 있다면? 그냥 내끼지가 않는다. 잠깐 보자고 들이는 수고가 너무 커서다. 쌍문동 형님이나 뵈려 갈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과자 한봉지 사들고 가면 나는 반기는 사람이 될까? 손이 부끄럽고 내 온몸이 민망하지는 않을까? 금 일봉은 생략하더라도 한번 뵐까 싶다가도 망서리는 것은 과자 한봉지값이 아까운 것일수도 있다. 내가 과자 한봉지 값만도 못할수 있다는 자격지심에서다. 공짜 좋아하는 내가 여기저기, 이사람 저사람에게서 이것저것 받았다. 그리고 입 싹 씻고있는 중인데, 그래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통장은 자기 대의원 나올때 한표 찍어달다고 했으니 선물이 아니라 뇌물인것 맞지만, 이웃이나 교회에서 준 선물은? 역시 공짜가 공짜가 아닌게 이제 알겠다. 부담스럽다. 공짜라고 다 좋아할일은 아닌게 맞다!
아들이 휴가중이어서 참 부담감 없는 날들을 지내고 있다. 어제는 빠지기도 했다. 13년이 지나는 동안 나름 참 성실 근면하게 아들집에 출근 아닌 출근을 했다. 몸이 아픈날도 당연히 있었고, 정말 안가고 싶은 날도 왜 없었겠는가, 토하고 어지러워서 꼼짝도 할수 없었던 날에도, 뭣때문인지 나를 이르켜 세워서 아들집으로 가게했다. 게으르고 무능하기 짝이 없는 나 임에도 성실근면한 일면은 있었나보다. " 나 오늘 못간다."는 말을 왜 그렇게 못했을까. 고집일까, 자존심이었을까, 그것도 아님 내 명예였을까, 그것도 아님 하나님이 내게 주신 소명쯤으로 생각했을까? ㅎㅎㅎ. 이것도 다 지나가고 있다. 누가 기억이나 해줄까나? 아들이? 며늘은? 며늘은 결코 고맙다는 인사도 없는 사람이다. 아니, 고맙다는 인사는 내쪽에서 사양한다! 내 노고가 며늘에게서 그말을 들으면 크게 삭감될수도 있으니까. 비는 그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