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바로 아랫동생인 남산이모의 퇴원소식을 어제 저녁에 들었다.
이른봄 새벽에 교회다녀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몇가지 수술을 마치고
재홬병원으로 옮겼으나
도저히 사람 살 곳이 못된다고
서둘러 퇴원했다고 들었다.
하기야 몸 불편한 사람들이 모여 단체생활을 하는 곳이니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있나
늘 어설픈 연명의 날들이었을 것이다.
며칠씩 입원해봤던 나도
늘 수면제를 먹어야 잠들 수 있던 곳이 병원이었다.
엄마의 자매 중 엄마와 성격이며 성향이 제일 비슷한 이모.
남에게 아쉬운 소리, 싫은 소리 못하고 늘 조용한 강물같은 사람이다.
그런 동생이 몇 달을 병원에 있으니
엄마의 한숨속엔 종종 이모에 대한 걱정이 섞여 있었다.
하여 나는 밑반찬이라도 해서 갖다드릴 심으로 마트에 가려는데,
문득 마당에 널어놓은 녹두가 눈에 들어왔다..
녹두, 한여름의 더위, 환자..
맞다..남산이모는 4년 전
영도가 항암제로 못먹고 힘겨워할 때
토종닭을 푹 고아서 들통으로 들고 온 적이 있었다.
"영도야, 입맛없고 먹기 싫어도
이모가 너 먹이려고 몇시간을 고았으니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먹어."
그렇게 말하며 영도를 위해 기도해주던 이모였음을
오늘에야 기억해냈다.
영도가 떠나고 난 뒤
많은 것을 잊고 살았던 것이다.
보살펴주던 사람들, 따뜻한 염려의 손길들..
나는 슬픔에 잠겨 그 깊은 감사를
잊고 살았으니
오전 내내 부엌에서 땀흘리면서도
영도에게 잘해주었던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할 수 밖에..
녹두를 넣어 삼계탕을 끓이고
오이지, 고구마순볶음, 멸치볶음, 마늘, 감자, 아삭이고추를 봉지봉지 담아
이모네 부엌에 펼치며 말했다.
"이모, 입맛에 잘 안맞더라도
몇시간 부엌에서 종종거린
내 정성을 생각해서 잡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