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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지털 대전환과 가치관의 급변으로 인해 학부모의 양육부담이 크게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녀의 전인적 성장을 돕고 부모의 역량을 지원하는 체계적인 소양교육의 필요성이 증가하였다. 가족형태의 다변화와 디지털매체의 급격한 발달 속에서 영국(잉글랜드)은 가정 내 학습환경이 아동발달에 미치는 결정적 영향을 인식하고, 과거 위기 개입 중심의 단편적 지원에서 벗어나 보편적이고 예방적인 ‘전체가족접근법(Whole Family Approach)’으로 정책패러다임을 전환하였다. 본고에서는 잉글랜드 정부기관이 추진 중인 학부모 소양 교육정책과 핵심거점인 ‘가족허브(Family Hubs)’ 모델을 중심으로, 대상별 교육내용과 학교 및 지역사회 연계사례를 분석하여 우리나라 학부모 교육정책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가족허브(Family Hubs)’ 중심 학부모 소양 교육체계
_______가족허브 도입 배경 및 현황
영국 정부는 자녀 양육의 책임을 개별 가정에만 전가하지 않고, 국가와 지역사회가 학부모의 양육 역량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공공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그 핵심이 보건·교육·복지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가족허브’이다. 가족 허브는 임신 기간부터 만 19세(특수교육 대상은 만 25세)까지의 자녀를 둔 모든 가족을 대상으로, 양육 교육과 가족 지원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물리적·가상적 거점 시설이다.
이 프로그램의 뿌리는 2021년 3월 발표된 리섬보고서(Leadsom Review) ‘생애최선의 출발: 결정적 1,001일을 위한 비전’으로, 원활한 가족지원, 접근가능한 디지털정보 제공, 역량 있는 전문인력양성 등 6대 행동 영역을 설정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 75개 고빈곤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3억 파운드(한화 약 5,980억 원)의 예산으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으며, 2025년 7월 현 정부는 ‘베스트 스타트 패밀리 허브’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5억 파운드(한화 약 9,977억 원)를 추가 투입하여 전국 확대를 선언했다. 정부는 총 15억 파운드(한화 약 2조 7,000억 원) 규모의 ‘최고의 시작(Best Start)’ 전략을 통해 2028년까지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최대 1,000개의 가족허브를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DfE, 2025a).
2025년 3월 기준 8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약 400개의 가족허브가 운영 중이며, 양육교육, 놀이 참여(stay-and-play) 프로그램, 언어 발달 지원, 가정 학습환경 개선, 산전·산후 정신건강 지원(3,650만 파운드 배정(한화 약 726억 원)), 영유아 영양 지도(1,850만 파운드 배정(한화 약 368억 원), 특수교육지원 등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체 허브의 70%는 상위 30% 빈곤지역에 배치하도록 의무화되어 있으며, 각 허브에는 학부모·양육자자문단(Parent and Carer Panel)을 설치하여 서비스 설계에 가족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DfE, 2025c). 나아가 초기 아동기를 넘어 ‘청년 미래 허브(Young Futures Hubs)’ 네트워크와의 연계를 통해 청소년기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도 진로 지도, 정신건강 관리, 위기 행동 예방 등 생애주기별 심화 교육이 연속적으로 지원될 예정이다(DfE & DHSC, 2025).
_______ 가족허브 모델 프레임워크 운영 기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2025년 2월 공동으로 발표한 ‘가족허브 모델 프레임워크2025-26(Family Hub Model Framework 2025-26)’은 가족허브의 운영기준을 ‘접근성(Access)’, ‘연계(Connection)’, ‘관계(Relationships)’의 3대 영역으로 체계화하고, 영역별로 기본모델(Level 1)과 발전모델(Level 2)의 단계적 달성 기준을 제시한다(DfE & DHSC, 2025).
‘접근성’ 영역에서는 모든 허브에 0~19세 전 연령대에 걸쳐 정보와 조언을 제공할 수 있는 훈련된 직원을 배치하고, 대면·온라인·전화를 통한 ‘단일 접근 창구(single access point)’를 마련하도록 요구한다. 더 심층적인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단일 또는 다기관 접수 창구(single or multi-agency front door)’를 통해 가족 지원 서비스에 연결한다. 특히 ‘가족친화적 문화’ 기준은 허브가 "모든 유형의 가족을 환영”해야 하며, 신생아 양육이나 청소년기 전환과 같은 양육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이 서로 만나고 비공식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한다(DfE & DHSC, 2025).
‘연계’ 영역에서는 가족허브가 보건·교육·사회복지·청소년 서비스 등 다양한 기관의 서비스가 ‘공동배치(co-location)’되는 공간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발전 모델 단계에서 다기관 이사회가 가족지원 전략을 주도하고 학부모·양육자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요구한다. 아울러 근거기반 실천(evidence-led practice)을 별도기준으로 설정하여, 허브 내 모든 서비스가 증거기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정기적으로 최신 연구를 검토하며, 평가결과를 서비스 개선에 활용하도록 규정한다(DfE & DHSC, 2025).
‘관계’ 영역에서는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지속적인 변화의 핵심”이라는 원칙에 따라, 모든 직원이 가족의 강점을 기반으로 관계를 안전하게 강화하는 ‘전체 가족접근법(whole-family way)’을 따르도록 요구한다. 발전모델에서는 가족에게 일관된 담당자를 배정하여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다기관 인력개발 계획을 통해 허브 네트워크 전체의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도록 규정한다(DfE & DHSC, 2025).
학부모 소양 교육 운영 내용 및 사례
_______ 핵심 교육 내용
가족허브와 학교를 중심으로 제공되는 학부모 소양 교육은 학교 교육과정 연계 교육, 학교폭력·아동보호 예방교육 및 디지털 안전교육 등이 있다.
먼저 학교 교육과정 연계 영역에서는, 교육부가 2020년부터 초등학교의 ‘관계교육'과 중등학교의 ‘관계 및 성교육(RSE)’을 정규교육과정으로 전면의무화하면서, 커리큘럼 정책 수립 전 과정에 학부모의 사전 의견수렴과 참여를 법적 의무사항(statutory requirement)으로 규정한 점이 주목된다(DfE, 2019). 학교는 중앙에서 하달된 교육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온오프라인 간담회와 대면 워크숍 등을 통해 해당 정책의 철학을 학부모와 공유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부모는 현대사회의 다양성 존중, 온라인공간에서의 안전,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먼저 이해하게 되며, 자녀의 건강한 대인관계 형성을 돕는 ‘교육파트너’로서 훈련받게 된다(DfE, 2019).
학교폭력·아동보호 예방 영역에서는 ‘교육에서의 아동보호(Keeping Children Safe in Education, KCSIE)’ 지침에 따라, 학교가 자체 수립한 ‘괴롭힘 방지 정책(Anti-bullying policy)’을 학부모에게 투명하게 공유하고, 자녀의 위기 징후를 조기에 식별하여 학교와 소통하는 절차를 교육한다(DfE, 2024). 특히 교육부는 영국인터넷안전협의회(UKCIS) 프레임워크와 연계하여, 급증하는 사이버 괴롭힘(cyberbullying)과 온라인 혐오 발언에 대응하기 위한 학부모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DfE, 2017).
디지털 안전교육은 별도의 중점영역으로 확대・운영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연령에 맞는 기기통제법(parental controls), 디지털 발자국 모니터링, 딥페이크 악용이나 그루밍 범죄의 징후를 감지하는 행동 요령을 교육받는다(DfE, 2024). ‘내셔널 온라인 세이프티(NOS)’ 플랫폼은 270개 이상의 앱·게임별 안전가이드와 연령별 강좌를 제공하며, 키드스케이프(Kidscape)나 NSPCC와 같은 아동보호전문 비영리기관이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 대면 워크숍을 진행한다. 2025년 2월 정부조사에 따르면, 영국 학부모의 절반이 자녀와 유해 온라인 콘텐츠에 관해 대화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DfE, 2025b), 이 분야의 교육확대가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_______ 대상별 맞춤형 지원
가족허브 모델 프레임워크는 ‘아웃리치(outreach)’ 기준을 통해 소외 가족에 대한 적극적 접근을 의무화한다. 프레임워크는 "소수민족집단, 아버지 및 남성양육자, 군인가족, 농촌지역가족, 복합적 필요를 가진 가족, 특수교육 필요 및 장애(Special Educational Needs and Disabilities, SEND) 자녀를 둔 가족, 가정 외부의 위험에 노출된 가족, 신체적·정신적 건강문제를 겪는 가족구성원이 있는 가족” 등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한 운영모델을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발전모델에서는 집중 가정 방문 등 근거기반 아웃리치를 활용해야 하며, 대규모 또는 농촌지역에서는 상설허브와 가까이 있지 않은 소규모마을에 찾아가는 서비스를 운영하도록 요구한다. ‘접근성 및 형평성’ 기준은 가족을 위한 정보가 지역 내 사용 언어로 제공되고, 특수교육 필요 및 장애(SEND) 자녀를 둔 가족을 위한 물리적·감각적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명시한다(DfE & DHSC, 2025).
이주가정에 대해서는 별도의 맞춤형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예를 들어 북동부 이주민 파트너십(North East Migration Partnership, NEMP)은 난민 학부모를 위해 ‘영국에서의 양육(Parenting in the UK)’이라는 시청각 교육자료를 다국어로 보급하고 있다. 이 교육은 영국의 의무교육 시스템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영국 법률상 체벌금지 원칙과 아동학대에 대한 기준을 사전에 인지시켜 문화적 차이로 인한 법적 위기를 예방한다(NEMP, n.d.). 런던 시에서는 ‘타 언어사용자를 위한 영어(Engl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s, ESOL) 플러스차일드케어' 프로그램을 통해 이민자 학부모에게 영어 수업과 무료 보육을 동시에 제공하며, 영국 이민법상 ‘공공자금 접근 권한이 없는(No Recourse to Public Funds, NRPF)' 비자 상태의 난민가족도 특정 소득 기준 이하일 때 무료보육 및 조기교육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이 완화되었다(Greater London Authority, 2024).
_______성과 평가 및 향후 과제
가족허브 모델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코번트리(Coventry)시의 성과보고서(2023년 1월~2025년 3월)는 통합 거점 지원의 실질적 효과를 보여준다. 불과 2년여 만에 20,337명의 아동·청소년·학부모가 허브서비스에 등록했으며, 20만 건 이상의 교육 및 참여활동이 이루어졌다. 학부모의 91%가 ‘자녀의 학습을 지원하는 데 자신감이 크게 상승했다'고 응답했으며, 89%는 ‘자녀와의 상호작용 및 놀이시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691명의 아버지가 ‘아버지 맞춤형 소양교육'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등 성평등 양육 문화 확산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Coventry City Council, 2023).
질적 측면에서도 긍정적 성과가 확인된다. 교육기준청(Office for Standards in Education, Ofsted)과 보건복지 서비스 질 관리위원회(Care Quality Commission, CQC)가 전국 6개 지역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스타트포라이프(Start for Life)' 테마별 감사에서, 통합서비스를 경험한 학부모들은 모유 수유 자신감 증가 및 주산기(임신 후기) 정신건강 안정화 측면에서 뚜렷한 개선을 보고했다(Ofsted & CQC, 2023).
다만 향후 보완이 필요한 과제도 함께 지적되었다. 2세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학부모의 ‘가정 내 학습(Home Learning Environment, HLE)’ 역량 강화 교육은 타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것으로 나타나, 초기 부모의 인지적 관여도를 높이기 위한 정교한 커리큘럼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상당수의 학부모가 무상으로 제공되는 보편적 교육서비스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가족허브가 ‘문제가족만 이 방문하는 곳’이라는 부정적 낙인이 남아 있어, 정보 비대칭 해소와 보편적 홍보 전략 마련이 강력히 요구되었다(Ofsted & CQC, 2023).
맺음말
영국의 학부모 소양 교육정책은 가족 허브라는 통합적 거점을 중심으로, 양육 교육·학교폭력 예방·디지털 안전 등 핵심 교육 내용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2025년 발표된 가족 허브 모델 프레임워크는 ‘접근성’, ‘연계’, ‘관계’의 3대 영역에 걸쳐 단계적 운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전국적 서비스 표준을 확립하였으며, 소외 가족에 대한 아웃리치와 이주 가정을 위한 다국어 맞춤형 프로그램, 학부모의 거버넌스 참여 의무화 등을 통해 형평성과 당사자 중심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앞서 코번트리시의 성과보고서에서도 나타났듯이 학부모의 91%가 양육 자신감 상승을 보고한 반면, 교육기준청(Ofsted) 감사에서는 영유아기 가정 내 학습 교육의 미흡과 서비스 인지도 부족이라는 과제가 지적되어, 정책의 성과와 한계가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사례에서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족 허브처럼 양육 교육·건강 지원·특수교육 지원 등을 하나의 거점에서 통합 제공하는 원스톱 모델은, 현재 학교·교육청·공공기관 등에 분산되어 있는 우리나라 학부모 교육 전달 체계를 효율화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둘째, 모델 프레임워크처럼 기본 모델과 발전 모델의 단계적 기준을 제시하여 전국적 일관성을 확보하면서도 지역 여건에 맞는 자율적 운영을 허용하는 방식은, 시도교육청별로 편차가 큰 우리나라 학부모 교육의 질적 표준화를 모색하는 데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셋째, 학부모를 교육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닌 서비스 설계의 참여자로 자리매김한 점, 즉 학부모·양육자 자문단의 거버넌스 참여를 의무화하고 관계 및 성교육(RSHE) 교육과정에서 학부모 사전 협의를 법적 요건으로 규정한 접근은, 학부모 참여의 실질적 확대를 고민하는 우리 교육 현장에도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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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Coventry City Council (2023). Coventry Family Hubs Impact Report. https://www.coventry.gov.uk/family-hubs/coventry-family-hubs-impact-report/print
Department for Education (DfE) (2017). Preventing and Tackling Bullying.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preventing-and-tackling-bullying
Department for Education (DfE) (2019). Parental Engagement on Relationships Education.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engaging-parents-with-relationships-education-policy
Department for Education (DfE) (2024). Keeping Children Safe in Education 2024/2025.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keeping-children-safe-in-education--2
Department for Education (DfE) (2025a). Best Start Family Hubs: what parents need to know. https://educationhub.blog.gov.uk/2025/07/best-start-family-hubs-what-parents-need-to-know/
Department for Education (DfE) (2025b). Is your child influenced by toxic content? New government campaign supports parents to talk about harmful online content. https://www.gov.uk/government/news/is-your-child-influenced-by-toxic-content-new-government-campaign-supports-parents-to-talk-about-harmful-online-content
Department for Education (DfE) (2025c). Family Hubs and Start for Life programme guide 2025-26.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media/67cacd6ba175f08d198d80c1/Family_Hubs_and_Start_for_Life_programme_guide_2025-26.pdf
본 자료는 해외통신원의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한국교육개발원 및 교육정책네트워크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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