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으로 돌아오며 가입한 귀농카페에,
오늘 어느 할머니께서
고구마순김치에 대한 글을 올리셨다.
첫손주가 너댓살부터
고구마순김치만 유독 잘 먹길래
그 애 때문에 고구마를 심어왔는데,
좀 컸다고 입맛이 변했는지
이제는 안먹더라고,
그래서 내년부턴 고구마를 심지 않을거라는 얘기가 마지막 구절이었다.
나는 그 부분에서 할머니의 씁쓸한 표정이 읽히고 있었다.
어린 손주가 기특하게도
할머니가 만든 김치를 맛있게 먹으니
손톱이 까매지도록 고순이의 껍질을 벗기고 데치고 해서
김치를 담그셨을텐데,
이제는 고구마를 심을 일도
더운 날 고순이를 꺾을 일도 없을테니
몸은 편해도
마음 한 편은 시원섭섭한 그런 느낌이
전해졌다.
나는 돌아가신 내 할머니 생각이 나
답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지간해선 답글을 달지 않는 나인데,
할머니의 섭섭함에 뭐라도 한 줄 써서
위로를 해드리고 싶었다.
아마 손주가 좀더 크면
어느날 문득 할머니가 해주셨던
고구마순김치가 생각날 거예요.
사람은 커가면서 가끔
어릴 적 먹었던 음식이
정겹고 그리워 목이 메곤 하지요.
저도 할머니와 같이 살았었기에
옛날 음식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었답니다.
어릴 때 가마솥에 밥을 해먹던 시절이었는데요.
소금에 절여놨던 동태를 몇 조각
가마솥에서 쪄내곤 했지요.
그 짠맛이 서른 중반쯤에
갑자기 생각나서
늦은 저녁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어요.
할머니? 나 그거 먹고싶은데
어떻게 만드는 거예요? 라고
여쭤봤는데
할머니는 그 질문이 그렇게 반가우셨는가 "그게 먹고 싶었냐?"
환히 웃으며 답해주셨지요.
아마 손주도 언젠가는 저처럼
그런 어릴적 먹거리로 인해
다시금 할머니께 김치를 청하는 날이 있을 겁니다..
#고구마순김치
#할머니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