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 가슴에 갇혀있는 별처럼
커튼을 걷어 젖히듯 몇 겹의 구름장을 벗겨내어도 별이 보이지 않는 홍콩의 밤,
우기 때문이겠지,
모든 것을 버리고 선지동산에 올랐을 때 사람들도 우릴 보고 그렇게 말했지
기도하며 감았던 눈 떴을 때 살아오며 차곡차곡 쌓아 놓은,
너무도 많은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버리고나면 또 하나가 드러나고, 소명의 첫걸음은 버리기 훈련이었다
소유도 명예도 교만한 마음까지도 다 버리지 않으면 안 되었지
오래도록 버리지 못하고 아간의 외투처럼 깊이 감추어 놓은 것,
그건 아집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주님의 뜻을 헷갈리게 했는지
처음 내가 선 자리는 스스로 띠 띠고 가고픈 곳이었다
30년 후에 우리가 선 자리는 주님이 세우신 곳, 검은 대륙, 밀림 속, 해발 1500~3000미터 고지로,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으로, 서울과 부산의 땅 끝으로, 오대양 육대주로 띠 띠우고 이끌어가셨다
더러는 황무한 땅에 떨어진 씨앗처럼 묻혀있어도
구름 속 달처럼 은은하게 빛이 묻어나는 모습들,
목마르게 찾던 영롱한 별이 되고저 예각을 세웠으나 조약돌처럼 굴러다니며
날카로운 모서리가 다 닳은 둥근 별, 자기 빛을 잃어버린 서른 살 동갑내기들,
희미하게나마 주님의 빛을 반사하는 동경(銅鏡)으로 남았다
추억처럼 아득한 처음 생각은 예수위해 죽는 것
방법도 길도 알지 못했으나 불나비처럼 선지동산으로 몰려들어,
십자가를 지고 비아돌로로사로 걸어가신 그분의 뒤를 따라 제자 후보생으로,
입때껏 나는 후보생일 뿐이고,
감히 순교의 날을 기다리는 제자들이 홍콩 섬 동신교회로 모였다가
절뚝이며 돌아가는 슬슬한 뒷모습
언제 다시 만나랴, 유언처럼 무거운 한마디 남기고
소명 30년!
별이란 빛나는 날카로운 모서리가 아니라 굴리는 데로 어디든지 굴러가는 둥근 쟁반,
그 쟁반에 떡과 잔 받쳐 들고 대접하는 웨이터인 것을
모두가 사진 같은 하나의 예수를 찾아 헤맨 세월,
주님은 천의 얼굴에 또 다른 만의 모습으로 택한 백성들의 가슴 속에 살아계신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똑같아야 한다고 고집했으나
나와 다른 또 하나의 나를 만나며 생각의 모서리는 닳아지고,
나의 별은 이 밤도 구름에 가려있으나 ‘스타의 거리’에서 찬란한 등불이 꺼지는 여명에로 이끌려간다
다 이끌어내는 사람이면 이끌리는 사람은 누구이랴
다 끌려가는 사람이면 끌어내는 사람은 누구이랴
끌어내며 이끌리며, 밀어주며 밀려가며 걸어온 30년,
기도하는 백성들을 생각하며 거룩한 수요예배도 드리고
최초의 인카네이션을 가슴깊이 새겼다
돌아온 열한명의 제자들,
구름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 앞에서
새로운 한세대를 향해 내딛는 조심스런 발걸음,
고개들 면목 없어도 모이고 흩어지며 주님의 물으심에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을 주께서 아시나이다’ 대답하며
먹여야할 어린양들이 있는 풀밭으로, 이리들이 넘보는 골짜기로
떠나가는 머리 흰 작은 목자들
*30년 전인 1981년에 광나루 선지동산으로 부름받은 장신대 신대원 77기동기회는 2011년 7월 11-14일까지 홍콩 동신교회(김성준 목사)에 모여 <소명 30년 선교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에는 10개국에서 초청된 부부 선교사를 비롯해 동역자 부부 등 83명이 참석하여 선교보고회를 갖고 선교사들을 격려하며 함께 사명을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