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음식에 대한 도전은
언제나 같은 시작점을 갖는다.
'과연 어떤 맛인가?'라는 궁금증. 이것은 호기심으로 커져
결국엔 '내가 만들고 만다!' 라는 즐거운 결심에
드디어 바질 페스토를 완성했다.
텃밭에 뿌린 바질씨앗은 기대이상으로 잘 자라주었고,
재료를 사들고 왔으니 마음이 급해
천둥이 치는 중에도 나는
바질을 뜯었다.
얼린 마늘도 있으나
싱싱함을 더하고자 생마늘을 넣고
견과류도 볶아서 넣고
비싼 치즈도 넣어 갈아주었다.
그런데 믹서 뚜껑을 열고
한 숟갈 맛을 보는 순간 알았다.
아, 맞다.
나는 바질 페스토를
먹어본 적이 없구나!
그러니 이것이 잘 된 건지 엉망인 건지 알 수가 없다.
몇 달 전부터 영상에서 자주 보이니
바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호기심으로 만들겠다 한 건데,
기본적으로 이것이 어떠한 맛인지는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믹서를 닦고 뒷정리를 하면서도
"이거 제대로 만든 거 맞나?
원래 이 맛이 나는 거 맞나?"
혼자 중얼거렸다.
물론 내 입맛에 맞춰 만들었으니
내겐 괜찮지만,
팔순을 바라보는 엄마에겐
오이지무침이나 짠지가 필요할
것이다.
다행히 다빈은 바게트빵에 발라서
맛있다며 잘 먹었다.
6월 하순에 씨앗을 뿌려
8월 중순에 수확물을 얻으므로
바질은 착하고 향긋한 작물이다.
지루하고 더운 여름이 내겐,
바질을 키워 페스토를 만들기 위한
시간으로 채워졌으니
이제 궁금증도 풀렸고
설사 이 맛이 아니라고 해도
내 입맛에 맞으면 된 거고,
바질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에
내가 흐뭇했던 시간이었으니
그거면 됐다.
저녁에는 푸실리를 삶아서
냉파스타를 만들기로 한다.
문득 율무베개를 만들겠다고
3년을 연속 키웠던 일이 생각났다.
이런 식으로 뭔가를 만들고자 할 때 작물부터 키워버릇 한다면
세월은 금방이겠다.
이것은 바로 내가 바라는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