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 때, 한 후보의 말이 유행어가 된 적이 있었다. ‘한나라당은 부패원조당이며, 민주당은 부패신장개업당’이라는 것. 이 말이 의외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자, 노무현 당선자께서는 그에 대응하여, ‘신장개업했다면, 저로써 폐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역시 내 예상대로 그 말은 어겨졌다.
지금, 2천여억원대의 대북자금이 뒤늦게 파헤쳐졌다. 나는 지금 대북자금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김대중 정권의 ‘햇빛정책’은 아주 휴머니즘적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감이 조금 거만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모든 일은 당당하고 떳떳하게 해야 할 것이다. 역시 과정도 결과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리 숨길 것도 없을 대북자금을 왜 몰래 북쪽으로 건네주었을까? 또 숨길 이유가 있는 대북자금을 왜 주었으며, 그런 돈을 주었는데 어찌 북한의 태도가 변하기를 바라는가. 또 박지원 왕특보는 한 푼도 준 일이 없다고 하면서도 김대중 현 대통령께선 사실이 드러나면 현대는 망한다고까지 하는가?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노무현 당선자의 태도이다. 부패신장개업을 폐업하고,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나라 만들고, 새 정치하고, ‘끈’없는 정치하고, 새로운 나라 만든다고 하더니, 신문에 실린 그의 언사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둥, ‘서로 양보를 해야 한다’는 둥, 클린턴식 교묘하고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다. 자신의 비리를 자신이 뻔뻔스럽게 밝히지 말아야 한다고 변호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행동도 어이없지만, 그의 계승자도 결국 새롭지 못한 ‘말 아낌’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비리를 낱낱이 파헤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이미 상식과 원칙이 떠나있는 모습이다
나는 정말 노 당선자께서 부패신장개업을 폐업해냈으면 좋겠다. 나는 그가 망하기를 바라지 않는 쪽이다. 5년 동안 그가 우리나라를 정말 살맛나게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나의 이 바람이 그의 귓가까지만 이라도 다가가서, 그의 귓가만이라도 스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