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맞은 것 처럼
구멍난 가슴에.."
굳이 노래가사를 들먹이지 않아도
세상사 살다보면 슝슝 구멍으로 힘들때가 많다.
온갖 장애와 부족함이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 아이들을 위해 늘 고민하고 노력하는 나에게도
힘든 날들은 늘 계속되고 있다.
그대! 견딜만 한가!
우리 반에 석환이라는 놈이 있다.
5학년 12살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1살정도의 지능을 가졌다고나 할까?
늘 애기같은 표정으로,
애기같은 모습으로..
해 맑다.
처음 내게로 올 때 늘 휠체어에 앉아
잠이 덜 깬 모습으로 목을 널어뜨린채
힘없이 앉아 있었다.
작년 다른 반이였지만
1년 동안 늘 자는 모습만 보여주었던 아이
경기를 한 날이면 응급실을 드나들고
학교에서 조차 침대가 필요한 극도의 병약한 아이
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가엾은 상태..
그렇게 석환이와 나는 만났고 시작을 하였다.
휠체어 없이는 이동할 수도 없어
6층까지의 길이 너무나 힘든길이고,
대소변 모두를 기저귀를 의지하니
때맞추어 갈아주어야 하며
늘 잠에, 약에 취해 있는 아이를
목놓아 부르고, 자극하고
겨우 물 말은 밥 몇숟갈,
그것도 못 먹는 날이면 치즈 몇조각에 우유로
하루 하루를 버티는 아이는 너무나 힘들어 보였지.
그렇게 시작되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아이를 그대로 둘 수 없었다.
신이 그를 잠시나마 내게 맡긴 이상
그 아이를 깨워 이 세상에
너의 장애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온몸으로 함께 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기도와 의문과 기대와 인내가 함께 한 석달이 지났다.
늘 "견딜만 하지?"
견뎌야 해!!! 라고..
휠체어에서 내려 걷기 훈련을 하루도 빠짐없이
울고 힘들어 하는 아이를 부여잡고 .. 견딜만 하지? 견뎌야 해!
기저귀 없이 하루만! 하루만! 지내보자
서서 한번만! 화장실에서 한번만!
세상에 태어나서 하루 만이라도 기저귀 없이 지내보자.
" 먹어야 산다! 씹어보자! 맛을 느껴보자
야채는 잘게, 고기는 내가 씹어서, 과일은 으깨어서...
밥이 보약이다! .. 네겐 목숨같은 밥이다.
그렇게 보낸 날들은 이제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석환이는 경기 하는 날 빼고 잠자는 날이 없어졌고
휠체어를 1층에 두고 비록 부축 받아서이지만 걸어서 6층을!
이름에만 겨우 반응하는 수준에서
소리도 지르고, 웃기도 하고, 나팔도 불고...
교실에서 자기의 존재를 당당하게 알리며 앉아 있다.
40분 점심시간에 35분간을 차지하며 먹여주던 밥시간도
이젠 30분으로 줄여 주어서
내게도 연신 체증을 주던 밥을 10분으로 늘려주어 고맙고,
연신 놀아 달라고, 알아달라고 옹알 거리며 나를 부른다.
오늘도
난!
석환아! 견딜만 하지? 견뎌야 해!!!
그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
비록,
한 걸음을 걸어도
먹여 주는 밥을 고스란히 씹어 넘겨만 주어도
기저귀 없이 하루만 견뎌주어도
의미 없이 웃어만 주어도
그것이 기적이고, 기쁨이고, 행복인 삶 중간에
석환이도 나도 견디고 있다.
그대! 견딜만 한가!
첫댓글 오늘도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