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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1970~1924)은 러시아혁명을 통해 왕정을 무너뜨리고, 소비에트 체제를 마련하여 소련 최초의 지도자로 자리를 잡았던 인물이다. 왕정 체제의 가혹한 조건에서 농사를 짓고 그 수확물을 대부분 귀족들에게 바쳐야했던 러시아의 민중들에게, 러시아혁명은 전혀 새로운 세상을 여는 계기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 소비에트 체제가 해체되면서, 20세기 초반 레닌이 구축했던 소련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마르크스 이후 가장 뒤어난 이론가이자 혁명가로 추앙을 받았던 레닌은 소련 해체 이후 독재자라는 이미지를 얻게 된다. 만만치 않은 분량으로 오랫동안 쉽게 손이 가지 않았던 레닌의 전기를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읽기 시작했고, 마침내 완독까지 하게 되었다.
러시아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사용했던 레닌이라는 가명이, 러시아혁명 이후 본명인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야노프라는 이름을 대치하게 되었다. 소비에트 체제가 견고했던 당시에 레닌은 조그만 흠도 찾아볼 수 없는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려졌으며, 그에 대한 비난은 금기시되기까지 했다. 레닌은 ‘하루 24시간을 혁명에 몰두하고 오직 혁명만을 생각하며 자면서도 혁명에 대한 꿈을 꾸는 사람’으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 이전에 나온 레닌의 전기는 그를 영웅시하려는 특정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해서 쓰여진 것들이며, ‘고의적으로 사료들을 감추거나 사실을 왜곡한 불완전한 것’어었다고 단언한다. 특히 이 책은 소련 해체 이후 레닌에 관한 모든 자료들이 개방되었고, 어떤 정치적 압력도 없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기술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21세기의 상황에서 바라보는 레닌은 뚜렷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과 귀족들이 지배하는 당시에 러시아혁명을 통해 왕정을 무너뜨렸던 그의 업적은 위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9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레닌의 전기를 구성한 저자는, 혁명 이전의 러시아 상황과 레닌의 집안 환경 등에 대해 소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대체로 2~3년 단위로 구분하여 소제목을 설정하여, 레닌과 주변인들 그리고 당시의 시대적 상황 등에 관해 방대한 자료를 근거로 기술하고 있다.
‘반란이 일어나다’라는 제1부의 내용은 레닌의 어린 시절부터 1900년까지의 상황을 다루고 있으며, 특히 그의 형인 알렉상드르가 황제의 암살 사건에 연루되어 처형을 당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왕정을 무너뜨려야겠다는 레닌의 사상과 함께 그의 굳건한 의지가 혁명 과정에서 뒷받침되었겠지만, 황제를 암살하려다 처형당한 그의 형에 대한 생각도 혁명에 대한 동기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러시아 당국에 의해 요주의 인물로 인정되어 감시를 받던 레닌은 대부분 러시아를 떠나 외국에서의 망명 생활을 하게 되는데, ‘레닌과 당’이라는 제2부에서는 혁명을 위한 레닌과 동지들의 활약상이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1917년 10월 혁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고자 하는 노력이 결실을 맺었고, 이러한 내용들은 제3부의 ‘권력을 장악하다’에서 상세히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혁명은 일단 성공에 이르는 과정보다 그것을 유지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 수많은 역사를 통해서 실증되고 있다. 왕정을 타도한다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혁명 이후의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광대한 러시아 영토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권력이 필요했고, 그 권력의 기반은 마르크스사상에 기초한 이른바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로 귀결되게 된다.
혁명에 성공하여 권력을 장악한 레닌과 그 일파들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를 펼치는데, 그 내용이 제4부의 ‘혁명을 방어하다’에서 자세히 다뤄지고 있다. 정적들을 향한 가혹한 탄압과 이에 맞서는 권력 투쟁의 과정 등이 소개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원래 구상과는 다른 정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제시되기도 한다. 마침내 고리키에서 뇌동맥경화증으로 사망하면서 레닌의 시대는 막을 내리지만, 그가 구축했던 소비에트 체제는 70여 년 동안 지속되기에 이른다. 레닌의 평전이기에 이 책에서는 레닌의 생전 활동을 중심으로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으며,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레닌, 사후’라는 항목을 통해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한때 그를 기념하기 위해 레닌그라드라고 명명되었던 도시는 소련의 해체 이후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바뀌었고, 과거 우상으로까지 숭배되던 그의 동상들도 성난 민중들에게 무너지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마르크스 사상을 이어 그의 사상을 레닌주의라고 지칭하는데, 레닌은 단지 이론적인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실천적이고 현실적인 안목을 통해서 사회주의 혁명을 완수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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