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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불에 달구어 찍는 쇠붙이로 만든 도장을 낙인(烙印)이라 하는데, 특정한 인물이나 현상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워 지속적으로 비난하는 행태를 일컬어 ‘낙인효과’라고 지칭한다. 불에 달구어진 낙인이 찍히면 쉽게 지워지지 않고 그 자국이 오랫동안 남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한 명명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일단 특정 용어로 지칭되는 평가가 널리 퍼지면서 대중들의 인식에 깊이 각인되면, 그 표현은 부정적 의미로 통용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예컨대 ‘빨갱이’라든가 ‘아스팔트 극우’ 등의 표현은 서로 다른 이념을 지닌 이들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흔히 활용되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극단적인 표현으로 사회문제로 대두된 바 있는 ‘일베(일간베스트)’나, ‘여성 혐오’에 맞서기 위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메갈리아’ 등의 사이트 역시 특정 성향을 비난하는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메갈리아에 대한 인류학적 고찰’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인류학을 전공하는 저자의 석사학위논문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임을 밝히고 있다. 광범위한 ‘여성 혐오’에 맞서기 위해, ‘여성혐오’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와 되돌려주는 이른바 ‘미러링(mirroring)’을 주요 전략으로 삼아 ‘남성혐오’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던 사이트가 바로 ‘메갈리아’였다. 저자는 ‘메갈리아’에 대한 비난이 과장되어 있으며, 그러한 활동의 배경에는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여성 차별’ 혹은 ‘여성 혐오’에 대한 현실과 역사적 흐름을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남성 혐오’라는 일방적인 낙인과 달리, ‘메갈리아가 던진 문제의식들과 의미들이 무엇인지를 재발굴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연구를 시작하여 그 결과물로 이 책이 탄생했음을 밝히고 있다.
곧 남성 중심의 문화와 여성 혐오가 당연한 듯이 받아들였던 기존의 행태에 대해 진지하게 따져 물으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메갈리아가 어떠한 사회적 정치적 맥락 속에서 도래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을 한 결과물이라고 할 것이다. 그 결과 그동안 ‘여성에게 과도하게 부여되어온 도덕적 책임의 무게가 남성의 도덕적 책임의 방기와 회피로부터 비롯한 것’이라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서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여성 혐오에 기반한 표현들을 그대로 활용하여 되돌려주는 ‘미러링’이 그 과정에서 활용되었고, 이는 ‘여성 혐오적 일상의 심각성에 절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함께 비웃으며 깨부수고자 하는 유머의 도덕적 힘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소수자의 저항운동에서 비폭력 운동부터 무력 투쟁까지 그 저항의 양태와 강도가 하나로 단일화될 수 없듯이, 메갈리아의 운동 방식을 기성 페미니즘의 틀로 손쉽게 예단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당시 다양한 언론 기사에서 일부 표현들만을 자극적으로 문제 삼아 지금은 폐쇄된 사이트지만, 저자는 메갈리아에서 활동했던 유저들의 글이 지닌 의미를 지금이라도 깊이 탐구할 필요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당시 사이트에 게시된 글들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책에서도 다소 거친 표현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내용의 글을 올리고 분노했던 유저들의 심정과 그 이유를 독자로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 역시 그러한 입장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기에, <아직, 메갈리안>이라는 제목으로 그 의미를 천착하여 연구하고자 했다고 이해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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