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님이네 설렁탕집’ 그 여자 (외 1편)
이 애 리
밤낮없이 설렁탕 국물이 가마솥에서 끓는 새벽 4시 30분
식탁 맨 끝 쪽 모퉁이에 고향 담장 채송화처럼 앉은 한 여자
누군가가 고향으로 첫 직행버스를 타고 올 모양이다
지난봄 피지 못한 흰 목련들도 저마다 꽃마중 한다
국물이 다 식고 몇몇 반찬들이 다 비워갈 즈음
서울서 공부 마치고 돌아온 오라버님 같은 한 남자가 와서
오랫동안 못 본 사이처럼 그 여자 어깨를 한참동안 쓸어준다
술병은 새벽이슬을 비워내고, 설렁탕 국물의 바닥이 보일 때까지
그렇게 한동안 공손한 두 손만 포갠 채 둘은 말이 없다, 다만
밤새 뜬눈으로 달려온 애인의 목덜미에선 소주 냄새 대신
하얀 목련꽃들이 숭얼숭얼 피고 있다
묵호항 선착장
괭이갈매기가 하얀 포말로 다가온다
멀찍이서 감지해야만 들리던 뱃고동 소리
일정아파트까지 온 해무에 결박되어
묵호역 마당가에 핀 백목련 꽃등을
선착장에 주렁주렁 내다건다
바닷가 삶이란, 해풍에 등 떠밀리다
방파제 끝자락 이름 없는 무인등대처럼
오도 가도 못하고 발목 잡혀서
파도 같은 아들 딸 낳으며
글썽이기도 한다는 것을
어달산 봉수대를 등져 있는 묵호의 밤바다
묵호역 앞 동해장 여관에 머물던
향유고래 사내들, 밀린 숙박일지는 적지 않고
늘그막까지 그물코를 손질하며
오징어 한 두름을 선착장에 풀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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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리 : 강원도 동해 출생, 명지대 대학원 청소년지도학과 졸업, 2000년 [문학세계]로 등단,
시집 하슬라역 현재, 한국시인협회, 강원작가 회원.
ㅡ「시인정신」2016 봄.여름 합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