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간이 나서 선택한 드라마가 “일타 스캔들”이다.
전도연이 나온다고 해서 8편쯤 방영 될 때 몇 번 보다가
1편부터 다시 정독을 했다.
정독을 시작하면서 사실 별 기대는 안 했었다. 그저 단
하나의 궁금증은 구태의연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꺼내
들었는데 어떤 장치로 구태를 리모델링 했을까? 그것뿐
이었다.
나는 드라마를 볼 때 작가를 우선 체크하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이 드라마의 작가 중 한 명이 양희승…… 내가 과거
한국에 있을 때 VHS 비디오로 녹화까지 해 가며 봐 제꼈던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의 작가 중 한 명이었던 것 같다.
암튼 시작부터 술술 진행이 잘 되었다. 이 신데렐라 스토리는
주인공들의 나이를 중년으로 바꾸고 거기에 조카를 딸로 입양
해서 자신의 모든 걸 포기하고 지극정성으로 기르는 중년의
처녀를 넣었다. 한마디로 신데렐라가 될 만한 조건이니 관객
들아, 왈가왈부 그 입을 닥치라!! 라는 소리다.
재력가인 일타 수학 강사와 반찬가게 사장의 러브라인 시작도
자연스럽고 운명적인, 일타 강사의 추억의 입맛에서 시작시켜
재미도, 설득력도 있었다. 특히 정경호의 능수능란한 연기는 드라마
전체를 너울 거리며 반짝 반짝 빛을 내 준다.
또 관객이 지루할까 봐 주위 극성 아줌마들과 수능으로 고생하는
우리 아들 딸들, 그리고 아슬아슬 동성애 감정을 건들 듯 말 듯 한
범인과 일타 강사의 미스터리 스토리 라인까지 여주인공 반찬가게
마냥 다양한 볼거리를 늘어 놓았다.
물론 욕심이 좀 지나쳤던지 자폐 삼촌을 넣고 전도연 친구와 억지
스런 러브라인까지 밀어 부친 건 좀 심하다 싶었지만 보고 재밋고
좋으면 그만인 드라마인데 그 정도는 웃으며 눈감아 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전도연의 존재감이 좀 개인적으로 걸렸는데……
50이 넘은 아줌마 전도연이 멜로, 그것도 신데렐라 스토리를
온전히 감당하기엔 좀 버거운 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오롯이
그 버거움은 전도연이란 배우의 이름값으로 지불하고 감당했으니
딱히 찌푸릴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개인적으로 부자연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확실해 질 것 같다. 스킵을 하며 본 드라마와
이야기 플럿을 놓칠 수 없어서 정독하게 만드는 드라마……
“일타 스캔들”이란 드라마는 적어도 지루하거나 개연성 없음을
비웃으며 앞으로 뛰어 넘기 할 수 없는, 웰 메이드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