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시 45 분 장터목 도착.
.
◈산 행 기◈
.
도깨비
입니다.
.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 원 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 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 만 오시라 ..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시라..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
.
♣반야봉 - 연하천
반야봉에서 결국 일출을 보지 못했습니다..
반야봉을 내려선다..삼도보에 올랐다...
삼각형 정상석만 외롭게 삼도봉을 지키고 있다..
삼도봉 계단을 내려선다...내리막 계단이니까 수월하다..
화개재에 도착해서 잠시 배낭을 고쳐 매었다...
젊은 남자 산님 한분이 토끼처럼 휑하니 토끼봉으로 꼬리를 감춘다..
토끼봉 오름은 지루하게 느껴진다...토끼봉 내림길도 빙판 길이라
내려서기가 까다롭다...
남녀 산님1쌍이 힘이드는지 얼굴에 인상을 쓰고 지나간다...
연하천 가는 계단에서 어제 노고단 대피소에서 만났던 산님을 만난다..
뱀사골 대피소에서 자고 출발했단다..
그 산님들이 먼저 나를 앞질러가고 다시 연하천에서 조우했다..
.
♣연하천 - - 벽소령 - 선비샘 - 장터목 ♣
연하천에서 배낭을 내리고 샘물을 먹고 물병에 가득채우고 먼저 출발을 했다.
잠시후 그 산님들이 또 나를 앞질러 간다..
어느 봉우리에 올랐을때 벽소령 대피소가 아스라히 얼굴을 내밀었다..
보기에는 가까워 보이지만 한참을 걸어야 했다.
벽소령에 도착해서 마지막 남은 라면을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벽소령에서도 그 산님들을 먼저 보내고 혼자 남았다..
한분은 대구에서 오신분이고 한분은 아들과 함께 왔고
또 한분은 혼자산행을 하고 있었다.
선비샘에서 정읍에서 오신 산님 한분을 만났다..
그분은 오늘 벽소령까지 진행할 예정이고 쌀을 씻고 있었다..
그 산님과 수다를 떨고 잇으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세석 산장을 그냥 통과하고 촛대봉에 올랐다..
촛대봉에서도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미끄러운 빙판길을 천천히 걸어가다보니 어느덧 해가 넘어가기 시작한다..
발걸음을 재촉하여 전망이 좋은 바위에 올랐다..
아마 연하봉으로 기억이 난다..
반야봉과 노고단 사이로 넘어가는 태양이
쓸쓸해보였다.. 해가 넘어가자 갑자기 어두워진다...
얼마후 장터목 산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취사장에는 몇몇의 산님들이 식사를 하는 중이었고,
내가 제일 꼴찌로 도착했다..
.
♣장터목 대피소에서 밤하늘의 블루스.... ♣
대피소 매점에서 라면2개와 햇반 하나 그리고 김치1켄을 샀다.
그리고 양재기에 끊여먹고나니 배가 뽈록 튀어 나와서 숨쉬기가 힘들었다..
대피소 내부에는 한증막 처럼 뜨거웠다..
밖으로 나왔다....하늘을 쳐다 보니 별이 반짝반짝 빛난다..
멀리 하동쯤 으로 가늠되는 방향에는 불빛이 반짝이고 있다..
그렇게 장터목의 밤은 깊어만 가고 있다..
따뜻한 대피소 2층에서 아무것도 덮지도 않고 잠을 잤다..
더워서 잠을 잘수 없어서 1층으로 내려와서 잠을 청할수 있었다..
더운 공기가 위로 올라간다는 대류현상 때문에
천정 부근이 더 덥게 느껴진다는 사실.....
.
.
.
.
.
.
.
산 행 추 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