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최고의 듀오, 사이먼과 가펑클
1981년 미국 센트럴 파크 공연 실황 중 50만이 운집한 무대 위에서 Scarborough Fair를 부르는 사이먼 & 가펑클. 해체 11년만에 처음으로 공식 라이브 무대에 함께 선 그들이 인류 대중음악사에 남긴 족적은 위대함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99년 영국의 BBC 라디오2 방송에서 20세기 최고의 히트곡으로 비틀즈의 Yesterday를 선정했다고 발표했을 때 그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20세기 최고의 듀엣으로 사이먼 & 가펑클(Simon and Garfunkel)을 선정한다 해도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그들이 지난 100년간 팝 음악계에서 가장 위대한 듀엣으로 선정되지 않으면 판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사이먼 & 가펑클이 차지하는 위치는 너무도 명확하다.
아름다운 하모니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던 에벌리 브러더즈(Everly Brothers) 이후 가장 성공을 거둔 듀엣 사이먼과 가펑클은 서정적인 포크음악의 시리우스 별로 빛나며 1960년대 포크 록 음악계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우리나라에서 사이먼과 가펑클 하면 제일 먼저 영화 '졸업'에 삽입된 곡 The Sound of Silence나 Scarborough Fair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과거에로의 애틋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들의 노래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이를 듣는 이들에게 여전한 평온함과 심리적인 휴식공간을 제공해 주고 있다.
고교시절 '톰 & 제리'로 활동하며 싱글음반도 내던 그들은 이후 사이먼 & 가펑클이라는 위대한 거목으로 성장한다.
1957년 후반 고교시절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에벌리 브러더즈와 포크음악을 좋아했던 동갑내기 폴 프레드릭 사이먼(Paul Frederic Simon,77)과 아서 가펑클(Arthur Garfunkel)은 학교에서 ‘톰과 제리’라는 이름으로 통기타 음악활동을 하던 동창 사이였다. 그들은 고교시절 Hey School Girl이라는 노래를 녹음해 빌보드 싱글차트 59위까지 올랐으나 이 둘은 서로 다른 대학으로 가는 바람에 자주 만나 활동하기가 어려웠기에 톰과 제리는 흐지부지 되었다.
졸업 후 다시 만난 그들은 1964년이 되자 그동안 만들어 둔 곡들을 모아 녹음해 앨범을 발표하면서 이름도 사이먼 & 가펑클로 바꾸고 Sound of Silence 어쿠스틱 버전이 포함된 앨범 타이틀도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 반짝 인기를 얻던 Wednesday Morning 3A.M.(수요일 새벽 3시)으로 정해 데뷔앨범을 냈으나 기대했던 시장의 반응은 침울한 실망감만 안겨 주었다.
컬럼비아 레이블에서 발매한 첫 앨범의 상업적 실패에 낙담한 폴 사이먼이 듀엣을 잠정 해체하고 영국으로 이주한 다음해인 1966년에 이 타이틀곡이 뒤늦게 빌보드 30위에 오르고 수록곡인 I am a Rock이 싱글차트 3위 까지 랭크되었으나 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폴 사이먼은 솔로앨범 The Paul Simon Songbook을 내며 영국시장으로 장기적인 희망을 돌렸다. 하지만 음악의 여신 뮤즈는 뜻밖의 기회를 만들어 그들에게 행운의 미소를 보냈다.
사이먼 & 가펑클의 초기 모습. Scarborough Fair/Canticle의 가사는 죽은 이가 산 사람에게 부탁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어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을 말한다. 이 곡은 첫 앨범의 결과에 실망한 폴이 영국에 머물 당시 1600년대의 영국 민요를 재구성해서 만든 곡이라 가사를 정확하게 번역하기가 어려우며, 번역한다 해도 이해하기 난해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폴은 영국생활동안 이 민요를 편곡해 재탄생시켰다. 이 노래는 본 가사와 더불어 배경으로 두 번째 노랫말이 들어있는데 이는 편곡 과정에서 추가된 가사이다. 폴 사이먼이 전쟁의 비극을 노래한 자신의 반전노래 Side of Hill의 가사로 배경가사를 장식했다.
배경 가사가 없는 노래는 그냥 Scarborough Fair,
배경가사가 들어있는 곡은 히브리 성가형식을 도입한 Scarborough Fair/Canticle이다.
데뷔앨범에 수록된 Sound Of Silence는 지금의 분위기와 달리 통기타 반주만으로 녹음된 단순한 노래였으나 레코드사의 프로듀서 Tom Wilson이 베이스, 전기기타, 드럼 등이 가미된 새로운 반주에 이들의 노래를 더빙해 다시 싱글로 발표하자 빌보드 2주간 탑 랭크라는 빅 히트를 하면서 영국에 있던 폴 사이먼을 미국으로 다시 불러들였고, 재결합으로 활동을 재개한 사이먼과 가펑클의 음악인생에는 화려한 꽃길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노래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배우 더스틴 호프먼과 캐서린 로즈가 주연한 영화 졸업(The Graduate,1967)의 영화음악은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로 캐스팅 되었다. 영화가 개봉되면서 사운드트랙 앨범은 미국 내에서만 900만 장이 팔려나갔고, 9주 연속 빌보드 1위를 기록하면서 그들의 인기도 크게 치솟았다.
둘이 하나처럼 합쳐진 아름다운 화음에 고독과 소외를 이야기하며 섬세한 멜로디로 엮어 나간 그들의 노래는 포크 록이 뻗어나갈 길을 탄탄하게 다져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결혼식장에서 연인과 도망쳐 나와 올라탄 버스에서 울려 퍼지던 The Sound of Silence의 감미로운 선율은 영화 팬들에게 있어 지금도 잊어지지 않는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영화 졸업(The Graduate)의 에필로그 장면. 버스에서 그들을 돌아보는 노인승객들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The Grauduation(졸업) 이 아닌 The Graduate(졸업생)이나 일본 개봉 시의 제목 '졸업'을 그대로 따 왔다.
폴 사이먼의 노래 가사는 때때로 너무 자의식이 강한 시라는 비평도 있었지만 그들의 작품은 60년대 후반기를 통해 매우 문학적이고 솔직하며 정교하게 다듬어진 노래로 주목받았고, 이러한 작품들은 실제 세계 여러 나라의 영문학 교실에서 영어 교재로 채택되었다. 또한 이들이 발표한 대부분의 곡들은 공인 골드 앨범이 되었고, 대표적인 히트 싱글인 Sound of Silence, 영화 '졸업'의 사운드 트랙 Mrs. Robinson, The Boxer, 그리고 듀오로서의 마지막 앨범이 되어버린 The 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지금까지도 컬럼비아 레코드사 역사상 최대의 베스트셀러 음반으로 남아있다.
그들이 발산하던 천상의 하모니와는 달리 폴과 아서는 종종 음악적 불화로 인한 갈등관계를 유지했으며 이것이 결국 해산으로 이어졌다.
인기인을 영입하고자 하는 영화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영화분야에 집착하던 아서와 음악적 이견을 좁히지 못한 폴은 1970년 끝내 결별을 선언해 그들을 사랑하는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지만 그들의 고별앨범 The 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1970년 ‘올해의 노래’ ‘올해의 녹음’ 등 그래미상을 7개나 수상했고 미국에서 10주 동안 1위에 오르는 등 거의 1년 반 동안 차트에 머물며 1300만 장의 앨범 판매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전기기타와 베이스, 드럼 등이 가미되어 있지 않은 초기의 The Sound of Silence 오리지널 어쿠스틱 버전과 데뷔앨범 재킷. 프로듀서 톰 윌슨이 이 노래의 사운드를 편곡하지 않았다면 없었다면 지금의 사이먼과 가펑클은 존재할 수 있었을까?
해산 이후 솔로의 길을 걸으면서 폴은 아름다운 기타 아르페지오와 인디오 풍의 색감이 가미된 Duncan, Slip Slidin Away, 미국 코닥필름의 광고성 노래인 경쾌한 사운드의 Kodacrome, Late in the Evening 등을 히트시키며 왕성한 활동을 지속했지만, 아서는 결별 이후 대표곡인 All I Know와 달콤한 발라드풍의 Mary Was an Only Child, I Shall Sing 등이 담긴 앨범 Angel Clare(1973)를 히트시킨 이후 간간이 시집을 내는 등 조용히 지내고 있다.
특히 All I Know에 담긴 ‘당신은 내 가슴에 상처를 주고 나는 그대 가슴 멍들게 했지만 내가 아는 모든 것은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 뿐’이라는 가사는, 발표 당시 최고의 정상자리에서 결별을 선택한 폴의 고뇌를 이해한다는 의미로 세간에서 한동안 회자되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이들의 하모니를 잊지 못하는 팬들의 요청에 의해 지난 1981년 미국 센트럴 파크에서는 사이먼과 가펑클의 특별 공연이 열렸고, 무료관객 50만 명 이상이 운집한 팬들은 열광했다. 역사상 최초로 TV와 라디오 동시 방송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 공연을 통해 전성기와 다름없는 최상의 하모니를 연출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해체에 대한 아쉬움을 가중시켰다.
사이먼과 가펑클은 해체 이후 1981~1983년, 2003~2004년, 2009~2010년 등 미국 및 월드투어 특별공연을 위해 일시적으로 재결합해 그들의 노래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변하지 않은 영원한 사랑노래로 응답했으며, 서로 백발의 노인들이 된 지금도 크고 작은 무대에 서서 영원할 것 같았던 그 시절의 젊음과 사랑을 반추하게 하는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어서, 풍족한 열매를 내는 자연과는 반대로 사람들의 마음을 빈곤하게 만든다. 길을 걷다가 발길에 차이는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날리는 풍경 속에서 Scarborough Fair/Canticle의 기타선율이 가로수를 감싸며 들려오는 듯하다. 거의 모든 노래를 만든 폴, 솜사탕보다 더 부드럽고 달콤하게 불러주는 아서의 노래가 없었던들 우리는 이 가을을 더 쓸쓸하게 견디다 추운 겨울을 맞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위대한 그들이 있어 우리의 사랑과 추억도 위대하게 남아있는 계절이다.
(최기만/팝컬럼니스트)
노년에 이른 사이먼과 가펑클의 근황. 매년 한 달 보름동안 열리던 중세시대의 Scarborough Fair는 영국 중부의 해안도시에서 열리던 초대형 국제 시장이었다. 노래 속의 남자는 연인에게 보내는 이야기를 스카보로우 시장으로 가는 상인에게 들려준다. 요정의 질투로 헤어진 두 연인은 다시 만나기 위해 이음새 없는 옷을 만들거나 물 없는 우물에서 빨래하기, 가죽 낫으로 벼 베기 등 불가능한 일을 해야만 했다는 슬픈 전설에서 모티브를 얻은 폴 사이먼은 Scarborough Fair에 Canticle 형식을 얹어 Scarborough Fair/Canticle을 완성시켰다.
Scarborough Fair / Canticle
Sung by Simon & Garfunkel
스카보로우 시장에 가시나요?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와 백리향
그곳에 내 안부를 전해줘요. 한때 그녀를 진정 사랑했음을
그녀에게 삼베옷을 짜달라고 전해주세요 (깊고 푸른 숲 속 언덕 한 편에서)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와 백리향 (눈 덮인 갈색 담요와 잠옷 위로)
이음새나 바느질 자국 없이요 (참새를 쫓고 있는 산 아이는)
그럼 그녀는 내 진정한 사랑인 것임을 (클라리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잠들었네)
그녀에게 한 평의 땅을 찾아 달라 전해주세요 (나뭇잎이 흩뿌려진 언덕 한편에서)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와 타임 (은빛 눈물로 무덤을 닦아 내리자)
바닷물과 해안 사이의 어디쯤에요 (한 병사는 총을 닦으며 광을 내고)
그럼 그녀는 내 진정한 사랑인 것임을
그녀에게 가죽 낫으로 치라 전해주세요 (전쟁의 고함은 새빨간 부대를 가로지르고)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와 백리향 (장군들은 병사들에게 죽이라 명령하네)
벤 걸 모아 꽃다발을 만들어요 (싸우는 이유조차 잊어버린 싸움을 위해)
그럼 그녀는 내 진정한 사랑인 것임을
스카보로우 시장에 가나요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와 백리향
그곳에 내 안부를 전해줘요
한때 그녀를 진정 사랑했음을...
첫댓글 햐! 전교일등범생이대장 우연님 대단해요 언제 이런 글을 다 쓰셔요? 열정에 갈채를 !!!
열정이나 마나 세 글자로 Meechin-Nom이죠. 아니다 10글자구나. ㅡㅡ;
이거 쓰는데 아침먹고 야참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으니..
아, 오해 마세요. 미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뭐 그런 말도 있지 않나요?
근데 뭘 이루었는데 미쳤다고 자랑인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서두.. (내가 말하고도 미치겠다 증말..)ㅋㅋㅋ
이 사람들 이야기를 쓴다고 마음 먹은지 3년만에 쓰지만
쓰면서도 할 일을 한 것 같아 마음은 행복하더라구요.ㅎ
마음은 행복한데 시켜온 짜장면이 보통이라 실망하셨다는 말씀 ?
그래도 그게 어딘데요 누군 사흘 굶고도 짜장면 집을 그냥 지나갔다는데요 허긴 이 대사 너무 자주 써먹긴 하는거지만
그 말을 한 시인도 최신 개정판에서는 수정했다는 풍문도 있더라구요.
짜장면집을 한우 숯불갈비집으로..Believe it, or Not. 믿거나 말거나.. ㅋㅋㅋ
사람 갈비뼈로 여자 하나를 만드는데요 한우 생갈비면 여자 열 명은 댕길 수 있으니끼니 아직은 개정판 낼 돈도 의지도 없시유 ㅎㅎ
우리나라에서는, 1971년도에 이 영화가 개봉된 것으로 기억됩니다. 제가 처음으로 빠져들었던 음악들 (위 두곡과
로빈슨 부인까지 세곡)과 singer들이라서 연도가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좀 아이러니하네요, 우
연님 설명을 보다보니 그때는 벌써 사이먼과 가펑클이 해체된 후였었네요^^. 좋은 음악들과 수준 높은 글 감사드
립니다.
요즘이야 미국영화들도 한국최초개봉이라는 말을 가끔 듣지만 그 때는 한국업자들이 돈 있었습니까?
미국의 동시상영관에서도 간판을 내리면서 "개성공단 쫄딱 말했다. 창고 X값 떨이 대방출" 이런 때를 노리다
그 값으로 필름을 싸게 사와서 신상품처럼 개봉하다 보니
손 들었는데 버스는 이미 다음 정거장이더라는 그런 일도 생기곤 했죠.ㅎ
계모 로빈슨 부인의 농간에 뜨악한 관계를 가지다가 계모의 딸을 사랑해 결혼식장에서 그런 사단이 나는데
한국에서 상영이 금지되자 계모를 이모로 번역자막을 넣어 간신히 상영이 허가됐던가.. 그랬습니다.ㅋ
읽기에도 지루한 글인데 늘 관심있게 읽어주시고 또 격려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천상의 하모니 사이몬 앤 가펑클은 해체됐다 11년만에 다시 만나 공연을 하며 대 히트를 쳤군요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가사나 메리 워즈 온 온리 차일드의 멜로디가 넘 아름답지요 요정같던 가펑클도 세월의 수레바퀴에 짓눌려 노인이 되었으니 전성기의 듀오사진이 꿈처럼 느껴지네요 상세한 글과 동영상을 보며 감사드립니다 은행잎 날리는 거리 한귀퉁이에
차를 주차해 놓고 스카브로우 페어를 사랑하는 이와 함께 듣고 싶은 가을날입니다 최수필가님
이들의 노래 '스카보로우 시장'의 가사는 추억과 무관한데
박인희가 스카보로의 추억으로 번안해 부르는 바람에 그렇게 됐죠.
하지만 꿈결같은 멜로디는 듣는 우리들에게 박인환의 시같은 지난 추억을 자꾸 자극해
끝 모를 애수에 잠기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에게도, 또 우리에게도 저런 젊은 시절이 있었죠. 그 시간은 언제 우리를 스쳐 지나갔을까요?
글과 영상을 함께 나누며 이렇게 공감을 나누는 벗님들이 있기에 행복하기도 한 가을입니다.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