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읍내 장터 사거리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br>!! 벌초대행 해줍니다 !!<br>추석은 코로나</p><p>설에는 오미크론이 핑계가 되 주어서</p><p>은근히 좋아하며 성묘를 하지 않았는데</p><p>돌보지 않았다는 걸 귀신처럼 아실까<br>어쩌면 오래 되서 모르실거야<br>죄송한 마음보다 못된 생각부터 먼저 합니다</p><p>죽음은 내 문제가 아니라 남의 일이거니 살지만</p><p>언젠가는 분명 멈춰야 할 때가 오리니</p><p>죽어 고향에서 묻힌 들 누가 돌보랴<br>벌초하기 힘들다는 매장보다 차라리 산골이면 좋겠다<br>산꼭대기서 천지 사방에 뿌리라고 유언 하리라</p><p>마음 낸 김에 작심하고 앞산에 올라보니</p><p>바람 불고 날은 차고 허허로운 산속이<br>그거 참 허 그거 참 아무 말 않고 내려오는데<br>양지 바른 골짝에 누은 봉분이 따뜻해 보여</p><p>가만히 아들 얼굴 힐끗 보다가<br>차마 그럴려고 왔다는 말을 못하고<br>먼 산만 멍하니 쳐다봅니다<br>오랫동안 말없이 바라봅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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