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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도슨트로 활동하다가 미술에 관심을 확장시켜 갤러리까지 열게 된 저자가 서울의 곳곳을 답사하면서, 우리의 근대 미술의 흔적을 찾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도슨트란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상주하면서 관람객들에게 전시품과 기타의 내용들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전문 안내인을 일컫는데, 아마도 이러한 활동이 저자에게 우리의 미술에 대해 식견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저자는 ‘미술을 가까이 하면서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으며, ‘그에 따라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작가의 삶’을 알기 위해 ‘경성미술여행’의 답사에 나섰음을 밝히고 있다.
일단 ‘경성’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현대와 맞닿아 있는 근대!’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으며, 더욱이 이 시기는 ‘일제에 의해 강제되고 통제된 변화’에 놓여있었음을 전제하고 있다. 즉 저자가 탐구하는 근대미술의 출발은 우리 역사의 암흑기인 일제 강점기로부터 비롯될 수밖에 없지만, 해방 이후 ‘일제 잔재의 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 혹은 근대화 과정에서 그 원형이 보존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근대 미술의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아직 더러 보존되어 있’기에, ‘근대 미술의 중심지’였던 ‘일제 강점기의 경성이라는 시공간의 미술 관련 장소들을 주 무대로 하여 진행’했음을 밝히고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엉뚱하고 황당한 경우에 사용하는 ‘터무니없다’의 어원이 ‘터의 무늬’ 곧 정당한 근거나 이유를 의미하는 ‘터무늬’에서 유래했음을 밝히면서, 저자가 근대미술의 흔적을 찾아 근대 ‘경성’의 곳곳을 둘러보면서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한 것이라고 하겠다. 특히 답사의 현장을 ‘학습의 터, 창작의 터, 유통의 터’로 구분하여 소개하면서, 저자는 ‘독자들이 직접 방문하여 근대 미술의 현장을 보다 생생하게 경험하고 기억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의 답사 코스를 따라 독자들 역시 자연스럽게 근대 미술의 현장 혹은 흔적들을 더듬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근대 미술 교육이 어떻게 비롯되었는가를 살피기 위해, 경복궁 동쪽에 위치한 ‘북촌’의 ‘고희동미술관’과 ‘중앙고등학교’에서 답사의 여정을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발길은 경복궁을 거쳐 조선시대 지배계층의 풍류 공간으로 활용되었던 경복궁 서쪽에 위치한 ‘서촌’의 다양한 현장과 유적들을 돌아보는 것으로 이어진다. 경복궁 주위의 답사를 마치면 자연스럽게 발길은 남쪽으로 향해, 지금은 빌딩 숲으로 뒤덮인 ‘세종로’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의 주거지였던 ‘남촌’의 현장들을 답사한다. 마지막으로 ‘최순우 옛집’과 ‘간송미술관’ 등이 위치한 ‘성북동’의 현장들을 돌아보는 것으로 저자의 <터무늬 있는 경성미술여행>은 마무리되고 있다.
저자는 도슨트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답사의 현장에서 활약했던 미술인들은 물론 그 장소에 얽힌 흥미로운 사연들을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저자가 소개하는 장소들이 이제는 관광지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하지만, 근대 미술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저자의 발길을 좇아 답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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