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사가 신장실 침상에 누워 투석 세팅이 끝나고 동맥의 피가 고무관을 흘러 투석기를 통한 후 다시정맥혈관으로 흐르는 과정을 보고 인공신장실에서 나왔다. 이권사는 오늘 아침에 속골이 아프다고 하였다. 진통제를 복용시켰다. 기운이 업고 죽을 것만 같아 오늘은 투석을 갈 수 없다고 한다. 아침밥은 못 먹겠다고 하며 수저도 들지 않느다. 침대에 눕고십다고만 한다. 침대에 뉘었다. 이럴때 나는 난감하다. 투석을 안 하면 신장의 기능이 정지된 사람은 노폐물이 체내에 저장되어 심하면 쇼크까지 일으켜 응급실로 달려할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밥을 끓여 강제로 먹여주고 투석을 가야 한다고 구실러서 출발하였다.
누워서 나만 쳐다 보는 이권사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나는 애처러움을 삼키고 병상을 떠나서 병원을 나섰다. 앞으로 3시간 투석하는 동안 나는 내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33도 이상의 폭염에 내가 쉴 곳은 없다. 내가 찾은 곳은 커피숍이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 서니 시원하다. 여기 저기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었다. 지난 주 내가 앉았던 자리는 벌써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있었다. 어쩐지 자리를 빼앗긴 듯한 기분이 되어 씁쓸하였다. 다른 자리를 정하고 가방을 풀고 노트븍과 책을 진열하였다.
커피라떼를 주문하여 받았다. [라떼]란 말의 뜻이 궁금하였다. 알고 보니 뜨거운 우유를 탄 에스프레소커피라고 한다. 에스프레소는 무슨 뜻인가 까맣게 볶은 커피콩에 증기를 씌어 만든 커피라고 한다. 커피라떼는 높은 온도의 물을 압력이 높은 상태에서 커피 가루에 부어 짧은 시간에 뽑아내는 진한 맛의 커피에 우유를 탄 커피를 커피라떼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무심코 주문하여 마시는 커피가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을 내가 쉽게 마시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생소한 커피 이름의 뜻을 알고 마시니 더욱 커피의 그윽한 향기가 코를 자극하는 것 같았다. 메뉴판에 생소한 커피 이름을 다 알 때 까지 이 커피점에서 계속 마셔야 할 것 같다. 이권사가 투석을 하고 있는 3시간 동안은 커피를 마시며 커피향의 참 맛을 알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