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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문화시설 밀집지역인 우에노 온시 공원(上野恩賜公園) 안에는 “어린이 책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며 미래를 열어간다”는 비전을 가지고, ‘아동서 전문도서관’, ‘어린이와 책의 만남의 장소’, ‘어린이 책 뮤지엄’이라는 세 가지 미션을 실행하고 있는 <국제어린이도서관(国際子ども図書館)>이 있다. 이 모든 것이 111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 안에서 구현되고 있다하니 안 가볼 수가 없다.
우에노 역에서 나와 국립서양미술관을 지나 도쿄국립박물관과 마주보고 분수대까지 걷는다. 그 끝에서 왼쪽으로 숲길을 따라 가다가 사거리에 닿으면 대각선 방향으로 빨간 벽돌 건물의 구로다기념관(黒田記念館)이 보인다. 기념관을 마주보고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갑자기 우아한 르네상스식 건축물을 만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 최초의 국립 아동서 전문 도서관인 국제어린이도서관이다. 도서관 가는 길에서 만난 문화 명소와 우에노 온시 공원의 풍경만으로도 이미 가슴은 벅찼는데, 드디어 백 년을 넘긴 역사적인 건축물 앞에 서자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해인을 포함해 도서관의 인상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분주한 몇 분을 보냈다. 그런데 사진을 찍다보니 웅장하면서도 섬세하고 우아한 석조 장식이 돋보이는 르네상스식 건물 앞에 왜 유리상자 구조물이 있는 걸까란 의문이 들었다. 마치 이 건축물이 가진 전체 스토리의 복선처럼 보였다.
[부연: 1906년부터 국립국회도서관의 지부로 사용되던 이 도서관은 2000년에 국제어린이도서관으로 재탄생하였다. 이러한 역사는 벽돌관에 고스란히 남아있고, 2002년부터 안도 타다오(あんどうただお, 1941~)가 증개축에 참여하여 2015년 신축된 아치관이 포함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안도 타다오는 메이지 시대 서양 건축물의 대표였던 도서관의 원형은 그대로 유지한 채 노출콘크리트와 유리를 사용하여 유리 박스 구조물을 세웠다. 원형은 보존하면서도 밖에서도 도서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정면에 돌출되어진 유리상자 구조물은 석재를 사용한 르네상스식 건물이 주는 위엄과 무게감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건축한 이유로 원 건물의 웅장함을 유리 구조물로 상쇄시켜 어린이전용도서관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곽시키기 위함이란 주장이 설득력이 있게 다가왔다. 이 구조물이 벽돌관과 약간 사선을 이루고 있는 점도 의아해 했는데, 이 역시 어린이에게 보다 친근감 있게 다가서려는 의도로 설명되었다.]
클래식함과 모던함이 극한 대조를 이루며 부자연스러워 보이면서도 원래 한 몸처럼 보이기도 한 유리상자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벽돌관의 묵직하고 엄숙한 분위기 때문인지 해인이 마저도 차분해 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1층부터 3층까지 뚫린 계단이다. 흰색 벽 아래로 띠 벽지처럼 둘러진 벽돌 벽을 따라 올라가면 층마다 높은 짙은 밤갈색 격자무늬 나무창문이 한껏 빛을 끌어 모으고 있다. 여기에 구부리고 두들겨 대칭과 반복으로 멋을 낸 검은 색 청동제 난간이 유리로 감싸진 채 함께 따라 올라가면서 고풍스런 느낌을 더하고 있었다. 그 끝에 100세가 넘은 샹들리에가 과거에서 현대까지를 영롱하게 조명하고 있었다. 나무창틀이나 벽돌이나 청동과 몰딩이 100년 전의 것 것도 놀라운데 샹들리에까지! 복원과 관리에 대한 일본인들의 강한 의지를 알게 하는 산물이다. 이러한 풍경이 어린이도서관 답지 않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오히려 이곳을 드나드는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어릴 때부터 역사적 가치를 어떻게 보존하고 가꾸는지 몸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장이구나 싶어 한편 부러웠다.
천정 끝에서 백세를 살아 온 샹들리에
계단의 감상을 접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치형 복도를 가로질러 입구에서 보았던 유리상자 구조물과 대칭을 이루고 있는 공간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은 까페다. 처음 왔을 때 맛보았던 오무라이스와 무료로 제공되는 차 맛이 좋아 도서관에 올 때마다 이곳 까페를 이용하는데, 반드시 음식의 맛 때문만은 아니다. 도서관의 건축미를 즐기며 식사와 차를 즐기는 경험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특히 야외테이블에서 벽돌관을 바라보면 예전 건물이 마치 유리 상자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를 데리고 식사하기에 가격도 저렴하거나와 이만큼 아름답고 여유로운 공간도 드물지 싶어 점심 식사 장소로 적극 추천한다.
1층에는 그림책을 비롯한 여러 모임을 위한 ‘이야기방’과 140여국 나라와 지역에서 발간된 아동서들을 볼 수 있는 ‘세계로 열린 방’, 책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소규모 놀이방까지 갖춘 ‘어린이방’이 있다. 특히 어린이방의 경우는 천정 전체가 조명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어린이방 어느 곳에서도 빛의 구애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계로 열린 방에 한국 그림책들이 있는 것은 당연한데도 막상 실체를 보니 기쁨이 컸다. 복도 끝으로는 어린이도서관답게 모유 수유실, 기저귀를 갈 수 있는 아기 침대뿐만 아니라 분유를 탈 수 있는 뜨거운 물도 항시 준비되어 있었다.
세계로 열린 방
2층에는 우아한 아치형 복도 양끝으로 주로 중고생들의 자료조사에 도움이 되는 책들이 비치된 ‘청소년연구실’과 메이지(明治)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본 어린이책의 흐름을 전시를 하고 있는 ‘아동서갤러리’가 있다. 갤러리 안쪽에는 서고와 책을 운반하기 위해 메이지시대에 만들었다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흥미로웠다. 이뿐 아니라 아동서갤러리에는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회반죽으로 마감한 흰색 벽과 장식을 더한 천정, 서가는 물론 창문틀, 서고 입구 문, 의자, 안내 데스크 등을 짙은 밤갈색으로 마감하여 우아하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높은 층고와 함께 눈길을 끄는 건 기둥 끝과 천정의 르네상스식 문양 그리고 이슬처럼 매달린 조명이었는데 이 모든 것이 어루러져 갤러리가 더욱 귀족스럽게 느껴졌다. 그 공간에서 해인과 난 16세기 서유럽 어느 왕족의 모자가 된 기분이랄까. 이런 느낌으로 서가를 돌며 일본 최초의 그림책부터 신간까지 볼 수 있으니 어찌 특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도서관을 올 때마다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곳 사서로부터 해인과 나를 위한 그림책 세 권을 추천 받았다.
아동서갤러리는 사진촬영이 금지된 줄 모르고 찍었다.
3층에 올라가면 또 어떤 것들이 우리를 놀라게 할까? 한껏 기대감을 가지고 계단을 오르는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자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높은 층고에 한쪽은 원래 도서관 건물의 벽돌벽이고 중앙에는 넓게 확장된 마루바닥, 다른 한쪽은 전면이 유리벽으로 신축된 라운지다. 상상도 못한 공간이었다. 유리벽 쪽으로는 벤치가 마련되어 창 너머로 펼쳐지는 우에노 박물관 일대 풍경을 감상하며 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뮤지엄으로 들어가는 문들은 석조물과 벽돌을 간격을 두어 가며 아치 모양으로 쌓아 모양은 물론 색의 변화까지 주며 장식되어 있었다. 뮤지엄 안은 또 어떤가! 회반죽으로 수작업 한 벽과 좀처럼 입이 닫히지 않는 호화로운 천정과 기둥, 밤갈색 격자무늬 창문, 이슬 같은 조명이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고전주의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곳은 주로 전시공간으로 우리가 갔을 때는 <그림책을 통한 세상(세계 사서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전시회가 열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국의 그림책들을 만나니 무척 반가왔다. 아쉽게도 사진 촬영이 금지 되어서 전시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다. 대신 전시된 책들을 공책에 부지런히 적었다. 한국그림책으로는 <파도야 놀자>, <엄마 마중>, <설빔, 여자아이 고운 옷>, <십장생을 찾아서>, <마음의 집>, <감기 걸린 날>, <노란 우산>, <만희네 집>, <아씨방 일곱동무>,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가 전시되었다.
다른 나라 그림책 중에는 <구룬파 유치원>, 핀두스 이야기 중 <아주 특별한 생일 케이크>,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세 친구>, <난 말이야>, <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은 맡기지 마세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 <짖어봐 조지야>, <눈오는 날>, <눈사람 아저씨>, <내 인형이야> 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밖에 아프리카나 인도, 퀘백 등의 전 세계의 그림책들도 볼 수 있어서 더 특별했다.
벽돌관 3층 홀은 도서관의 역사와 매력을 소개하는 전시 뿐 아니라 음악회 등의 이벤트를 개최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클래식 연주회가 열린다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 아치관에는 ‘아동서연구자료실’과 ‘연수실’이 위치했다. 아동서연구자료실에는 방대한 양의 어린이 책을 보관하고 있다고 해서 찾았는데 18세 이상만 출입을 허락하고 있어서 해인과 나는 내부를 볼 수 없었다.
클래식하고 중후한 분위기가 넘치는 벽돌관 3층 홀
메이지, 쇼와, 헤이세이라는 시간을 거쳐온 건물과 이를 지키고 미래까지 이어가려는 정신과 손길을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 그곳에 40만 여권의 어린이 도서가 소장되어 있고, 65만 권의 책을 보존할 수 있는 서고까지 있다. 또한 “어린이 책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며 미래를 열어간다”는 비전을 실현하고 있으니 한 아이의 엄마로서 어린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국제어린이도서관은 참으로 고맙고 행복한 곳이다.
아이를 데리고 일본을 여행한다면 가족 모두가 즐길만한 문화공간으로 우에노만한 곳도 없다. 일본 혹은 아시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동물원, 과학관, 미술관, 박물관, 유적들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공원까지 누릴만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중 국제어린이도서관을 빼놓지 않길 바란다. 아니 1순위로 권하고 싶다. 아이와 함께 하는 우에노에서의 추억이 보다 특별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어린이도서관과 더불어 아이와 함께 하면 좋을 추천 코스>
국제어린이도서관을 둘러보며 책을 보고 → 도서관내 까페에서 점심을 먹은 후 → 국립서양미술관에서 작품 감상하고 → 우에노 온시 공원을 돌아본다.(하루 일정일 경우) |
*우에노 문화시설들은 모두 5시에 종료한다. 이 점을 고려해 일정을 계획해야 한다.
*우에노에서의 일정은 하루만으로는 부족하다. 최소 이틀 정도를 할애하며 돌아 볼 것을 권한다.
*우에노에는 길거리 음식들이 많다. 벚꽃 시즌에는 다양한 먹거리 축제도 많이 열린다. 이곳을 돌며 저녁을 먹어도 좋은데 대부분 5시면 문을 닫는다. 이럴때 추천하고 싶은 곳이 바로 ‘파크사이드까페(Park Side Cafe)’이다. 아이들과 식사하기 좋은 널찍한 야외 테라스에서 우에노 공원을 바라보며 식사하는 것도 추억거리일 듯하다.
*국립서양미술관은 근대 건축의 3대 거장 중 한 명인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가 1959년에 설계한 본관과 그의 제자 마에카와 구니오(前川國男)가 1979년에 설계한 신관으로 나뉘어져 있다. 입구 마당에는 로댕의 <지옥의 문>,〈생각하는 사람>, <칼레의 시민> 조각상을 무료로 볼 수 있다. 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을 비롯해 인상파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중세 후기에서 18세기 말 사이에 성서를 주제로 제작된 종교화들도 볼 수 있다. 소장된 미술품은 물론 건축적 가치도 높은 미술관은 놓치기 아까운 문화 명소다.
*우에노국립과학박물관은 일단 규모가 크다. 일본관이 3개 층, 지구관이 6개 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자연과학, 우주, 생물진화 등 다채로운 볼거리로 가득하다. 한 곳만 보는데도 반나절은 걸리므로 충분히 시간을 가져야 한다. 박물관 외부에는 거대한 흰수염고래(시로나가스) 동상이 눈길을 끌고 일본관의 경우는 유형문화재가 될 만큼 아름다워 이 또한 볼거리다. 과학박물관이라 해도 어른에게조차 흥미로운 전시들이 많아 여러 번이고 자주 가고 싶은 곳이다.
*우에노동물원은 1882년 3월 20일 문을 연 일본 최초의 동물원이다. 원내는 동원과 서원으로 나뉘어 있어 모노레일로 연결되어있다. 해인이의 경우는 50종류 이상의 작은 동물을 전시하는 서원쪽을 더 좋아했는데 "초등짐승관", "양서파충류관", 마다가스카르 섬에 서식하고 있는 동물들을 모은 "아이아이가 사는 숲"이 볼거리다. 동원의 간판스타는 자이언트 팬더. 수컷과 암컷 2 마리가 우에노동물원에서 최초로 사육되었는데 최근 새끼를 낳아 화제를 낳았다.
벚꽃 시즌에는 우에노공원 주변으로 길거리 음식 축제가 열린다.
우에노공원 벚나무 아래에서 하나미(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찾아가는 곳: 110-0007 다이토구 우에노 공원 12-49
개관시간: 9:30~17:00 (정기휴일 월요일, 공휴일, 연말연시, 셋째 주 수요일)
참고: 홈페이지 URL:http://www.kodomo.go.jp/english/
첫댓글 음~ 그리운 곳!
다음에 가게 된다면 국제어린이도서관에서 하루, 서양미술관서 하루, 과학관에서 하루, 동물원에서 하루, 이렇게 4일은 잡아야겠어요.
언제 다시 간다지요?
맞아요! 우에노는 하루씩 잡으며 둘러보면 최고죠!^^ 언제 오실건가요?
그러게요.
언젠가 훌쩍...
올해는 좀 정착형으로 살게될 줄 알았더니 여전히 방랑추구형으로 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