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인가. 나는 나다. 하찮은 개미 한마리까지도 결코 하찮은게 아니다. 개미가 개미로 존재하는게 당연하고 극히 존귀한 일이다. 그걸 알면서도 개미만도 못해선가, 나는 내가 아닌, 다른 뭔가가 되고싶어하면서 평생을 살았다. 참새한마리도, 까마귀 한마리까지도 자신의 삶에 열중하고 있는데 하물며 사람이라며 나는 나 된 사실에 기뻐하지도 감사하지도 않았다. 지지궁상인게 누구 탓이라도 된듯 늘 헛되이 딴곳을 바라보며 지금도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개천의 용이된들 행복할까. 개천의 용이 되어보지 못했으니 알길이 없다며 헛소리를 하고있다. 행복은 멀리있는게 아니라고 했다. 뜻밖의 행운이 행복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있다. 준비되지 않는 그릇은 깨어지는게 당연한 수순이다. 깜량이 안되면서 욕심만 앞선다면 반듯이 재앙을 만나는것도 당연하다. 기온이 31도에서 21도로 내려가는대는 한달도 안걸렸다. 더워서 얼음팩을 끼고 잠을 잤던게 한달도 체 안된다. 그런데 지금 내의도 입었고, 패딩 조끼를 당연하게 입고있다. 몇일전에는 외출할때 털복숭이 잠바도 입었다. 비가 그치면 기온이 더 내려간다더니 그렇지는 않아서 대행이다. 일기예보는 맞기도하고 안맞기도한다. 이번 겨울엔 몹시 추울거라고 한다. 이 예보가 안맞기를 바라고 있다. 따뜻한 겨울이었으면 좋겠다. 추워야 생계를 챙기는 직업도 많다고 알고있다. 그럼에도 내 이기심은 춥지않은 겨울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내가 추운것은 별도로 하고 가스요금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만 그런것일까. 어떤 회사들은 돈 잔치를 했다는 얘기도 있는가 하면 공기업이나 국가 부채는 치솓고 있는 중이란다. 공직자들은 너도나도 자기 호주머니 불리기에 충실한것 같고, 서민들의 삶은 더 고단해지고 있는데, 해결방법은 어디있을까. 무조건 동결만이 회답은 아닌것도 안다. 내핍생활은 하층민들에게 지긋지긋하다. 어쩌면 잠시잠깐이라도, 한번만이라도 사치를 누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는 중일수도 있다. 나만 그런가. 가령 죽기전에 한번쯤이라도 호사를 누려보면 어떨까 싶어서 말이다. 부족한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말인가, 위선인가. 둘다라는게 옳지않을까. 어느분은 감사일기를 쓴다고 했다. 애써 쓰다보면 감사할게 많다는 말도 어쩌면 진심일수 있다. 그런데 억지로라도 쓰라는 것은 실천이 쉽지 않을것 같다. 내 감사는 뭘까. 얼마나 거짓스럽고 인위적인 것인가도 생각하게 된다. 아니, 은혜아닌게 없는것도 사실이다. 하루 한순간도 감사가 아닌게 없는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억지스럽다. 곧 찬서리가 내릴탠데, 채송화며 국화가 곱다. 빈약하고 누추한 화분들을 보며 흡족해하고 있는것도 진심이다. 그러면서도 넉서리한 화단에 홀리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아니, 선택이 아니다. 이것은 이것대로 좋다는 생각은 틀린게 아니다. 나는 나대로 만족하며 살면 되는것이다. 꼭 극단적인 양자선택을 강요하는게 아니다. 창공을 나는 독수리가 아름답듯이 텃밭을 폴짝거리는 참새도 충분히 아름답다. 자기 삶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면 그게 어떤 것이던 충분히 아름답고 장한것이 될태니까. 그리고 나도 이만하면 장하다. ㅎㅎㅎ. 재순아, 충분해. 빚없이 살아서 다행이고, 구박덩어리 아니어서 좋고, 여전히 내가 나여서 더욱 좋은데, 말년에 빈둥대며 유유자적할수 있는 은혜가 내게 주어졌으니 뭘 더 바라? 이만하면 최상급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