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밥 해먹으려고 콩을 까서 널어말립니다.
수술하고 집에 들앉았으니 콩밥이 제격인 셈..

콩나물밥국 한사발에 토마토 하나..슬림 시티입니다.
오래, 오래전에 콩서리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 시절엔 콩서리 뿐만 아니라 밀서리, 외서리, 수박서리도 많이 했습니다.
이웃집 콩밭의 콩깍지가 볼록하게 알이 배면, 낫으로 콩가뱅이를 한 아름 베어 옵니다.
솔가지에 불을 붙여 모닥불을 피우고,
콩가뱅이를 올려 깍지째로 콩을 굽습니다.
따닥따닥 콩깍지 터지는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합니다.
불이 사그라지면 숯과 재를 걷어내고 익은 콩알을 한개씩 주워먹습니다.
밀서리도 과정은 비슷하지만 마지막에 먹는 방식이 조금 다르지요.
밀은 꼬투리 몇개를 손바닥으로 비벼서 껍질을 벗겨서 입으로 후후 불어 날리고,
남은 밀알 한 웅큼을 입에 털어넣어 불륵불룩 씹으면..
그 구수한 행복감은 하늘을 동전닙만하게 보이게 합니다.
그래서 콩서리하면 손이 재빠른 아이들이 많이 먹고,
밀서리는 손이 큰 어른이 유리하게 마련이었죠.
거지손, 도둑놈낮짝이 되는 것은 아~어른 매한가지였더랬습니다.
외서리와 수박서리는 옷을 홀랑 벗고 갑니다.
발가둥이 두어 놈이 할아버지 원두막을 흔들어대면,
할아버지는 고함만 지를 뿐 원두막을 내려오지 못합니다.
그 사이에 다른 두어 놈이 수박이나 참외를 따서 도망갑니다.
설사 할아버지의 손에 잡혀도 발가둥이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올 수가 있습니다.
콩서리, 외서리, 수박서리는 아~들이 절대로 유리했지요.
밀서리만 제외하고..
요새 이러다간 콩밥먹게 될지도 모르겠지요?
그 시절이 그립다하면 라떼가 되남요?
그렇지만..
아홉살 손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할아버지 코 다 나았어?"
아~콧등이 시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