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은 남, 동, 북 삼면이 지리산 준령으로 둘러싸인 분지형으로
유일하게 트여 있는 지역은 서쪽의 섬진강이다
악양을 드나드는 관문은 외둔마을과 미점마을이며
섬진강 건너로는 전라도 땅인 광양의 다압면으로
백운산이 우뚝하게 솟아 지리산을 마주 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매화마을은 강줄기를 좀 더 타고 내려가
하동 시내를 건너다 보는 진상면의 강옆에 붙어 있다
악양의 최북단을 차지하고 있는 산은 거사봉으로
거사봉에서 동남으로 뻗은 능선은
시루봉, 칠성봉, 구재봉을 거쳐 미점(개치)으로 내려서고
서남으로 뻗은 능선은
형제봉, 신선봉, 고소성을 거쳐 평사리(외둔)로 잦아들며
두 산줄기가 모두 섬진강을 만나 맥을 다하게 된다
즉 풍수지리적으로 보면 이 두줄기 능선은 악양의 좌청룡, 우백호가 되고
광양의 백운산은 안산이 되는 형태이다
왼쪽의 미점리 개치마을과 오른쪽의 외둔 마을 사이의 무딤이 들은
강물이 드나들었다는 전설을 갖고 있으며
거사봉에서 발원한 물이 양 골짜기의 지천들을 받아 들여
악양천을 이루면서 섬진강에 이르는 동안
너른 들판을 적셔 풍요로운 곡창 지대를 구성하고 있다
악양의 지명 유래는 좀 복잡하여 생략하고
악양은 2009년 슬로시티로 지정되어 세계적인 마을이 되었다
2007년에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담양군(창평면), 완도군(청산도), 신안군(증도)에 이어
성장에서 성숙 / 삶의 양에서 질 / 속도에서 깊이와 품위를 존중하는
슬로시티의 철학을 추구하는 마을이 된 것이다
매년 10월 토지문학제가 개최 되고
찻잎과 매실, 감, 고사리 등의 특산물이 있으며
각 골짜기의 마을들을 모두 묶어 1개의 면을 이루고 있다
즉 이웃의 화개면과 더불어 하나의 골짜기가 하나의 면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산행은 골 윗부분에 있는 노전 마을에서 시작하여
청학사를 거쳐 수리봉(871m), 형제봉으로 이어지는데
형제봉의 유래는 바닷물이 산꼭대기까지 차올랐을 때
두 봉우리만 물에 잠기지 않아 형제봉이라 부르게 되었고
경상도 방언으로 형제를 '성제'로 부르던 것을
한문으로 옮겨 쓰면서 엉뚱하게 '聖帝峰'으로 표기했다고 한다
형제봉은 지리산 주능선상의 명신봉과 벽소령 사이의 형제봉(1433m) 도 있으나
긴 능선에 우뚝한 모습으로 주변을 압도하는 악양 형제봉(성제봉)은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구름다리의 신선대와
완만하게 구부러진 섬진강의 절경을 두루 갖추고 있어
높이는 1112m로 주능선의 형제봉(1433m)보다 한참 낮지만
경관만은 훨씬 우위를 갖추고 있다
또한 이 형제봉 능선은 지리산 남북 종주의 산줄기로
북쪽의 실상사에서 삼정산, 벽소령, 덕평봉, 칠선봉, 영신봉을 거쳐
남부능선으로 이어지는
삼신봉, 내삼신봉, 상불재, 관음봉, 내원재, 원강재, 신선봉' 고소성으로 이어지는
남북종주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리산 둘레길은 제 13구간으로 구재봉 아래 대축 마을에서 무딤이들을 지나
하덕마을(입석리)에서 산중턱의 서어나무 군락지를 올라
윗재를 넘어 화개로 넘어가면 원부춘 마을에 이르게 된다
오늘 산행은 청학사, 수리봉, 형제봉에 이르는 오르막은 힘이 들었지만
철쭉동산의 광활한 철쭉꽃의 향연이 특히 아름다웠고
빗속에서도 싱그러운 녹음속을 걷는 상쾌함이 있었으나
한산사와 고소성, 그리고 백사청강의 섬진강을
직접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다만 토지의 무대였던 최참판댁을 들러
무딤이들을 추억할 수 있었다는 것에 깊은 감동을 맛 본 산행이었다
지리산 운무(雲舞)
오늘 가게 될코스는 수리봉을 올라 형제봉(오른쪽)과 신선대 구름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슬며시 솟은 신선봉을 돌아 내려 오게 될 것이다
수리봉(오른쪽) 능선과 형제봉
가운데 구름에 살짝 가린 봉우리가 북봉이고 왼쪽 높게 보이는 곳이 남봉이다
산행 깃점인 노전마을 표시석
회장님의 산행로 설명
출발전 기념사진
찔레꽃 향기를 맡으며...!
노전 마을 앞의 방죽
마을을 벗어나며 구름다리를 미리 눈으로 건너본다
마을 뒷길에서 만난 때죽나무는 쪽동백과 구분이 어렵다
꽃은 아주 비슷하고 줄기의 잎이 쪽동백은 둥글고 넓은 것이 약간 다르다고 할까!
마을 안길의 담장에서는 달큼한 물앵두를 맛보기도 했었는데
그만 열매 따먹는 맛에 사진은 놓쳐버렸다!
청학사의 자연 입석불
청학사는 작고 아담한 절이지만 은근히 년륜이 느껴지는데
물 보시를 하던 스님은 정작 그냥 오래된 절이라고만 얼버무린다
불두화
찜질방처럼 생긴 산신각
노전 마을에서 청학사까지 3km라니 앞으로 온 것 만큼만 더 가면 정상인가?
허나 본격적인 산길은 이제부터이니 혀를 빼물어야 될지도 모른다
지그재그의 산길을 열심히 따라오는 도도님
비탈 곳곳에 뭉쳐있는 바윗덩이들
아직까지 가파르기는 해도 폭신한 낙엽길이라 걸을만 했다
배낭을 내려 놓으라 보채는 쉼터도 있고!
약간의 암릉을 만나고서야 수리봉 정상에 올라섰다
수리봉 정상의 이정목
지금 시간이 산행 2시간째인 11시이니
12시면 정상에 닿을 수 있으려나?
악양벌과 섬진강이 구름속에서도 시야를 넓혀 줬다
칠성봉과 구재봉으로 이어지는 건너편의 산릉
고사리를 꺽어다 데치던 노전 마을의 늙은 농부가 떠올라
저 산자락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민초들의 고단한 삶이 들여다 보이는 듯도 했다
상념에서 벗어나 가야 될 형제봉으로 걸음을 뗀다
잘 따라오던 도도님은 어느 지점에서 멈춰있나 불러도 대답이 없다
산철쭉
직벽 구간을 내려서는 도도님
산길이 점점 가팔라지니
결국은 뒷쪽에 있는 회장님 일행을 믿고
도도님을 떨어뜨려 놓은채
앞서 가던 한산님과 동행이 되어 통천문을 지난다
수리봉을 떠난지 1시간만에 주능선에 도착하여
총대장님 일행과 합류하여 보디빌더님이 요리한 매운 잡채로 요기를 한다
매운 잡채맛 짱이었쓰~!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곰탕속으로 들어간다
빗물에 젖어 잎을 펼치지 못하는 노랑제비꽃
철쭉도 눈물을 흘리고!
신기했던 묘지
이 높은 산봉우리까지 시신을 모신 후손들의 정성이 집요해 보인다
식사중인 회장님 일행을 뒤에 두고!
형제봉 정상부의 암봉
지리산 남부능선의 형제봉 정상
높이 1112m로 아랫쪽의 형제봉보다 약간 높으니 형님인가? ㅎ
작은 형제봉과 신선대
군데군데 피어있는 키큰 나무 철쭉밑을 지나게 된다
청학사에서 강선암을 지나 계곡으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난다
작은 형제봉에서 폰카 사진을 열심히 누르고 있는 총대장님
열심히 모델이 되어주는 일행들
1108m의 작은 형제봉을 떠나고!
작은 형제봉 밑에도 무덤이 있어 신기함을 더하게 했다
운해가 오락가락하는 신선대로...!
둥굴레
족도리풀
오르막을 치고 오르자 드디어 철쭉동산에 이르렀는데
멧돼지들의 흔적이 너무 역력하여 전율마저 일었다
올해는 축제 행사가 없는지 빈 제단이 쓸쓸해 보인다
허나 산자락을 뒤덮은 철쭉의 자태는 황홀경을 연출한다
비록 빗물에 젖어 꽃잎을 활짝 열어제치지는 못했서도!
멋지다~!
셀카 놀이중인 일행들
나는 풍경에 매료되어 걸음이 자꾸 늦어진다
찰나이지만 그들이 풍경이 되어줄 때도 있었고!
햇빛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이대로의 모습도 충분히 아름다웠으니까
가까이 당겨 본 신선봉의 운무와 길이 157m의 구름다리
느릿하게 휘어진 섬진강을 배경으로 운무속의 능선길이 선연했다
꽃길은 멈추지 않았고!
사진이 많아 2부로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