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李學士知命書
林 椿
月 日에 林某는 謹叩頭再拜하며 獻書于某官階戺하노이다
모월(某月) 모일(某日)에 임모(林某)는 삼가 머리를 조아리고 두 번 절하며 모관(某官)께 글월을 드리나이다.
夫鏌鎁干將者는 天下之至寶也로되 埋於豫章豐城之地에 常有紫氣衝斗牛閒이라도 而莫有知者러니 及雷煥이 登樓而仰觀然後에 掘而得之하여 乃拭以南昌之土하니 而光芒豔發하여 視之者無不駭然眩目矣라 設使煥而不知면 則天生神物도 其終埋沒而幾乎不獲見寶於世矣니이다
대저 막야(莫耶)ㆍ간장(干將)[검 이름]이란 것은 천하의 지보(至寶)이옵니다. 그러나 그것이 예장(豫章)ㆍ풍성(豊城)의 땅밑에 묻혀 있을 때 항상 자주빛 기운이 솟아 두우간(斗牛間)을 찔러도 아는 자가 없더니, 뇌환(雷煥)이 다락에 올라 우러러 본 연후에 땅을 파 그것을 얻어 남창(南昌)의 흙으로 씻으매 광망(光芒)을 찬란히 발(發)하여 보는 자가 모두 깜짝 놀라 눈이 부시었사오니, 만일 환(煥)이 그것을 몰랐던들 하늘이 낸 그 신물(神物)도 마침내 땅 속에 묻혀 거의 세상의 보배로 나타나지 못할 뻔하였나이다.
* 막야간장(鏌鎁干將): 鏌鎁는 춘추시대 오(吳) 나라 간장(干將)의 아내. 오왕 합려(闔廬)가 간장에게 칼을 만들게 했는데, 쇳물이 흐르지 않으니 그 아내 막야가 ‘철즙(鐵汁)이 흐르지 않으니 웬일이요?’ 하매, 간장이 ‘우리 스승 구야자(歐冶子)의 말씀이 칼이 녹지 않을 때는 여자를 풀무 속에 넣으면 된다 하더라.’ 하니, 막야는 그 말을 듣자 풀무 속으로 뛰어 들어갔음. 그리하여 철즙이 흘러 칼 두 자루를 만들었는데, 하나는 이름을 ‘간장’, 다른 하나는 ‘막야’라 했다고 함. 간장과 막야는 후세에 보검(寶劒)의 별칭이 되었음.<오월춘추吳越春秋>
* 뇌환(雷煥): 진(晉)의 풍성령(酆城令). 장화(張華)가 하늘의 두성, 우성(斗星牛星) 사이에 늘 자줏빛 서기가 서린 것을 보고, 뇌환이 천문에 능통하다는 말을 들은 바 있어 그를 청하여 다락에 올라 바라보게 하니, 뇌환이 ‘보검(寶劒)의 정(精)이 위로 하늘에 뻗쳤는데 풍성에 있다.’고 하여 뇌환을 풍성령으로 임명했음. 뇌환이 고을에 이르러 옛 옥터를 파고 돌함 하나를 얻었는데, 그 속에 두 개의 검(劒)이 있었으니 하나는 용천(龍泉)이요 하나는 태아(太阿)였음. 그 날 저녁부터 두우 사이에 서기가 보이지 않았다 함.
今僕之在寒鄕冰谷中也ㅣ 久矣라 雖往往有寃氣上徹於天이나 而世無雷煥者望而知之면 則其眩目之光豔을 無所復發矣니 可不惜乎아 是以로 敢飾其孟浪謬悠之言하여 區區以列於左右하오니 伏惟閣下는 少加察焉하소서
지금 저도 구석진 고을, 얼음같이 차디찬 골짜기에 있은지 오래였사온데, 비록 이따금 원통한 기운이 솟아 올라 위로 하늘에 사무치오나, 세상에 뇌환(雷煥)같은 이가 바라보아 알아주지 않으면 그 눈부신 빛을 다시 발할 수 없겠사오니, 어찌 가석(可惜)한 일이 아니오리까. 그러므로 감히 맹랑한 허튼 수작을 꾸미어 구구히 좌우에 늘어 놓았사오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각하(閣下)는 적이 살펴 주소서.
* 맹랑(孟浪): ‘맹랑하다(孟浪--)’의 어근(語根). 〔①생각하던 바와 달리 허망(虛妄)하다. ②하는 짓이 만만히 볼 수 없을 만큼 똘똘하고 깜찍하다. ③처리(處理)하기가 매우 어렵고 묘(妙)하다.
僕이 嘗於造化爐鎚閒에 受百鍊精剛之氣하여 而陰陽資其質하고 五行成其體하고 二十八宿ㅣ 羅其胷襟然後에 禀靈以生하여 首出利物焉이라
제가 일찍이 조화(造化)의 화로와 쇠망치 사이에서 백번 단련된 정강(精剛)한 기운을 받아, 음양(陰陽)으로 그 바탕을 삼고, 오행(五行)으로 그 몸을 이루고, 이십팔수(二十八宿)가 그 가슴에 나열(羅列)하여 그런 뒤에 영(靈)을 받아 생겨나 처음 나자 곧 물건을 이롭게 하였나이다.
以道德爲鋏하고 仁義爲鋒하고 以智勇爲鍔하여 包之以言行之鯁亮하고 飾之以文章之英麗하여 柙而藏之하니 所以保其身而明哲也라
도덕으로 칼자루를 삼고, 인의(仁義)로 칼날을 삼고, 지용(智勇)으로 칼끝을 삼아, 언행(言行)의 굳세고 밝음으로써 그것을 싸고 문장(文章)의 영특하고 화려함으로써 그것을 꾸미어, 갑(匣) 속에 넣어 두니, 제 몸을 보전하여 밝아지게 된 것입니다.
持而行之에 所以應其時而能用也라 砥礪以名節하고 淬磨以學問하니 上可以决浮雲하고 下可以絶地維하며 擧之無前하고 幹之無旁하여 天地之內를 指揮而無所礙矣라
가져 행(行)하매 그 때에 응하여 쓸만함이라, 명절(名節)로 숫돌 삼고 학문(學問)으로 갈았으니, 위론 뜬구름을 찢어 헤치고 아래론 지축(地軸)을 끊을 만하며, 듦에 앞이 없고 휘두름에 옆이 없어, 하늘과 땅 사이를 마음대로 지휘(指揮)하여도 걸림이 없나이다.
然而有非常之器者라도 必待非常之人이라야 以立非常之功이라 故로 塵埃ㅣ 蒙其光하고 糞壤ㅣ 蝕其文하며 繡澁剝落이 如靑蛇退鱗하여 而與死䥫爲徒ㅣ 久矣라
그러나 비상한 기량이 있는 자라도 반드시 비상한 사람을 기다려야 비상한 공(功)을 세울 수 있나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당초(當初)의 신검(神劒)이라도, 먼지가 그 빛을 가리우고 흙이 그 무늬를 좀먹으며, 장식(裝飾)이 온통 푸른 뱀의 허물처럼 되어 죽은 쇠로 더불어 짝을 이룬지가 오래였나이다.
但其英靈光怪ㅣ 耿耿然 發露於草木瓦礫之閒하여 而不能掩에 猶足以號鬼神하고 起雷電而動星象也니이다 嗚呼라 天之生是也에 豈虛藏利器하여 伏而不耀하고 隱而不發하여 終於埋沒而爲弃物耶잇가
다만 그 신령스러운 괴이한 빛이 번쩍번쩍 초목(草木)과 와석(瓦石) 사이에 발로(發露)되어 가리울 수 없으매, 오히려 족히 귀신을 호령하고, 뇌전(雷電)을 일으키고, 성상(星象)을 움직일 수 있나이다. 아! 하늘이 이 물건을 낼 때에 어찌 헛되이 이기(利器)를 땅속에 감추어 엎드려 빛나지 못하고 숨겨져 발(發)하지 못하여 마침내 매몰(埋沒)되어 버린 물건이 되게 하였겠습니까?
恭惟閣下는 器度宏博하며 天姿瓌偉하며 加之以精鑒卓識으로 博物多通한데 自擢居貴位로 專持大柄하여 能樂善忘勢하여 以待英雄豪俊之輩라 故로 天下之士ㅣ 莫非樂爲之用하고 皆願收名定價於前하니 誠後進歐冶也니이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각하께서는 기량(器量)이 크고 넓으시며, 천자(天姿)가 아름답고 위대하시며, 더구나 정밀한 감식(鑑識)과 탁월한 지견(知見)으로 물정(物情)에 널리 통하신 터이온데, 높은 자리에 올라 계신 뒤로 나라의 큰 정사를 도맡아 능히 선(善)을 즐기고 세도(勢道)를 잊으시와 영웅호걸의 무리들을 잘 대우하므로 천하의 선비들이 모두 쓰여지기를 즐거워하고 다 그 앞에 이름을 거두고 값을 청하기를 원하오니, 진실로 후진(後進)들의 대장장이입니다.
則凡龍泉․大阿․湛盧․豪曹之類를 宜皆收之蓄之하여 以爲匣中之珍也니 此非獨用之以剸犀兕刺虎豹하여 而効匹夫之事而已요 將以剗除姧孽하고 掃淸夷夏하고 挾天子令諸侯하여 致四海之賓服也니이다
그런즉 무릇 용천(龍泉)ㆍ대아(大阿)ㆍ담로(湛盧)ㆍ호조(豪曹 모두 칼 이름)의 유(類)를 모조리 다 거두고 저축하여 갑중(匣中)의 진품(珍品)을 삼음이 마땅할 것이니, 그것은 다만 그 칼로 물소ㆍ들소를 베고 범과 표범을 찔러 필부(匹夫)의 일을 본뜨려 함이 아니요, 그것으로 장차 간얼(奸孽)을 무찔러 버리고 이하(夷夏)를 깨끗이 쓸어버리고 천자를 끼고 제후를 호령하여 사해(四海)를 빈복(賓服)케 할 수 있기 때문이로소이다.
誠拭雷煥之眥하고 望牛斗之氣하여 掘而發之하여 刜其垢磨其光이면 則一日而其資露하고 二日而其光發하고 三日而其眞貌覩矣리니 則其効用於門下者ㅣ 恢恢乎游刃으로 有餘地矣라 豈止鉛刀一割之用乎잇가
진실로 뇌환(雷煥)의 눈꼬리를 씻고 두우(斗牛)의 기운을 바라보아 땅속을 파헤쳐 그 신검(神劒)을 꺼내어 그 때(垢)를 긁고 그 빛을 갈아내면, 하루에 그 바탕이 드러나고, 이틀에 그 빛이 환해지고, 사흘에 그 참 얼굴이 보일 터이오니, 그 문하(門下)에 효용(效用)됨이 넓디넓은 칼날로써 여지(餘地)가 충분히 있을 것입니다. 어찌 다만 납칼(鉛刀) 따위의 한 번 베는 소용에 그치겠습니까?
儻使僕徒를 弃於冰谷中하여 而爲大平無用之物이면 則亦將飛出以避虎庫之災하고 躍入以蟠平津之水라가 待其時有其人而後復出하리니 則何良工哲匠之門에 不求希世之珍哉잇가
그러하오나 만일 저를 한갓 얼음같이 차디찬 골짜기에 내버려 두어 태평무용(太平無用)의 물건을 만든다면, 또한 장차 날아 나와 무고(武庫)의 재앙을 피하고 뛰어들어 평진(平津)의 물속에 서려 있다가 그때를 기다리고 그 사람이 있은 뒤에 다시 나오리니, 어느 양공(良工)ㆍ철장(哲匠)의 문(門)에서 세상에 드문 이 보물을 구하지 않겠습니까?
輕黷嚴威하여 無任惶恐之至로소이다 某再拜하노이다
경솔히 엄위(嚴威)를 더럽히어 황공하기 그지없나이다. 모(某)는 재배하고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