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력(萬曆) 15년 정해년(1587) 3월 25일(갑인)
맑음. 평안도 관찰사 및 여러 공들과 함께 배를 타고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가서 부벽루(浮碧樓)에서 놀았다. 밤에 배를 타고 내려오는데 찬란한 횃불의 성(火城)이 성가퀴를 둘렀고, 더러는 별똥별처럼 강으로 떨어지니 명승 유람의 뛰어난 경관이 동방에서 으뜸이었다.
晴 與箕伯及諸公 舟泝浿江 遊浮碧樓 夜乘舟而下 煌煌火城 周遭於雉堞 或投之如落星焉 勝遊奇觀 甲於東方
만력(萬曆) 15년 정해년(1587) 3월 26일(을묘)
맑다가 늦게 비. 여러 공들과 함께 연광정(練光亭)에 올랐는데, 여기가 이른바 ‘제일강산(第一江山)’이었다.
晴 晩雨 與諸公登練光亭 此所謂第一江山也
▶ 제일강산(第一江山) : 평양 연광정(練光亭)에 걸려 있는 유명한 편액이다. 흔히 조선 선조 때 사신으로 온 명나라 명필 주지번(朱之蕃)의 글씨라고 전하지만, 조선 후기의 이유원(李裕元)은 《임하필기(林下筆記》 권32 〈패성잡기(浿城雜記)〉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연광정의 편액은 세상에서 주지번의 글씨라고 칭하지만, 본래 오운학(吳雲壑)이 북고산(北固山)에 새긴 ‘天下第一山’을 번각(飜刻)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 사신이 정자에 올라 두루 살펴보고 분수에 지나치다 하여 마침내 ‘천하(天下)’라는 두 글자를 제거하고 ‘제일산(第一山)’만 남겨 두었다. 뒤에 판서 백하(白下) 윤순(尹淳)이 강(江) 자를 보충하여 ‘제일강산(第一江山)’ 네 글자로 합쳐 새겼다.(練光亭扁額 世所稱朱書 本吳雲壑北固山所刻天下第一産字之翻摹也 華使登亭循覽 以爲汰也 遂去天下者 但留第一山 後尹白下尙書 補書江字 合刻爲第一江山)
만력(萬曆) 15년 정해년(1587) 3월 27일(병진)
흐림. 낮에 쾌재정에 오르니, 어제 함께 유람한 사람들이 모두 모였지만 서윤만 자신의 집 기일(忌日)이라 참석하지 않았다.
陰 午登快哉亭 昨日同遊諸人皆會 惟庶尹以私忌不與焉
《국역 배삼익 조천록》 p152, 김영문(세종대왕기념사업회 국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