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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외국 소설을 자주 읽지 않는 편이라, 이 책 역시 오랫동안 책꽂이에 방치되어 있었다. 약간의 시간 여유가 생겨 읽기 시작했고,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내용과 추리소설이라는 형식 때문에 곧바로 완독할 수 있었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은 파리의 숙소가 관리자의 실수로 두 사람에게 잘못 임대된 상황으로 작품은 시작된다. 주로 겨울철 파리에 머물면서 작품을 쓰는 극작가 가스파르와 범죄수사대 형사 출신으로 휴식을 위해 파리를 찾은 메들린이 바로 그들이다. 이 둘이 머물기 위해 임대한 집은 바로 독특한 화풍으로 유명한 화가 숀 로렌츠가 고인이 되면서 남긴 집이다.
유족이 없는 숀의 주택은 화랑을 운영하는 친구 베르나르가 맡아서 관리하고 있고, 손의 유품을 그대로 둔 상태로 필요한 이들에게 임대하였던 것이다. 서로 양보하기를 원하며 맞섰던 두 사람. 결국 메들린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스파르를 찾게 되고, 그곳에서 숀의 과거와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젊은 시절 길거리에서 그라피티를 그리다가 연인 페넬로페를 만나 결혼을 했고, 그들 사이에 아들 줄리안이 있었다. 그리고 한때 숀과 같이 그라피티 활동을 했던 옛 동료 레이디 버그에 의해서 아내와 아들이 납치되었고, 그 현장에서 아들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연을 알게 되었다.
이후 좌절에 빠진 숀은 작품 활동을 멈추고 폐인처럼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화랑 주인인 베르나르는 형사 출신인 메들린에게 숀의 유작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이후 같은 집에 잘못 임대계약을 했다는 인연으로 극작가인 가스파르와 형사 출신인 메들린이 화가 숀이 남긴 유작을 찾고 줄리안의 죽음에 얽힌 사연들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작품이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가스파르와 메들린의 개인사가 언급되기도 하고, 손의 과거에 대해서 흥미로운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지는 과정이 긴장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화가인 숀의 성공과 몰락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그의 사연을 파헤치며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 또한 읽는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요인이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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