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부터 비가 오고있다. 많은 양은 아닌듯 하지만,,, 갠날보다 비오는 날이 더 많은가. 얼핏 기억이 나는 듯도 싶은데, 맑은날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듯 싶다. 하긴 인생도 그렇지 않던가. 사실 갠날보다 흐리고 눈비 오는날이 훨씬 많은것 같다. 하긴 눈비 뿐인가. 폭풍우에 천둥번개에 폭우가 쏟아진 날인들 없었을까. 인생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이 있게 마련이다. 어찌 생각하면 내 인생은 극히 평범하고 평안했는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늘 곤고하고 외로웠던 것도 내가 약해서, 무능해서 그랬던 것이고, 이 나이까지 이만끔 유지하고 견딜수 있는것 까지도 그렇다. 아파서 병원에 누워본적도 없다. 몸에 칼을 대본적도 없다. 두발로 걷고, 숨을 쉬며, 먹고 마시고 배설하고, 다 순조롭다. 이만하면 충분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하고 있는것은 맞다. 그러면서도어디선가 힐끔거리는 내가 있음도 알고있다. 감사도 모르고, 은혜도 모르고, 그렇다고 어떤 수가 있는것도 아니다. 78나이에도 방황인가.
어제는 딸과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 딸 생일이 임박해서 겸사겸사였는데,,, 생각해보니 생일이라고 해서 미역국 한번 끓여준적이 없는 것 같다. 핑개를 대자면 내 인생이 늘 어둡고 무거워서 라고 하겠지만,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였을게다. 괴롭고 힘든 인생 뭐 축하할게 있는가 싶은,,, 늘 축하받았던 내 인생도 이렇게 별볼일 없지 않느냐는 자격지심도 더하지 않았을까. 미안한 마음이 아닐수가 없다. 나는 아들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길바닥을 굴러다녀도 남자가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세상은 급변했다. 여자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 꼭 그래서가 아니더라도 사실 딸은 꼭 있어야 할것 같다. 내가 딸 노릇을 못해서 미안하고 부끄럽지만, 나는 딸이 있어서 좋다. 이것은 사실이다. 비가 그친 것인가. 몇일전만해도 덥다고 날리를 쳤는데, 지금은 옷을 겹겹히 입고있다. 밤엔 전기 요를 켰다. 이런것을 그냥 가볍다고 일축할까. 기후 이변이라고 염려해야할까. 농사 피해가 심하다고 한다. 배추가 한포기에 2만원이라나. 김장 못할수도 있겠다. 정말? 귀찮아서가 아니고? 모르겠다. 그냥 멈춰서고 싶으니까. 우울증이던 아니던 사는게 다 싫고 짜증 뿐이다. 감사는 멀리가고 은혜는 숨으려 한다. 주님, 도와주시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