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죽어요? 애들 어떡해"…대낮 남편에 살해당한 아내 마지막 말
4차례 가정폭력 신고와 접근금지 명령에도 50대 남편이 대낮 길거리에서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숨지기 직전 아내의 마지막 말이 전해졌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지난 5일 충남 서산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다뤘다.
충남 서산경찰서에 따르면 A(50ㆍ무직)씨는 지난 4일 오후 3시 16분쯤 서산시 동문동 거리에서 40대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흉기에 두 차례 찔린 아내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사건 당시 영상에서 쓰러진 B씨는 구급차에 실려가기 전 “저 죽어요? 우리 아기들 어떡해”라며 흐느꼈고 가족들 앞에서도 아이들을 걱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어머니는 “애들 때문에 눈을 못 감는 것 같아서 애들 걱정말라고 얘기를 하니까 딸이 울더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아내 B(44)씨의 휴대폰 속에 남겨진 A씨의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문자에 따르면 의처증이 심했던 A씨는 B씨를 끝없이 의심하고 폭행하고 사과하고 다시 폭행하는 행동을 반복해왔다.
남편의 의처증과 폭력성으로 고통을 겪었던 B씨는 세 아이 때문에 견뎌왔지만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흉기로 위협하며 폭행하고, 아이들까지 때리려 하는 모습에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아내 B씨는 지난 9월 1일 첫 가정폭력 신고 이후 2차례 가정폭력을 신고했고, 접근금지 명령 후에도 A씨가 미용실을 계속 찾아오자 1차례 더 신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접근금지 명령에 따라 아내 B씨에게 ‘스마트워치’가 지급됐으나 사건 당시에는 손에 차지 않아 누르지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 점점 더 과격하게 변한 A씨는 B씨가 자신을 피해 승용차에서 내리지 앉자 벽돌로 운전석 유리를 깨뜨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4일 아내가 운영하는 가게를 기습적으로 찾아가 도망가는 아내에게 거듭 흉기를 휘둘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 주변을 지나가던 30대 남성 2명이 차량에 실린 삽으로 A씨를 제압해 5분간 이어지던 범행이 멈췄고, A씨는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B씨의 가족들은 “처음에는 애들 할아버지(A씨 부친)가 ‘아이들은 여기서 키워달라. 우리 아들(A씨)은 애들 절대 만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하더니 말이 바뀌어서 자기들이 후견인이 되겠다고 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호소하기도 했다.
A씨는 살인 등 혐의로 지난 6일 구속됐다. 그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출석해 ‘사전에 범죄를 계획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아닙니다”라고 부인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죄송합니다”라고만 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229394?cds=news_edit
“저 죽어요? 우리 애들 어떡해”…남편에 살해당한 아내의 마지막 말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720825?cds=news_edit
접근금지 중 가정폭력 신고 아내 살해 막을 수 없었나
피해자 6차례 경찰에 신고…지난달 6일에는 폭행도 당해
주변인 "고인 늘 불안해해"…경찰 소극적 조치에 아쉬움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고인이 6차례나 신고했고 심지어 폭행까지 당하기도 한 만큼 경찰이 적극적으로 조치했더라면 참극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현행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폭력 가해자가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반복해 위반할 경우 유치장 구금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해자가 위협을 느껴 수 차례 신고했고, 가해자가 분리 조치를 위반한 상황에서 경찰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게 아쉽다"고 말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도 "결과론이지만, 여러 차례 신고를 통해 위험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경찰이 접근금지 명령을 어긴 가해자를 그대로 돌려보내 결국 살인 사건으로 커졌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폭행 피해 당시 피해자 상처가 그리 심하지 않아 구속영장을 신청할 사안은 아니었고,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어겨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폭력 사태나 직접적인 위협은 없어 귀가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단체들은 가해자에 대한 엄벌 없이는 이번과 같은 참극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2/10/885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