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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평화를 보았다
강병철
D-15
노 대위는 ‘질서’를 혓바닥에 달고 다니는 서른아홉 중년이다. 여의도 구보나 뚝섬 소풍, 체육대회 입장식은 차치하고라도 등굣길마다 오와 열을 맞추라며 좔좔 틀었으니 맞춤형 노이로제이다. 동시에 그는 뼛속까지 반공주의자이다. 질서를 해쳐 학동들의 품격이 어긋나서 시민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만큼 나라가 혼란스러워지고, 나라가 혼란스러워지면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가 곧바로 남침으로 직결된다는 무장 논리다.
최근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또 개발했다. 코앞의 교문 거리 건널목을 멀쩡하게 막아놓고 굳이 오르막 육교를 ㄷ자로 뺑뺑 돌아가라는 신개발 주문이다. 그게 교장님의 오더임을 빤히 알면서도 한사코 노 대위에게만 화살을 돌리는 우리들도 떳떳하지는 않지만.
“육교 이용이 애국애족이다.”
그 오르막 계단을 비워놓으면 매국노가 된다는 것이다. 난간이 녹슬도록 방치하는 게 바로 국민세금에 대한 모욕이고 육교를 세워준 불도저 서울 시장님에 대한 모독이란다.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난간의 플랜카드 반공 문장을 좔좔 외우라는 깊은 속셈은 나중에 알았다. 지금은 멸공 시국이다. 반공을 넘어 승공을 이룩하고, 승공을 넘는 멸공 정신으로 무장시켜야 한다. 신고하는 엄마 되고 간첩 잡는 아빠 되자. 그러니까 그의 애국심은 가까운 이웃들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는 주문이다.
그 의심의 축은 국민 총화에 포커스를 맞춘다. 언제부터였나, ‘산불조심’ ‘산림녹화’ 같은 실용성 표찰이 사라지면서 ‘구국의 시월유신’ 같은 애국적 문장이 주렁주렁 걸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시월유신’과 ‘간첩신고’ 문장을 달달 외우기만 해도 애국심의 절반은 배양되니 일단 눈에 집어넣는 게 중요하다. 마포대교 난간 지나 벽돌공장 건물 위에서부터 열병식으로 치렁치렁 도배시킨 문장도 딱 그만큼만 유용하다. 체육관 대통령을 존중하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막아서던 시국, 그 나라의 보스가 차단기 내리면 예읍, 하고 납작 엎드리는 쫄병수칙에 익숙해야 한다. 그래서일까, 스승들은 행여 사춘기 럭비공들의 울컥,이 튀어나올세라 조심조심 입단속 시키는 중이다. 아니 바늘구멍만 한 틈새까지 틀어막기다. 특히 교장님은 조회 때마다.
“대통령 직선제 비용이면 삼천만 궁민의 일주일치 양식인데 영도자 한 분 뽑는데 엠한 혈세를 김밥 옆구리 터지듯 낭비할 수 없다. 대통령 간접선거로 비용을 아껴야 굶주린 곱창에 국수라도 넣을 수 있다. 알겠죳?”
“옙!”
우리들의 무대꾸는 개념 자체가 실종되었다는 의미다. 단도직입- 아가씨 치마와 운동장 조회는 짧을수록 좋다. 행여 집합 속도가 늦었거나 대열이 삐뚤어졌다는 잔소리가 터지게 되면 어디까지 늘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니까 훈시 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지기 전에 부동자세로 서 있는 게 운동장 조회의 FM 코스다. 교장님 마이크의.
“친북좌파들은 요소요소에 암초처럼 숨어 있다가 송곳 주머니 쑝 뚫고나와 느닷없이 선전선동의 기회를 노린단 말입니다. 그 암세포를 뿌리 뽑는 게 급선무인데……말 많으면 공산당이라고 일단 의심하고 보능 거야……때가 비상시국이니만큼.”
배후조종자는 ‘빨간 잠바 대학생 부대’란다. 그 뒤로 시류에 편승하는 어엿븐 백성들 플러스 부화뇌동하는 대마초 중독자들이 기차놀이하듯 칙칙폭폭 따라다닌단다. 수박대가리 파란 껍질을 쪼개면 새빨간 심장이 정체를 드러낸다나, 어쨌다나. 그러니까 친절한 우리 이웃도 간첩인가 다시 보아야 한다. 그 늘어진 테이프 잔소리 쳇바퀴만 20분가량 견디면 아주 짧은 휴식이 찾아오니 그거라도 찾아먹는 게 실속이다. 그때까지 석고처럼 버텨야 한다.
아니다. 더 적극적으로 추종해야 한다. 그가 ‘붉은 악마 타도하자’며 핏발 세우면 우리 학동들 모두 두 발바닥 쿵쿵 굴리는 율동 자세에 들어가야 한다. 그랬다. 운동장 조회마다 쇠말뚝처럼 귀에 박히던 소리가 중심에 자리 잡았으니 그게 쇠뇌의 힘이다. 선글라스 각하께서 굶주린 백성들 곱창에 불은 국수라도 채워주셨다는 말씀도 확실하다. 그러니까 계집애들 고무줄놀이에서도.
일하시는 대통령
이 나라의 지도자
삼일정신 받들엇 총
사랑하는 민족 위해
오일륙 이룩하여
육대주에 빛내고
칠십년 대 번영은
팔도강산 뻗친다
구국의 새 역사
시월유신 김유신
단무지 종아리들이 폴짝폴짝 물고기 비늘 떨어낸다. 치맛자락 나풀댈 때마다 사명감이 폴랑폴랑 넘쳐서 헛배를 부풀리곤 했다. 9분도 쌀밥이 그림자처럼 골목길마다 아른거리던 시국.
D-10
운동화 밑창 먼지가 뿌옇게 피어오를 때마다 단풍잎들이 매연 속에서 헉헉 몸을 태우는 중이었다.
예비고사를 달포쯤 남겨놓은 9월의 마지막 주,
그 초미의 타이밍에 고삐 매인 채 운동장에 끌려나오는 코스라니……우리들은 아예 대응하지 못했다. 달표 교정의 무대뽀 교련 검열 슬로건에 ‘소리 없는 아우성’조차 내밀 수 없었으니 분하고 억울한 일이다. 그랬다. 스승들은 제자들의 예비고사 준비보다 교장님의 체면치레인 교련 검열 통과가 훨씬 중요했다.
예비고사는 전국 수험생의 절반을 잘라 대학시험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명문고 학생들이야 그냥 통과의례 수준이지만 중하위권 고딩들은 그 시험에 목을 내거는 높은 벽이었고 특히 삼류 고교는 낙타 구멍처럼 목숨 건 전쟁이었다.
그렇다고 교련 검열에 자긍심을 갖는 고딩이 없는 건 아니다. 소대장급 이상 간부들은 복장부터 달랐으니 어깨의 노란 견장부터 차별화되었다. 교련복 상의에 엑스자 흰 휘장을 걸쳐서 햇살이 내리찍을 때마다 번뜩번뜩 광채를 내었으니 그 자양분으로 레벨이 바뀐 탓일까. 가을 땡볕 선두에 서서 목소리 조율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그 대표 간판이 민석규였고.
우로 봣.
그 복창은 육교 위 미니스커트 누나들의 눈빛을 의식해 촉수를 세웠을 게 틀림없다. 실제로 보았다. 육교에서 내려오다가 아주 잠깐 멈춰선 인파 중에는 짧은 치마 누나들이 드믄드믄 섞였음을 분명히 보았다. 우로 봣, 목청을 터뜨리는 순간 생머리 미니스커트와 눈이 마주쳤다나, 뻥일지도 모르고……얄미운 건 얄미운 거지만 마땅한 응징 방법은 없다. 특히 지난 주에는 완장 값이라도 하겠다는 양.
“교련검열 퇴짜 맞으면 재검열 받아야 한닷.”
반장의 직함이 소대장으로 바뀌는 만큼 교련 시간마다 새끼 교관 흉내를 내는 것이다. 노 대위의 테이프를 앵무새처럼 재생시킬 때마다 ‘한번 손봐줄 놈’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래도 ‘발등의 불’ 대학 입시 앞에서 교련 검열이나 받으라는 국가 시스템도 한심하지만 단추만 누르면 뺑뺑이로 돌리려는 스승들도 어이없고 그들의 복종 근육인 동급생 완장들도 여전히 낯설음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다.
그렇게 전국을 꽁꽁 묶은 교련과목은.
기실 1960년도에 폐지시켰던 일제의 잔재였다가 김신조의 등장으로 부활된 작품이다. 1968년 이른 겨울, 북한 124군부대의 지령을 받은 무장간첩 31명이 서울 세검정 초소까지 잠입한 무장공비 사태의 충격으로 시초되었단다.
그들의 잔인함도 오싹하다. 세검정 초소에 다짜고짜 기관총을 난사했으며 지나가던 버스에 수류탄을 던졌고 현장 지휘자 최규식 총경을 전사시켰다. 당연히 그들도 죽었다. 군경 합동수색진에 의해 31일까지 28명이 사살되고 김신조를 생포했으나 2명은 휴전선 너머 도주로 마감되었다.
“박정희 멱을 따러 왔수다.”
일주일 후 기자회견에서. 딱 한 명의 생존자 김신조의 인터뷰가 도발되자 엘리트선동 시민들이 마이크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브라운관은 멸공 논객들의 독무대가 되었다. 남한에서도 당장 서른한 명 숫자의 똑같은 인간병기를 급조하여 ‘기밀썽 멱을 따야 한다’며 시불시불 레이저 눈빛을 쏟아내었다. 군복무가 34개월에서 36개월로 늘어났으며 향토예비군이 창설되었고 등화관제와 불심검문으로 밤마다 칠흑의 그물에 꽁꽁 갇혔다.
예비역 장교나 장기 하사관들이 학교에 등장하면서 강풍이 쌩쌩 불었다. 언제부터였나, 교련님들이 체육님들을 제치고 훈육실 군기반장 1호로 자리 잡을 즈음이다. 그랬다. 제자들에게 군인정신을 주입시킨 게 체육님과의 가장 큰 차별성이다.
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들에게까지 교련복을 입혔고 운동장마다 나무 목총 두들기는 소리가 왝왝 메아리쳤다. 여고생들도 구급법을 뛰어넘어 ‘우향 앞으로 갓’ ‘줄줄이 돌아 갓’ 군기잡기가 시작되었으니 그 덫과 굴레를 피할 수가 없다. 아침마다 대열의 각도 맞추는 소리가 쓰나미처럼 몰려왔는데 하필 달표 고교가 마지막 타임인 10월 검열에 걸린 것이다.
“님께서 부르시면 이 몸을 초개같이…….”
그런데 총 한 방 쏘는 연습조차 없이 맨날 열병, 분열, 총검술 따위만 강도 높게 반복했으니 그 인형놀이들이 전쟁터에서 무슨 위용을 발휘할 수 있을까. 설레설레 흔드는데.
“퇴짜 맞으면 초장부터 완죠니 다시 해야 돼.”
노 대위의 원조 목소리다. 우리들은 국군의 날 행진병처럼 팔을 90도 직각으로 올렸고 운동화 착지 소리를 쿵, 쿵 일치시켰으며 목총으로 허공을 쑤셨다. 간혹 반항아들이.
“재탕 검열……. 링기미, 너 죽고 나 사는 거지.”
콧방귀 뀌면서도 종시 불안했다. 플러터너스 가지 사이로 푸른 하늘이 언뜻 드러날 때마다 깜짝 놀라기도 하면서.
D-9
노 대위를 다시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몇 대까지 맞을 수 있는 게 인간의 한계일까’
그 생체 실험에 돌입하면 당연히 마루타로 변신해야 했다. 쓰러진 제자에게 개머리판 내려치는 실루엣에 악마의 흉상이 겹치는 게 영원할 줄 알았다. 그 첫 저항인인 공순구의 등장까지는 그랬다. 그의 몽둥이를 흥부처럼 받아들이는 무저항의 저항으로 전설이 된 사단은……영어 단어장 때문이었는데.
“3중대 2소대 집합.”
그 소리를 놓치고 약 1분 정도 단어장을 외운 게 죽을죄이다. 벗들이 세 발자국 움직일 때까지 단어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순구(480명 중 14등, 斜視)가 레이더에 걸린 건 재수떼기만은 아니다. 그의 사팔눈을 노려보는 눈매로 착각한 스승이 기실 여럿 있었다. 모두 처음에는 몇 대 정도에서 끝날 줄 알았다.
“막지 맛. 손가락 부러진다.”
손가락 대신 이마빡 깨지라는 주문인가. 막지 말라는 명령과 동시에 때리고 또 때리는 기계 작동 중이다.
딱, 딱, 딱.
낙숫물처럼 떨어지는 몽동이 소리가 끊어지지 않는다. 천천히 오래 때리는 매가 가장 잔혹함을 처음 알았다. 그런데 순구가 전혀 피하지 않고 쏟아지는 막대기 세례를 수도자처럼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게 타격자를 더욱 열 받게 만들었으니 ‘어렵쇼’ 표정이 ‘이것 봐라’로 바뀌면서 타격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스무 대 이후 공순구의 어깨가 조금씩 가라앉는가 싶었는데.
“일어섯.”
제자는 정수리를 대주고 스승은 기계처럼 막대기를 내리친다. 그리고 37대에서 멈췄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순구는 노 대위가 교실을 나가자마자 눈사람 녹듯이 푸시시 주저앉았다.
“영원히 잊지 않을 거야. 나는 매처럼 샅샅이 살피는 투명 인간의 카메라가 될 거야.”
나는 진짜로 ‘기억하는 열아홉의 눈’이 되기로 했다.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스승들도 있어서 아주 가끔 숨통이 트이기도 했다. 불안한 눈동자를 돌리며 힐끗힐끗 곁눈질하다가.
‘대통령 각하가 조금 성급하셨어요.’
고즈넉하나마 에둘러 메시지를 전한 스승은……국어님, 역사님 등이니 아무래도 교과목마다 성향도가 있는 것일까. 사회님이.
“대통령 직접선거는 돈이 많이 드니까 통일주체 대의원들이 체육관에 모여 뽑는 간접선거로 바꾼 거야.”
억지 설명을 하는데 내가.
“대의원 선거는 돈이 안 드나요?”
제자의 도발에 어럽쇼, 사회님의 얼굴이 환하게 펴지며.
“그런 말 하지 마라. 나는 거기까지만 설명한다.”
툭히 ‘그런 말’이라는 어휘에 시니컬 어조가 덕지덕지 묻어있음도 단박에 읽어내었다. 그 스승들의 행간을 찾으며 쬐끔 위안을 갖기도 했지만.
왜 또 다른 스승들은 대개.
난폭한 시국처럼 터프한 표정으로 변신했을까? 멀쩡한 하이칼라를 던지고 군인 흉내 내는 스승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차렷 자세에서 양 무릎이 붙지 않았다거나 발바닥을 45도 벌리지 않았거나 거수경례에서 손바닥이 보인다며 어깨빵 치는 시늉이 신종 수입된 군대 문화다. 우리들도 반항의 엄두를 못 냈으니 그게 스프링 논리다. 바위에 눌려 죽어 있다가 쬐끔 벌어지는 순간 강도 높게 튕겨나가는 스프링 논리 ……지금은 옴싹달싹 눌린 상태다. 때리는 스승들은 검열 연습 때마다 햇볕을 감수하며 물 만난 고기처럼 팔딱거렸다. 그랬다. 교문만 나서면 뒷골목 주먹들과 겨뤄볼만 한 울울청춘들도 스승들 앞에서는 납작 숙였으니 제도권의 그물이 엄청 촘촘하긴 했나 보다.
D-8
멍 때리는 케이스 해마님(윤리. 49세)은.
학교마다 하나씩 존재하는 ‘미친 개’ 케이스의 전형이다. 본색을 보여준 조기청소는 매주 수요일 새벽 월례 행사인데 학교 근방 소재지 학생들로 구성되었다. 30분 빨리 등교를 했고 주번교사 지휘 아래 비질이나 담배꽁초 줍기로 어영부영하다가 들어가는 작업이니 솔직히 엄청 힘든 것도 아니었다. 그날은 우리 반이 조기 청소에 걸렸고 하필 그가 주번 교사였던 게 원인 제공이다. 그때까지 정체를 몰랐으므로 짤짤이나 닭싸움으로 시간 때우다가 등교 직전 구름과자 한 대씩 빨면서 영양보충 상태로 교실에 들어가려 했을 뿐이다. 여명 즈음 집합 소리가 들려서 작별의 잔소리 인사인가 보다 하고 무심히 모였다. 그때까지는.
“우로어깨 빗자루.”
싸리비를 오른쪽 어깨에 걸치니 그게 ‘우로어깨 총’의 패로디이다. ‘우향앞으로 갓’ ‘뒤로돌아 갓’ 제식훈련에 돌입할 때만 해도 생뚱한 재미도 있었다. 잠깐 쉬는 타임에 놀새떼 학동 규섭이의 ‘빗자루 총검술’이 그의 레이더에 포착된 것이다. 왜 제식훈련 시간에 총검술이냐는 것이다. 솔직히 개그 훈련의 맞춤형 몸동작이었을 뿐인데 해마님의 핏줄이 불뚝불뚝 솟는 것이다. 빗자루 제식훈련은 왜 상큼한 몸짓이 되고 빗자루 총검술은 왜 어긋난 가시가 되는가. 영문도 모른 채 손가락 까딱이는 대로 앞에 나갔을 뿐이다. 그 순간 해마님의 선방에 기섭이의 상체가 훽 제켜지면서 비닐봉지 하나가 툭 떨어져 나왔다. 10원짜리 삼립빵이다. 절반쯤 떼어먹은 구멍가게 10원짜리 밀가루빵 사이로 크림조각이 혓바닥 날름거리는 게 먹음직스러웠을까. 그 와중에도 빵봉지를 훌훌 털어 주머니에 쑤셔 넣는 규섭이.
“……얼씨구, 거지새낀가.”
해마님은 턱치기 서브미션 직후 엎드려뻗쳐를 시켰는데 아, 장난 아닌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열 대에서 스무 대, 마침내 서른 대까지 횟수가 불어나면서 구경꾼들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버렸다. 다시 규섭이에게 빗자루를 들게 하더니.
“반경 2미터 원을 그리는데 5초! 실시!”
2라운드에 돌입한 것이다. 동그라미 속에 갇힌 규섭이 얼굴을 몽둥이로 겨누며.
“피하려면 피해봐라. 단 네 몸이 금 바깥으로 넘어가면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
숑방숑방 토끼몰이 몽둥이질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물 속의 규섭이도 만만치는 않았다. 그는 피하는 걸 포기한 채 ‘마음껏 때리쇼’ 몸짓으로 가드를 내렸으니 ‘노 대위와 공순구의 체념 저항 스크린’이 복사된 꼴이다. 그리고 고즈넉이 잦아지는 무저항의 배경 너머로 아침 해가 꾸물꾸물 올라오는 풍경이다. 나는 보았다. 고개 숙인 규섭이의 눈자위에서 노랗고 파랗게 터지는 스파크를 재빨리 보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 해마님이 2학년 담임반 스트라이크에 쫓겨난 건 나중 얘기고.
그 삼립빵은 규섭이의 일용 양식이다. 자기 도시락을 1교시부터 까먹어서 텅 빈 걸로 알고 있지만 기실 원래 빈 도시락이다. 점심시간마다 도시락 뚜껑 뷔페식 순회로 부유하는 부류들이 교실마다 서넛씩 있어서 그렇게 분류되었으리라. 그의 어머니가 장님임을 아는 애는 교실에 서너 명 정도다.
D-7
이번에는 3중대 2소대 총검술 시범.
표준 체형의 교련복 40벌이 와- 말굽 함성으로 일사분란의 틀을 갖추려 한다. 교실 60명 중 163센티에서 잘랐으니 3학년 2반의 앞 번호 스무 명 가량만 대기병으로 남게 되었다. 교실 창틀에서 제비새끼처럼 매달려 구경만 하는 소아마비나 빈혈환자들을 빼면 시범조에 뽑히지 못한 순수 짜리몽땅은 기실 10명 남짓일 수도 있다. 큰놈들은 뽀대만큼 몸이 혹사되고 작다리들은 몸이 편안한 만큼 뽀대가 죽는다. 남아있는 장롱다리들은 그 따돌림의 찝찝한 휴식에 빠지는 중인데 내가(성강철, 157센티, 1년 사이에 5센티 더 컸음.)
“뭔 선발대 생고생이냐. 키 큰 놈들 몸값으로 충성 뺑뺑이를 도는구나. 우이 씨. 편하고 좋잖아.”
그러면서도 잔당의 휴식이 수모스러움을 쬐끔은 느끼는데.
“느넨 왜 저기도 못 끼냐?”
5반의 뱁새눈(박상운, 179센티)이 땀을 닦다가 비양비양 묻는다. 교련목 소매로 땀을 닦는 표정도 여유만만이라서 머쓱한 부러움도 생길 판인데.
“키가 작다는 핸디캡 때문이다. 짜샤.”
반전 답변이 생뚱 터져서 조무래기 교련복들이 더 크게 웃을 판이다. 제압하는 깡다구 선수는 두식이었다. 그렇다. 얼음주먹 두식이는 통나무 알통으로 키다리들을 제압할 만큼 소문도 뜬 상태다.
“170 이하는 루저인데.”
뱁새눈이 발을 빼면서도 한 마디 슬쩍 던진다.
“요새는 미니스커트가 유행이야. 뭐가 유리하겠냐? 꼽냐구? 멀대 팀들.”
여차하면 막 나가는 판이 될 뻔한데, 엉뚱하게 정리된 건.
“그만 얘기하고 글자 수 좀 맞추자. 선생들이 우리 미래를 책임지는 것도 아니잖나.”
공순구가 단어장을 꺼내면서 사팔눈을 쏘아댄다.
아닌 게 아니라 저쪽 우수반(1반)에서는 아까부터 오글오글 탐구적 분위기라서 나머지 학동들 모두까지 면학 분위기로 바뀔 판이다. 그렇다. 고3 수험생들은 나 홀로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면서 발등의 불을 꺼야 할 판이다. 대한민국의 낙방생 주홍글씨로 찍히지 않기 위해 우리끼리 한다.
지금은 전략적으로 암기과목에 집중하는 시점이다. 그러니까 노력한 만큼 오르는 과목이 있고 재빨리 포기해야 할 과목이 있는 것이다. 솔직히 영어만 해도 노력 여하에 따라 쬐끔씩 점수가 오를 수 있으나 수학 쪽은 달랐다. 수학은 타고난 두뇌에 의해서 좌지우지된다. 달달 외우고 자습서의 문제풀이과정까지 분명히 뇌 속에 집어넣었는데 막상 실전에서 숫자나 기호 몇 개만 비틀어 놓으면 헝클어지는 게 수학의 특성이다. 그 수학을 내팽개치고 암기과목을 잡아야 하는 시점인데.
“총검술 시범조.”
집합 명령이 떨어지면서 시불시불 주머니에 단어장 쑤셔넣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 부글부글을 감춘 채 조개처럼 입을 꽉 다물었는데도 스승님들은.
“질서가 없다. 질서!”
질서 테이프만 지긋지긋하게 재생시킨다.
“파먹은 수박처럼 대가리를 비우고 검열에만 몰입하란 말이얏.”
노 대위의 지시봉 따라 니엣니엣 몸을 팔아야 시간이 흐른다. 그가 4열 횡대 쉬엇 자세의 대열 사이를 지나가다가.
“그렇지?”
지시봉으로 툭 찌르면 화들짝 차렷 자세로 바꾸며.
“옛, 3중대 2소대 성강철.”
기차 화통 소리로 정면 15도 상방을 주시해야 한다.
D-6
“1중대 1소대. 총검술 시범조 튀어나와라.”
1학년 맨 오른쪽 담벼락에 도열해 있던 새내기 교련복들이 발딱 일어서서 으쌰으쌰 출동 대열 준비 중이다. 1학년 1반이 1중대 1소대이니 3중대 2소대는 우리 3학년 2반이다. 사열대까지 몰려간 열아홉 청춘들이 4열횡대 대오를 이룬 다음 삽시간에 좌우로 벌려주는 동작이 노 대위의 희망포즈일 것이다. 자, 총검술 시범이다.
‘찔러 →찔러 →길게 찔러 → 뒤로 돌아 →내려막고 베어 →찔러 →위로 막고 차 →찔러.’
목총놀이 용맹이 헛바람으로 꽉 차기도 한다. 그렇게 핵무기 시대에 임진왜란식 백병전에만 몰입하는데.
“이렇게 질서 없는 놈들이 어떻게 적의 침략에 맞서겠다는 거야. 미사일 한 방에 오합지졸처럼 도망칠 놈들이야.”
핵무기라면 당연히 답이 없다. 아무리 치타처럼 빠르고 기갑사단 막강 대열이라도 핵무기 딱 한 방에 모두 사라지게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았다. 배도 고프다.
이번에는 방 교련님(49세. 대머리)이 복장불량 교련복을 찾아 조인트 자세를 취한다. 10월말. 아직 내복을 입지 않은 종구는 허벅지 한 방에 총총총 깨금발 제스처다. 그 정도면 괜찮다. 버틸만하다.
“가미가제 특공대는 혈혈단신 비행으로 항공모함 굴뚝 속으로 자폭도 한 단 말이야. 그런 불사조 애국심이 없으면 붉은 악마의 먹잇감이 될 뿐이얏.”
“가미가제는 자살폭탄조인데 웬 불사조?”
“원자탄 한 방이 히로시마 도스께끼 부대를 초토화 시켰잖냐? 샴발.”
변용된 욕설은 친밀어로 세탁된다.
“이런 때는 군복 슨상 둘이서 죽이 맞네. 식빵.”
아닌 게 아니라 두 교련님이 이마를 마주대고 뭔가 웅숭웅숭 상의 중이다. 우리들은 두 교련님의 줄다리기 법칙을 귀동냥으로 안다. 노 대위는 예비역 대위 계급장이지만 나이가 열 살 많은 방 교련은 작대기 네 개 병장 출신이다. 사슴과 개의 피가 다르듯 사병 출신 임시직 교사와 장교 출신 정식 교사와는 평행선 간극을 좁힐 수 없다. 다만 사이 나쁜 두 스승 모두 교련 검열 연습에는 교장님 휘하로 혼신의 합체가 된다.
특히 복장 검사에 합동으로 엄격했다. 요대, 각반, 마후라, 명찰, 단추 중에서 하나만 삐뚤어지면 당장 대열 바깥으로 몰아냈다. 요대는 탄띠 대용이고 각반은 정글 수색시 파충류로부터의 발목 안전장치이며 마후라는 그냥 가슴 바람막이이자 폼생용이란다. 그것들이 검열관의 시야를 상쾌하게 해준다.
“대학생이 되어 빨리 이 신세 면해야지.”
그러나 대학생들도 사냥개처럼 길들여지는 시국이었으니.
‘총각들 머리는 짧게 하고 아가씨들 치마는 길게 하라.’
경찰들이 바리깡 무장으로 소탕작전에 나서는 것도 영도자의 지시란다. 형님들의 머리카락을 닥치는 대로 잡아챘고 누님들의 치맛단을 호시탐탐 노리는 중이다. 짧은 치마 누님들이 엉덩이 살 보일락말락 도망치는 길거리 풍경들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지금은 오후 타임 각개전투 훈련 중.
방독면 대용 비닐 포대가 기관총 폭음의 드라마틱한 확성기로 대기병까지 후줄근이 땀에 젖기도 한다. 돌격대 교련복들이 철조망 통과 후 수류탄 투척 몸짓으로 쓰러지며.
“고지 탈환 완료.”
소대장 노민철이 깃발을 휘두르면 나머지 공격조들이 만세 삼창을 외쳤고 철봉대 아래 대기병 학동들까지.
“와-.”
메아리 합창으로 휘날레를 장식했지만 운동장 어디에도 적군의 고지는 없다. 없다. 선명하게 없다. 그냥 우리끼리 텅 빈 사열대 앞으로 치달렸고 맨땅에서 고지 등반 흉내를 냈을 뿐이다.
“소대장, 승리 총포를 터뜨리라고 했잖아.”
민철이가 손가락으로 수직 발사 흉내와 동시에 ‘피융’ ‘피융’ 코맹맹이 소리를 낸다. 그리고 밴드부의 축하 음향 빵빠레가 터지면 일단 마감이다. 이렇게 밴드부 행진으로 뒤로 갈수록 편안한 삶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고 기대만 했었다. 일주일 남았다.
D-5
방 교련은 조금 다르다. 마찬가지로 몽둥이과(科)이지만 가끔 위기의 긴장 상황을 쌈빡하게 털어주는 앗쌀함도 있다. 경복궁 사생대회에서 수채화 물감 타던 김길몽(169센티)에게.
“담배 하나 꿔주라.”
“……허걱.”
제자의 난감해하는 표정을 즐길 줄도 안다. 우리들 모두 과장된 몸짓으로 데굴데굴 뒹구는 시늉을 준비한다.
길몽이가 22번 시내버스 앞좌석에 기댄 채 한산도 한 개비를 입에 무는 찰나에 (버스 내 흡연이 통용되던 시절임) 방 교련이 불쑥 올라타면서 정면으로 마주친 사건을 꼬집는 것이다. ‘죽었구나’
사시나무처럼 떠는 순간 방 교련이 뒷좌석으로 넘어가 주었으므로 그걸로 정리되었다. 때릴 때 때리더라도 봐줄 땐 과감하게 봐주는 게 진짜 보스다. 솔직히 스승님들도 우리 나이에 다 해보신 가락 아닌가.
또 있다. 마포부동산 할아버지 하나가 방 교련을 잡고.
“고등학상덜이 담배 피우는 것 점 뿌리 뽑으쇼. 대갈빡에 피도 안 마른 것 땜시 골목이.”
핏대 오를 때도 방 교련은 난감한 표정으로.
“답이 없어요. 애들이 그렇게 크면서 어른이 되는 건가 봅디다.”
슬쩍 넘기기도 했단다. 밤꽃 피던 유월 얘기였는데.
조금 온순한 방 교련님을 잡아먹은 게 석지훈이니 민망한 일이다. 부친의 허리가 부러져서 지금은 도장포 운영하며 먹고 사는 지훈이, 꾀돌이지만 그도 돌주먹이라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 그건 그렇고……모두들 좌향좌 하는데 석지훈 혼자 우향우를 했으므로 불려나오는 게 당연하다. 세 번째 틀렸을 때 불렀으니 한 대 맞고 들어가는 게 정석인데.
“이런 자세로 적군이 잘도 잡겠네.……어떻게.”
‘적의 침략을 막냐구’ 방 교련의 장난 같은 발길질이 날아오는 순간 허벅지 붙잡고 걀걀걀 뒹굴었으니, 참말로 석지훈스럽다. 아이고 떼고 뒹굴었으므로 스승님이나 구경꾼 모두 난감한 표정이다.
“일단 쉬면 금방 낫는다.”
방 교련님도 어물적어물적 타협으로 넘어가려 했었다. 그런데 스승님이 자리를 떠서 저만치 떨어져 있을 때마다 쓰러진 채 홍알홍알 우리들의 약을 올렸으니……참으로 석지훈스럽다. ‘줄줄이 우로 갓’ 상태에서 귓바퀴에 쏟아지는 불량노래는.
영자의 손목은 버스간의 손잡이냐 요놈도 잡아보고 저놈도 잡아보고
영자의 입술은 서울역의 수도꼭지냐 요놈도 빨아보고 저놈도 빨아보고
영자의 배꼽은 낙동강의 나룻배냐 요놈도 올라타고 저놈도 올라타고
D-3
날짜가 지날수록 교련님들의 표정에 살기가 묻어났지만 우리들의 초조감과는 내용물이 다르다. 자투리 시간까지 다급해졌다는 점은 같지만 저 예비역 스승들과 우리 수험생과는 철저하게 남남일 뿐이다.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시간조차 없다. 그건 그렇고.
괜히 한가해진 ‘국, 영, 수 사, 과’ 중 일반 교과 스승 몇몇은 제발 증발되었으면 좋겠다. 보름 동안 시간표가 증발된 스승들은 어슬렁어슬렁 ‘10월의 햇살이 감미로워요’ 표정으로 삼삼오오 구경꾼 되어 시간을 때우곤 했다. 그 수학님의 손가락질에 아프게 찔린 사람이 바로 나, 성강철이다.
행진 시에 팔과 다리가 교대로 움직여야 하는데 나 혼자 오른 팔과 오른 다리를 동시에 올린단다. 그것도 감정 없는 로봇처럼 굳게 다문 입술이니 솔직히 웃기게 보이는 몸짓일 수도 있긴 하다. 그런데 힘들었다. 수학 티춰 따라 덩치맨 물리님까지 푸헤헤 웃으니, 그 손가락질의 모욕감을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물리님(183센티)이 솥뚜껑 손가락으로 우히히 콧등을 비틀어댈 때는 솔직히 죽여 버리고 싶었다.
사열대 지휘자는 노 대위였고 언제부터였나, 방 교련은 맨땅을 종횡무진 달리며 소리 지른다. 방자의 후손 방교련’은 사병 출신이고 ‘노벨네 후손 노대위’는 밥풀떼기 출신이라 성분이 다르단다. 자, 이제 마지막 분열 연습이다. 하마대가리 물리님도 행진을 따라다니면서.
“하나! 하나! 왼발! 왼발!”
하마엉덩이 실룩댄다. 거꾸로 매달아도 사흘은 지나간다.
D-day
태양이 수직으로 꽂이는 늦가을의 정오.
10월 7일 교련 검열의 날, 달표고등학교 1,380명 교련복 모두 운동장에 도열했으니 개미 새끼 한 마리 기어 다니지 못할 삼엄함이었다. 사열대 앞, 연대장 바로 뒤에 선 기수들은 엘리트 교련복의 바지로 칼날처럼 다려져 있었다. 조간신문 광고의.
1) 잦은 세탁에도 줄지 않습니다. 2) 변색이나 탈색이 되지 않습니다. 3) 가볍고 질겨서 교련복지로 가장 이상적입니다. |
그 후리늘씬 광고 모델의 그 교련복들이다. 모자 테를 턱에 두르니 사관생도의 절도가 직수입된 것 같은 표정으로 교련복 상의에 X자 흰 띠를 두른 채 묵묵부답이다. 그 엘리트 교련복 뽀대도 후리후리 키다리들에게만 어울렸던 것 같다. 다리가 짧으면 바지의 각을 칼날같이 세워도 뽀대가 안 난다.
“떴다.”
밴드 소리가 퍼지면서 당장 사열대 주인공의 계급장이 바뀌었다. 선글라스에 빨간 모자의 예비역 대령은 도마뱀처럼 싸늘했고 그 뒤로 초록색 새마을 모자의 교장님이 그림자처럼 뒤를 따라 사열대에 올랐다. 선글라스 벗겨진 노 대위의 벌갠 민낯이 조금은 초췌해 보였고.
“멸공!”
경례 구호는 학생 연대장이 아니라 방 교련님이었다. 어른들도 더 높은 어른에게는 경례를 하는구나. 그는 다시 ‘뒤로 돌앗’ 자세로 코 앞의 연대장 학생에게만 들리도록 낮은 소리로,
‘열병’
쇳소리를 보냈다.
“열-병!”
오히려 연대장이 우레 같은 구령 소리가 카리스마 넘친다. 다시 ‘연대장→대대장→중대장→소대장’ 순으로 복창 소리가 물수제비처럼 넘어간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났고.
이제 검열관의 종합평가도 끝물이다. 그가 마이크를 잡는 순간 찬바람이 이마를 ‘딱’ 때렸으니 그게 늦가을의 입문 정표다.
“나는 오늘 제군들의 질서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표정을 보았다. 여러분이 오늘 흘린 땀방울이 고향의 부모형제 모두 두 다리 뻗고 편안하게 잘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며 그게 곧 대한민국의 안보가 된다. 그런데 친북좌파나 빨갱이들 때문에…….”
담벼락으로 노을이 몰려들기 직전이다.
“……끝났다. 이제부터 공부다. 시발.”
그 교련 과목은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열풍 이후 선택과목으로 분류되면서 흐지부지 폐지됐던 것 같다. 교련 스승들은 체육이나 컴퓨터, 한문 쪽으로 전과를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