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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에서 공부하면서 지역 공동체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용인 지역에서 꾸린 학문공동체가 바로 제목에서 제시한 문탁네트워크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만나 인문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책들을 읽고 공부하면서, 생활공동체로서의 면모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의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활동을 통해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해서 자유롭게 모임을 꾸릴 수 있다고 한다. 학교와 같은 제도권에서는 좀처럼 맛볼 수 없는 무언가를 채워나갈 수 있다고 하니, 이러한 욕구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여기에서는 그동안 자신들이 읽었던 책들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공부에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필자들이 참여하여, 각자의 특장을 지닌 분야에 대해 혹은 새롭게 접한 분야의 책들에 대한 소감들이 제시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사람들의 개성이 돋보였고, 각자 관심 분야에 대한 열정이 충분하게 전달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다루고 있는 책들도 단순한 내용 소개에 그치지 않고, 그것이 자신의 생각과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형식의 리뷰를 볼 수 있었고, 아울러 책을 읽고 정리하는 것이 힘든 사람들이 참고할만한 내용이라고 여겨진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4부로 이뤄졌는데, 동양고전과 인문학 그리고 철학과 교육학 등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 험한 세상,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이라는 제목의 1부에서는 ‘동양고전에서 삶의 지혜를’ 찾고자 하는 필자들의 열정들이 제시되어 있다. <논어>와 <근사록>은 물론 <주역>과 <사기> 등 이곳에서 공부했던 내용들과 그것을 통해 느꼈던 바를 각자의 개성에 따라 정리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공부는 누구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참여했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2부에서는 ‘자본주의 내부에서 균열 내기’라는 제목으로 ‘인류학에서 영감을’ 찾고자 하는 커리큘럼들이 제시되어 있다. 여기에서도 각자가 읽은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각자도생에서 함께 사는 삶으로’라는 제목의 3부에서도 ‘철학에서 비전을’ 찾고자 하는 커리큘럼과 필자들 각자 자신이 읽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자본주의 하의 사람들의 삶이 ‘각자도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들이 꾸린 학문공동체는 ‘함께 사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이 항목의 제목에서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4부의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제목이 그들의 궁극적인 지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단순한 텍스트로서의 지식이 아닌 ‘교육학을 넘어 마을교육으로’ 향하고자 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로 설정되고 있다고 하겠다.
여기에서 소개된 책들 가운데 내가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굳이 그러한 책들을 읽지 않더라도 이들이 추구하는 정신과 이루고자 하는 세상의 모습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아울러 여기서 다루고 있는 책의 목록을 통해서, 이들의 공동체가 겪어온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필자들이 참여해서, 이러한 커리큘럼을 정리하여 소개할 수 있는 학문공동체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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