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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고전문학을 낯설고 어려워하지만, 고전문학 작품들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다. 특히 고전소설은 어렸을 때 옛날이야기로 알고서 듣고 자란 경우가 많고, 어린이용 도서로 출간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작품을 자세히 읽지 않더라도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고전소설을 읽으면서 그 내용에 공감하고, 때로는 주인공이 처해진 상황에 대해서 안타까움이나 행복한 결말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흔히 고전소설의 주제를 ‘권선징악’이라는 한 단어로 규정짓기도 하지만, 실제 작품 속의 상황은 매우 다채롭고 작품이 던져주는 의미도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고전소설 속의 배경이나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은 오늘날의 그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창작 당시의 상황을 유추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작품에 사용된 용어나 표현들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이해하는 것에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 속의 상황을 이해함으로써, 우리 역사에 대해서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특히 이 책은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그려내고 잇는 고전소설 작품들을 대상으로, 문학과 역사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생각된다. 구체적인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상상적 허구로 창작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앞서 고전소설의 주제를 ‘권선징악’이라는 용어로 규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했는데, 독자들은 그럼에도 선한 주인공의 승리를 기대하면서 작품을 읽었을 것이다. 작품의 주인공이 악인들에 의해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마침내 악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결말의 상황에 대해서 환희를 느꼈을 것이라 하겠다. 21세기의 현실에서도 선과 악이 대립하고, 오히려 악한 존재가 다수의 사람들을 억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권력이든, 자본이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존재들에 대해서 개인들은 한없이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 책에는 모두 15개의 고전소설을 대상으로 ‘고전소설을 통한 역사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홍길동전>과 <전우치전>을 비롯한 영웅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때로는 지배 권력에 무력하게 노출되어 있었던 당시의 민중들의 삶에 위로를 던져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작품들을 읽었던 독자들 역시 작품 속 주인공들의 활약을 통해 다소의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당대의 고통을 받고 있던 민중들을 위해서 영웅적 자질을 발현시켰기 때문이라 하겠다. 이미 교과서를 통해서 그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을지라도, 이 책을 통해서 조선시대를 살았던 민중들의 삶과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 대해서 보다 깊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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