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다르게 새롭게 깊게]를 꿈꾸는 천일기도 204일째
무더운 한낮, 선풍기 빙빙 돌아가는 도서관에 몇명이 모였어요. 곧 오시게 될 [여류 이병철선생님 맞이모임]해요. 올해 초 선생님께서 쓰신 한글자, 성省. 오늘은 눈에 보이는 것들로 나를 속이지 말자, 하는 마음이 크게 일렁입니다. 선생님 시 한편 읊어봅니다. 옴마니반메훔. 관옥나무보살.
사금파리
냉장고 속에 위태롭던 사발 그예 바닥으로 떨어져 하얀 사발은 산산조각 깨어지고 담겨 있던 쌀이 쏟아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얀 쌀과 함께 흩어져 있는 사발의 하얀 조각들 그 사금파리들을 쌀과 함께 쓸어 담아 버리려다 이 쌀이 어떻게 왔는가 하는 생각과 굶주림으로 퀭한 먼 나라 아이들의 눈망울이 어른거려 하얀 쌀에서 하얀 사금파리들을 골라낸다 아니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사금파리 속에서 한 톨 한 톨 쌀알들을 건져낸다 사람을 한번 보곤 대번 분별하며 딱지 잘 부치던 내 눈도 하얀 쌀알과 짤게 깨어져 있는 하얀 사금파리들은 쉬 구분하질 못한다 눈보다 더 믿을 수 있는 게 손의 감촉 쌀알은 부드럽고 사금파리는 날카롭다 부드러운 쌀은 먹을 수 있는데 볕살 아래 보석처럼 반짝이는 저 날선 사금파리는 먹을 수 없다 살아 있는 것이 부드러운 까닭은 이 때문일까 내 지난 삶의 많은 날들을 날선 사금파리처럼 살아왔을지도 몰라 여태껏 내 사랑이란 네게 다가갈 때마다 상처만 주는 사금파리 같은 것이었을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