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번 망설이다가 이 카페에 재활일지를 올립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회원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일지를 꼼꼼하게 쓰다 보니 사적인 부분도 많고, 다소 길고 늘어진 느낌이 듭니다만, 제 글이 회원님들께 참고가 되고 힘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
2017.01.18.(수) 아킬레스건 파열
2주일 전인 지난 1월 18일 오후 4시 20분경 오랜만에 축구를 하다가 터닝하는 동작에 왼쪽 발목이 불끈하는 느낌이 들면서 힘이 쭉 빠져 주저앉게 되었다. 그저 인대가 놀란 것이려니 하고 자리를 바꾸어 골키퍼로 20분 정도 뛰다가 아무래도 불안한 느낌이 들어서 오후 6시 경에 후배가 진료하는 정형외과에 도착하여 아킬레스건이 파열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순간 '아뿔사, 이게 뭔일이래...'하는 생각이 들면서 어이없고 허망한 감회가 복잡하게 얽혀들고 머리가 멍해졌다. 50대 후반의 나이에 오랜만에 뛰어보는 축구는 역시 무리였는가 보다. 평소에 등산과 자전거로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었지만, 겨울철에 연말연시를 보내며 산책 정도만 하면서 몸이 굳어진 탓도 있었겠지. 이런 저런 자책감과 함께 앞으로 몇 달 동안 어떻게 출퇴근을 할 것이며, 당장 다음 달에 부부가 함께 다녀오기로 예약해둔 독일 여행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걱정들이 밀려들어왔다.
후배가 물어왔다. 수술을 할 것인지, 보존 치료를 할 것인지, 수술을 한다면 어디에서 할 것인지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나는 후배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라고 했고, 후배는 마침 을지 백병원에 근무하시다가 독립하여 지난 달 12월에 개원한 선배 의사분이 계시다면서 전화 통화를 하고 진료 의뢰서를 발급해주었다. 방배동의 ‘두발로 정형외과’의 이우천 교수님을 소개해준 것이다. 수술 일정이 밀려서 확정할 수 없으니 일단 내일 아침에 병원에 가서 입원하고 수술을 받으라는 것이다. 주사를 한 대 맞고 종아리 아래로 반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병원을 나섰는데 마침 퇴근 시간이라 택시를 잡지 못하고 지하철로 귀가했다.
<멀쩡하게 운동복 챙겨서 나갔다가 목발 짚고 돌아온 나를 보고 어이없어 하면서 사진을 찍는 아내에게 멋적은 웃음으로...>
2017.01.19.(목) 두발로 정형외과 입원
아침 9시 경 아내 차로 집을 나서서 10시 경에 방배동의 두발로 정형외과에 도착했다. 6층 짜리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는 전문 병원이다. 접수대에 진료 의뢰서를 제출하니 간호사가 이우천 교수님은 수술 중이고 오후 4시 넘어서야 진료가 가능할지 어쩔지 모르겠다며, 다른 의사 분은 오전 중에도 진료가 가능하단다. 그래서 어제 상도동의 정형외과에서 교수님과 통화하고 이 병원으로 진료를 의뢰받았다고 하니, 다른 의사 분이 아니고 이 교수님과 통화하셨냐고 확인해달란다. 그래서 후배가 간호사와 통화를 한 후에 바로 입원 수속을 밟아주었다. 마침 1인실만 비어 있어서 10시 30분 경에 입원했다. .
오후에 심전도 검사와 X-Ray 검사를 했다. 저녁 때 이 교수님이 회진을 오셨다. 내일 오전에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아킬레스건 파열 여부와 파열 정도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겠다고 하셨다. 내일 수술을 위해 저녁 이후는 금식을 했다.
2017.01.20.(금) 아킬레스건 봉합 수술
새벽에 간호사가 왼팔 혈관에 수액을 연결해 주었다. 오전에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이우천 교수님은 ‘수술을 하지 않는 방법도 있는데, 그렇게 하시겠어요?...“라고 나에게 혼잣말처럼 물어보시고 잠시 더 살펴보더니 ”아무래도 수술하는 것이 낫겠어요, 수술합시다..“라고 단정하듯이 말씀하셨다. 내가 ”그러시지요.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했다.
점심 때 4인실에 자리가 나서 병실을 옮겼다. 오후 2시 30분에 수술실로 옮겨져 수술대에 엎드려 척추 마취를 했다. 몸을 자궁속의 태아처럼 웅크리고 척추에 주사를 놓았는데 긴장했던 것보다는 덜 아팠다. 잠시 후에 하체가 꿈결에 구름위를 걷는 듯 감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엎드려서 하는 수술이라 잠이 들면 안된다면서 보조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한 분이 내 귓전에 음악을 틀어 주었다. 그러면서 “오른 발이시죠?” 라고 물어와서 내가 황급히 “아니에요, 왼발이에요”라고 대답했다. 조금 있다 옆 방 수술대에서 옮겨 오신 이우천 교수님이 “환자분 놀라셨겠다”시면서 “걱정하지 마세요, 왼발 수술하는 줄 알고 있어요”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말소리와 수술하는 소리만 들리고 전혀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수술이 끝나고 1시간 만에 건너편 회복실에 옮겨져서 잠시 머무르다 입원실로 옮겨졌다. 수액과 함께 새로 진통제를 매달아 주었는데, 통증이 심하면 버튼을 한 번씩 누르면 조금 더 나온다고 했다. 저녁 먹을 때쯤에 마취가 풀려서 두 다리에 감각이 돌아왔다. 저녁 회진 때 이 교수님이 오셔서 4~5cm 정도 째고 수술을 했는데 아주 잘되었다고 안심을 시켜주셨다. 밤새 수술 부위의 통증에 시달려 자다깨다 했다.
<아킬레스건 봉합 수술 후... 발을 다치고 나니 '두발로 정형외과'라는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첫댓글 서두를 읽으면서 같은 경우같아 (죄송하게도) 괜히 웃게되네요(ㅋㅋ 죄송합니다).. 또, 마지막 "밤새 자다깨다 했다"는 말씀이 지금 새삼스럽게 그때의 추억이 팍팍 와닿네요^^ (아~ 그 이우천쌤이 개업하셨군요. 두발로^^ 멋지네요~).. 님의 글 하나하나에 진한 애정과 사랑을 느껴봅니다. 쾌유기원
운영자님이시군요. 카페를 만드시고 10년 넘게 운영하시느라 수고 많으십니다.
대부분이 초보(?) 환자이겠지만, 갑자기 아킬레스건이 파열되고 무척 당황스러운 환자들에게는
'아킬레스건 사랑' 카페가 마치 '보물섬'과 같습니다.
보물섬은 아니더라도 망망대해에서 멀리 보이는 육지라고나 할까요...
두발로 정형외과~ㅋㅋ
많이 놀라셨죠~??
시간이 약입니다 서두르지 마시고
우선 수술시 찢어논 살과 아킬 잘 아물도록 식사 잘하세요~^*^
아... 식사를 잘 해야 하는 군요.
집에만 있다 보니 밥맛도 없어서, 처방받은 약을 먹느라 마지못해 먹고 있었는데요.
조언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