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
"얘들아 걱정 마라/ 잔소리 하지 마라/ 내 걱정 하지 마라/ 엄마는 하고 싶다/ 이제는 하고 싶다/ 내 인생 내가 산다/ 사는 데까지 살다 갈란다"(윤명희(84세), <내 인생 내가 산다>)
"옛날에 엄마가 딴 집으로 시집갔어/ 이집 저집 남 집에 얹혀 애기봐주고 살았지/ 스무 살에 시집와/ 애, 농사, 내 집 짓고 사니/ 사는 것 같더라 … 사는 게 허망해 눈물 나고/ 행복해도 눈물 나드라" (강분해 '눈물')
"세월을 못 타서 고생을 한 거지/ 험한 세월에 나서 고생을 한거지/ 다 해내고 나니 지금은 만사 오케이/ 지금은 사는 맛이 나지" (김정순 '만사 오케이')
"추석에 본 며느리/ 많이 힘드나 보다/ 일 때문에 힘들고/ 남편 때문에 힘들고/ 내가 보낸 홍삼 먹고 힘내라/ 깻잎, 가지 반찬 먹고 힘내라" (박말순 '우리 며느리')
'얘들아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는 괴산두레학교에서 뒤늦게 글을 배운 어르신들이 2014년부터 10년 동안 쓱 그린 시화를 엮은 책이다. 60대 후반에서 고령의 90세가 넘은 일흔아홉 분의 할머니와 네 분의 할아버지가 쓰고 그린 121편의 시화가 담겨 있다.
할머니들 시대에 겪었을 어린 시절의 지독한 가난, 끝이 없는 농사일의 고단함, 먼저 자식을 떠나보낸 한 같은 아픔과 슬픔도 많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웃게 만드는 질긴 삶의 의지 또한 함께 어우러져 있다.
괴산두레학교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이 모여 공부하고 배움을 나누고 실천하는 교육공동체다. 2010년 괴산 읍내에 첫 문을 열고 이후 면 단위에 14개 두레학교 분교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꾹꾹 눌러쓴 글자 한자, 모퉁이에 무심한 듯 그려 넣은 그림 한 쪽마다 어머니들이 겪어온 평생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괴산두레학교 엮음 | 삼인 | 224쪽
첫댓글 험한 삶 박힌 거칠고 두터운 손, 구부정한 허리, 한 서린 눈빛...
님들의 공통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글을 읽는 님들, 이제는 빛이 납니다. 응원 또 응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