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영화화 소식과 함께 누군가 추천하는 글을 봤는데, 어떤 내용일까 궁금하던 차에 원작이 만화라는 말을 보고
얼른 e북으로 구입해서 보았다. (충동적으로 산 내 아이패드... 만화책 e북 보기에 최고의 기기라는 점을 깨닫고 돈이 하나도 안 아까워짐)
긴 내용은 아니고 4챕터 정도 되는 단편 만화. 단행본 안에 '마이 브로큰 마리코' 4챕터, 다른 단편인 '이사카' 1챕터 이렇게 수록되어 있다.
처음 내용을 접한 게 영화화 소식이라 그런지, '여행'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느껴졌는지는 몰라도
일본영화 특유의 잔잔한? 그런 서정적인 느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만화 원작은 엄청나게 과격하고 파워가 넘치는 내용이다.
일단 '장례식 간 다음에 유골함을 들고 튐'이 아니라 주인공이 아예 친구 아버지(가정폭력 범인)를 찔러 죽여서라도 유골을 가져오겠다는 생각으로
아예 식칼을 숨겨들고 단단하게 작정한 상태에서 친구 집에 무단침입을 한다. 거칠고 폭발적인 감정도 숨김없이 몽땅 드러낸다.
애초에 친구 마리코의 유골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도 어찌해야 할지 모를 감정 속에서 무작정 떠난 느낌에 가깝다.
가정폭력(폭행 및 성폭행, 언어폭력), 흉기 협박, 자살 자해 시도, 음주 흡연 등이 상당히 노골적으로 등장하므로 민감한 사람은 주의.
(마리코와 토모요의 관계 또한 정말 친한 친구이나 그 이상의 퀴어 서사로 볼 수 있는 여지 또한 상당하다.)
그만큼 친구 마리코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슬픔과 절망,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원망, 스스로와 세상에 대한 울분 등이 날것으로 표현된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할 수 없지만, 위의 사항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친구 마리코의 죽음 앞에 토모요가 쏟아내는 감정, 이를 해소하기 위해 떠난 곳에서 어떻게든 마무리되는 그 여정이 좋다.
감히 감동적이라고 말하기도 미안한, 슬프고 비극적인 소재의 이야기지만 결말이 너무 인상적이고 좋았다.
(일단 위의 공식 홍보컷만 봐도 주인공의 꼴초력(...)과 거친 성격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작품 내내 주인공에게서 술과 담배가 떠날 날이 없다)
작가 히라코 와카의 데뷔 후 첫 연재만화라 아직 신인이라고 볼 수 있는데, 거칠고 자유로운 느낌의 선과 연출로 주인공의 감정이 정말 무시무시하게 강하게 드러나는 느낌이라 이걸 영화에서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어떤 방식으로 만들지가 궁금해진다.
실제 사람이 연기하는 만큼 이렇게까지 강렬하게 전달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영화 나름의 느낌이 또 생기겠지?
영화화 홍보로 처음 접한 만화였지만 '이걸 영화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만화였다.
단행본 또는 e북 등으로 구입할 수 있고 분량이 길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으니 한번쯤 꼭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