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할머니의 딸이 하는 식당은 부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건물은 낡았지만 식탁이 여남은 개 놓여 있을 정도로 실내는 넓었다. 부두가 가까워서 뜨내기 손님이 많은지 출입문 위엔 '나그네 식당'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할머니의 딸은 은주 고모와 나이가 엇비슷해 보였다. 점심이 나오자, 할머니는 자기 밥그릇에 있는 밥을 내 밥그릇에 덜어 주면서 걱정스레 말했다.
"많이 먹그라. 객지에 나오면 배곯는 설움이 제일 큰 것인께."
나는 순간적으로 콧등이 시큰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밥을 다 먹고 나자, 할머니의 딸이 다짜고짜 나에게 호통치듯 말했다.
" 너, 뭣 땜시 집 나왔어? 씰데없는 생각 말고 다시 돌아가그라. 에미, 애비 속 좀 그만 썩이고!"
나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할머니가 거들었다,
"에미 찾는다고 하더구먼."
그러자 할머니의 딸이 까르륵 하고 웃었다.
"고 방울만한 녀석이 거짓말도 상당하게 하네. 느이 어무니는 집에 있을 것인디 목포 바닥에서 으찌께 찾는다냐?"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할머니의 딸은 나 같은 놈은 수도 없이 많이 봤다는 태도였다.
"너 몇 학년이냐? 아직 학교 댕길 나이로 보이는디, 학교나 졸업하고 집을 기어나와도 나와라. 으이구, 이 녀석!"
할머니의 딸은 기어코 내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나는 순간,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꾹 참았다. 성깔대로 했다간 세상을 살아나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목포 바닥에 있다간 언제 집으로 잡혀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친 김에 서울로 가 버리자고 마음먹었다.
할머니의 딸은 나에게 자기 집에서 자고 내일 아침 배로 할머니와 같이 다시 돌아가라고 윽박지르다시피했다.
이마빼기에 피도 안 마른 조그마한 녀석이 일찍 도시물 먹어 봐야 건달밖에 더 되겠느냐는 것이 할머니 딸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나는 이미 인생이 뭔지 나름대로 겪을 것 다 겪고 집을 나온 것이다. 그런데 나보고 마빡에 피도 안 마른 조그마한 녀석이라니!
나는 거기 있다간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아서 잘 먹었다는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선 후닥닥 뛰쳐나왔다.
막상 나그네 식당을 뛰쳐나오긴 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길 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기차 타는 역을 물으며 걸었지만, 역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도시의 거리는 어마어마했다. 길가로 죽 늘어선 상점들, 길거리를 씽씽 달리는 차들, 그리고 어깨를 부딪히며 걸어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
나는 조금씩 주눅이 들기 시작했다. 목포가 이 정도면 서울은 얼마나 더 대단할까?
나는 바지 주머니 속의 돈이 잘 있는지 수시로 만져 보면서 길을 걸었다. 걸어도 걸어도 그 길이 그 길 같았다. 발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걷고 나서야 목포역을 발견했다.
태어나서 여객선도 처음 타 봤는데 이젠 기차까지 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뛰었다.
'이제 기차 차례다!'
역사 너머로 기차가 보였다. 기차를 보자 벌써 서울에 다 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배를 탈 때처럼 표를 끊지 않고 적당히 따라 들어갈 만한 사람을 찾아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배를 탈 때처럼 공짜 차를 타야 쓸 것인디…….'
여객선과 달리 기차는 타기가 훨씬 복잡했다. 어떤 시간에 어떤 차를 타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개찰구 앞에 떡 버티고 서 있는 제복 입은 아저씨의 자세도 배 검표원과는 달랐다. 더구나 그 아저씨는 아까부터 나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나같이 '쥐방울만한, 쬐끄마한' 것들이 공짜 차를 자주 타서 그러는지도 몰랐다.
나는 대합실에 피워 놓은 난롯가에 앉아서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지금까진 그래도 일이 수월하게 잘 풀렸는디…….'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난롯가에 앉아 있는데도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 아침부터 긴장한 채 일찍 설쳐서 그런지 엉뚱하게도 졸음까지 밀려왔다.
"야, 임마, 일어나!"
나지막하나 거친 시비조의 목소리였다. 하마터면 난로에 이마를 찧을 뻔하면서 잠을 깼다. 검게 물들인 군대 야전(野戰) 점퍼를 입은 청년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판단을 해야 했다. 튀느냐, 대꾸하느냐…….
청년은 깡말랐다. 그래서 그런지 얼굴은 더 날카로워 보였다. 역 직원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튀기로 마음먹었다.
사람의 머리는 아주 짧은 순간에도 여러 생각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는 걸 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나는 불과 10초도 안 될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을 했다.
도시에 나가면, 특히 역 주변에 불량배가 많다는 소리 정도는 도시 경험자들로부터 많이 들은 이야기이다.
가시나들은 친절하게 다가오는 아줌마를 조심하고, 머시마는 거칠게 말을 거는 청년을 조심하라!
떠났다 돌아온 이들이 들려 준 가출 요령 제1장 1조에 나오는 수칙이다.
친절한 아줌마는 틀림없이 술집 주인이고, 거친 청년은 틀림없이 껌팔이 두목 아니면 소매치기 두목이다!
나는 청년을 쳐다보는 척하다가 잽싸게 일어나서 역사 밖으로 튀어나갔다. 뒤에서 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나는 앞만 보고 한참을 달렸다.
"어유, 까딱했으믄 큰일날 뻔했네."
역에서 100미터쯤 멀어진 뒤에야 뒤를 돌아보았다. 따라오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걸음을 멈췄다.
그제서야 부르튼 발이 아프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은 모두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종종걸음을 쳤다. 짧은 겨울 해는 이미 꼬리를 감춰, 거리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제 어찌코롬 해야 되까?'
그러나 별로 뾰쪽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늘 서울 가는 기차를 타지 못하면 잠은 어디서 자야할지 우선 그것부터 걱정이었다. 저녁밥도 먹긴 먹어야 할 텐데, 밥을 싸게 먹을 수는 없을까?
나는 나의 재산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그 순간, 바지 주머니 속의 돈이 퍼뜩 떠올랐다. 어? 그런데 잡히지 않았다. 돈이 업어져 버린 것이다. 세상에! 눈앞의 길과 건물이 출렁했다.
아무래도 아까 그 야전 점퍼를 입은 청년의 짓인 것 같았다. 도시에선 눈감으면 코 베어 간다더니 그 말이 딱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당장 역으로 쫓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 청년은 틀림없이 아직도 역 근처에서 어슬렁대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고 여럿이서.
그들에게 잡히면 끝장이다. 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오늘 저녁을 당장 어디서 보내야 할지 대책이 서지 않았다.
가출 요령 제2장 1조에 잠은 주로 역에서 자면 된다고 되어 있었는데, 나는 지금 역으로 갈 수도 없다.
새삼스레 집 생각이 났다. 이어 배에서 만났던 할머니 딸 집을 떠올렸다. 그러나 내 길눈으론 그 곳을 다시 찾아갈 능력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날까지 어두워져 앞인지 뒨지 천지간을 분간할 수도 없다.
(후략)
느낀점
: 이 소설은 어.. 어느 한 소년이 집에서 가출을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아
마도 아주 촌구석에서 온 사람같았다. 사투리를 쓰는게 좀 재밌었고, 가출 요령 제1장,제2장
하는 것도 재밌었다. 목포에서 서울로 가서 엄마를 찾는 것 같았는데 도시에 처음 온 그는
아무 것도 모른채 두려워했다. 돈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그가 좀 불쌍했다.
앞 부분과 뒷 부분이 나오지 않아서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식당 할머니는 착한 사람
인 것 같은데, 그 할머니의 딸은 주인공에게 아주 좋지 않게 대한다. 이 세상은 그에게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