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별 것 아니지만 타인에겐 기분좋은 일이 된다면 그래서 그 하루가 흥겹게 시작된다면 나 역시 흐뭇해질 일이다.
비바람이 거센 아침. 일찌감치 눈이 떠졌다. 우산이고 뭐고 다 필요없게 옷이 젖을 것이니 이런 날 학교에 가기는 더 싫을 일. 가뜩이나 요새 학교가 싫어진 다빈은 아침 자명종이 몇 번이나 울려도 기척이 없길래 더 자라고 내버려두었다. 과일을 깎고 빵을 데우고 우유 한 컵 따라놓고는 다빈을 깨웠다. "엄마가 태워다줄테니 느긋하게 아침먹고 가.." 다빈은 괜찮다며 엄마 귀찮지 않냐고 거절했지만 그렇다고 내 계획이 접힐 리 없다.
다빈아, 엄마도 어릴 때 비오는 날이면 신발이고 옷이고 다 젖어서 너처럼 학교가기 싫었어... 엄마가 조금 더 움직여서 네가 기분 좋아지고 하루가 좋아진다면 엄마는 충분히 보람있는 일을 하는 거야. 엄마도 흐뭇해지는 일이란다.
다빈은 식탁에 놓여진 자기몫의 음식을 천천히 다 먹고 만족스런 표정으로 등교길에 올랐다. 학교앞에 내려주고 사이드미러로 그녀를 보니 마주친 친구와 웃으며 가고 있었다. 저 웃음 하나면 내 작은 수고는 충분히 보상 받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