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아끼는 아이들
곽영화(창녕 대지초)
우리 반 아이들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5교시 시작하기 5분 전에는 들어와서 자리에 앉아있다. 밖에서 신나게 뛰어놀다 보면 늦는 아이도 있을 법한데 시간을 잘 지킨다. 그런데 하루는 5교시 시작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거다. 잠시 후 시은이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선생님, 준영이 때문에 늦었어요. 나까지 늦게 만들었다니까요.” 하고 사연을 들려주었다. 시은이가 술래였고, 다른 친구들은 다 찾았는데 준영이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단다. 못 찾겠다고 나오라고 했는데도 계속 나오지 않아서 늦었다는 거다. 내가 웃으면서 “그냥 놔두고 오지?” 하니까 시은이는 “애가 없어졌으면 어떡해요.” 그런다. 다른 친구들도 교실로 들어가다 준영이 때문에 다시 나와봤는데 민혁이가 찾은 거다. 평소 조용한 민혁이가 개구쟁이 준영이 목덜미를 끌고 나오는 모습이 상상되어 웃음이 나왔다. 한 편으론 열두 살이나 되는 친구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숨바꼭질
우시은(창녕 대지초 5학년)
나머지 애들은 다 찾았는데
준영이만 못 찾았다.
쉬는 시간이 다 끝나서
애들은 다 들어가고
나 혼자 준영이를 찾았다.
“준영아, 준영아!
못 찾겠다. 나와라!” 말해도
나오지 않았다.
친구들이 다시 나와
“아직도 준영이 못 찾았어?”라고 물었다.
“응”이라고 하는 순간,
민혁이가 준영이를 데리고 왔다.
수업에 늦었다.
(2022. 11. 8.)
체육 시간에 멀리 뛰기 연습을 하다가 마지막 수행평가를 하는 날이었다. 아이들에게 목표가 있고 없고에 따라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으니 자기 기록보다 조금 높은 목표를 정하라고 했다. 처음에 2m 못 넘던 현우가 10cm씩 목표를 높이면서 220cm를 넘긴 것이다. 그때 준영이가 현우에게 달콤한 목표를 제시한다. 현우가 233cm를 넘으면 자기가 치킨을 쏘겠다는 거다. 현우는 결국 253cm라는 최고 기록을 세웠고, 모두가 준영이가 치킨을 건 덕분이라고 했지만, 준영이가 진짜 치킨을 살 줄은 몰랐다. 그런데 정말로 준영이는 그 주 주말에 현우와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자기 용돈으로 치킨을 대접했다. 그 덕에 현우는 자신의 도전을 제대로 축하받았고 친구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기
김준영(창녕 대지초 5학년)
현우 멀리뛰기 할 때
233cm에 치킨을 걸었는데
현우가 마지막에
253cm를 뛰어서
치킨을 얻었다.
현우가 우리 집에 와서
치킨을 시킨다는데
미안하다.
닭 다리 하나는 내 꺼다.
(2022. 10. 6.)
유나가 쓴 시에서 하는 질문들은 한 사람이 묻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뭔가를 물을 때마다 지원이가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이 “몰라여.”라서 그런 질문과 대답을 모아 쓴 것이다. 사실은 교사인 내가 질문을 가장 많이 하기 때문에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지만 친구들에게도 그렇게 시원하게 대답해 주지는 않는다. 지원이는 자기 생각을 말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일단은 모른다고 답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말하고 싶지 않을 때도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그 답을 듣지 못할 때가 많다. 그냥 내버려 둘 법도 한데 아이들은 지원이에게 제대로 된 답을 들으려고 말을 건다. 그렇게 애쓰는 행동을 유나는 ‘수발 다 든다.’라고 표현했다. 딱 맞는 표현은 아니지만, 지원이를 향한 친구들의 마음은 느껴진다.
말
이유나(창녕 대지초 5학년)
“지원아 밥 먹었니?”
“몰라여.”
“이 문제 한번 풀어봐.”
“몰라여”
“손 씻었어?”
“몰라여.”
“책 뭐 읽었어?”
“몰라여.”
“시 적었어?”
“응”
이 한마디 들을려고
수발 다 든다.
(2022. 10. 21.)
2022학년도는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한 해였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들끼리 사이가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겉으로는 티격태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아끼는 모습이 너무 잘 보였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을 참 고마운 아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