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정과 회전 / 이정록 들어올 때는 국밥집하고 순댓국집이 같은 식당인 줄 몰랐지? 자네 내외처럼
는 소머리국밥 먹겠다고 씩씩거리며 들어오고 저쪽 문으로는 순대가 땡긴다 고 돼지 꼬랑지처럼 꼬부라져서 들어오지. 처음엔 병천순대집이었지. 국밥집 에 세를 줬는데 파리만 날리다가 나가 버렸어. 머리 잘 돌아가는 내가 벽을 터 버렸지. 지 먹을 것 따라서 따로 들어왔다가 멋쩍게 한 탁자에 앉는 사람들 많어. 풍기를 주워왔는데 회전이 안되는 거여. 며칠 뒤 한대를 또 주워 왔는데 요번엔 고정이 안돼. 그래 메뉴판 옆에 나란히 걸어놓고 명찰을 붙여줬지. 왼쪽 놈은 "회전이 안돼요." 오른쪽 것은 "고정이 안돼요." 생각해봐. 인생도 회전과 고 정, 아니겄어. 멧돼지처럼 고정 못하고 돌진하다가 잘못되는 꼴 많잖어. 또 잔 머리만 굴리다가 순대 속같이 잡스러워지는 거 아니겄어. 저 선풍기 때문에 손 님이 늘었어. 하나만 걸려 있으면 고장난 선풍기지만, 둘이 붙어 있으니께 친 구같고 부부 같잖어 동서니 남북이니 하는 것도 서로 끄덕끄덕, 살랑살랑, 시 원한 바람을 한통속으로 섞으면서 살아야지. 우리 부부도 녀석들 때문에 별명 이 생겼어. 내가 회전댁이고 우리 집 양반이 정지아저씨여. 아저씨가 오토바이 광(狂) 이거든. 그저 돌진이여. 나야 얼굴 예쁘고 몸매 좋아서 쟁반이고 나가 면 사내들 눈알이 팽팽 돌아가지. 귀가 밝아서 눈알 돌아가는 소리까지 다 들 려. 짝이 있는 거여. 둘이 끄덕끄덕 잘살어. 메뉴 하나 양보 못하고 다른 문짝으로 들락거리지 말고. 고정과 회전이 연애고, 정치 경제고, 세상 모든 책이여. 근데 안식구가 쎅시하게 생긴 게 고정이 잘 안되겠네. 국밥 좀 많이 잡숴야겄어. 나 갈 때 갈비하고 등뼈 좀 끊어가. 정지버튼이 안 먹히는 바가 있어야 사내답지. 그만 좀 웃으라니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