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이 훨씬 넘은 나이에 자격증 시험을 본다고 하니 나는 날짜에 맞춰 찹쌀떡을 사주었다. 이미 한 차례 낙방했다는 걸 알기에 더더욱 내가 사주는 찹쌀떡의 효능을 떠벌리며 이번엔 꼭 될거라고 응원해주었다. 그랬더니 오늘 합격했다며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역시 찹쌀떡의 힘이라며 나는 2차 시험에도 사주겠다고 하였다.
이 친구는 사실 나보다 선배이고 나한테 이성으로서의 집적거림이 있었기에 한동안 멀리 하였는데, 오랜만에 커피 한 잔 할 기회가 생겨 나는 당신이 커피를 함께 하는 친구 외에는 아무런 맘이 없음을 말하였고 그는 조용히 끄덕였다. 그리고는 조금의 불편함없이 어쩌다 커피 한 잔을 나누는 그런 친구로 지내올 수 있었다. 나는 이런 깔끔함이 좋다. 어쩌구 저쩌구 말이 길게 늘어지는 것도 없고 끈적임도 없는 아주 적당한 거리. 커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한 잔 마시고 일어나는 알맞은 시간의 사이. 이런 거리를 유지해주면 나는 끝까지 친구할 생각이라, 그런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남사친으로 수십 년째 남아있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로 남을 수 있음은 이렇듯 이성으로서의 감정 없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면 될 일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