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1.(토) 입원 3일차
아침이 되니 수술 부위의 통증이 거의 가라앉았다. 아내가 10시 경에 병원에 왔다. 하루종일 침상에만 앉았다 누웠다 하는 생활이 무료하고 힘들다. 하지만 나의 부주의 탓인 것을 어쩌랴. 후회는 이미 늦다. 아내가 먼 길 오가느라 고생이 심하다. 점심과 저녁도 부실하게 먹고 제대로 기대어 앉지도 못해서 허리도 아파하고 미안하기 짝이 없다. 월요일에 퇴원시킬 요량인 듯 하다. 아내는 내가 저녁 먹는 것을 챙겨주고 집에서 준비해온 고구마와 계란으로 요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 갔다. 아내에게 내일은 천천히 오라고 했다. 오지 말라고도 했다. 아내는 피식 웃고 갔다.
2017.01.22.(일) 입원 4일차
하루종일 무료하게 지냈다. 밥맛도 없어서 남겼다. 집에서 가져온 아이패드로 인터넷을 검색하여 다음(Daum) 포털의 [아킬레스건 사랑] 카페에 가입하고 수술과 재활 치료에 대한 글들을 읽어 보았다.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 올해는 내내 재활 치료의 한 해가 되겠구나. 몸무게도 획기적으로 줄이자. 많이 걷고 가려서 먹자. 성질을 잘 다스려서 느긋하고 넉넉하게 생각하고 행동하자.

2017.01.23.(월) 수술 3일차 - 퇴원
밖은 눈이 쌓이고 춥다는데 입원실이 더워서 목덜미에 땀이 나서 베개가 축축해질 정도였다. 혼자 의자에 앉아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다. 평소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던 일들이 힘든 일이 되었다. 그동안 ‘두 발로’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모르고 살았다. 자신에게 있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없는 것만 바라며 살아온 것을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두발로 정형외과’는 이름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된다. 아무 문제없이 잘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피식 웃고 지나가는 이름이겠지만...
10시 20분 경 퇴원 전에 수술 부위를 소독했다. 깨끗이 잘 회복되고 있다면서 엎드린 나에게 왼 발목을 들어 수술 부위를 보여주었다. 입원 전에 후배 병원에서 만들어 준 120도 정도의 부목에 발바닥을 고정하고 발가락을 내놓은 상태로 발등부터 종아리 아래까지 붕대로 묶어 고정해주는 반깁스만 해 주었다. 절대 수술한 왼발은 짚지 말라고 하면서 3주 후에 실밥을 뽑고 보조기 착용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내가 출근 일정이 있어서 며칠 앞당기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더니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오후 2시에 아내가 와서 퇴원 수속을 밟고 아내 차로 병원을 나섰다. 4박5일 간의 입원이었다.
2017.01.25.(수) 수술 5일차 - 수술 부위 진료 소독
오후 1시 50분에 통원 치료 예약이 되어 병원에 미리 도착했는데 환자들이 밀려서 40분 정도 지나서야 수술 부위를 소독하고 진료를 받았다. 이우천 교수님이 잘 낫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머리좋은 것이 마음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좋은 것이 손좋은 것만
못하고, 손좋은 것이 발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觀察(관찰)보다는 愛情(애정)이, 애정보다는 實踐(실천)이, 실천보다는 立場(입장)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同一(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신영복 선생)
발을 다치고 제대로 걷지 못하면서 절실하게 다가온 화두 말씀이다.

2017.01.31.(화) 수술 11일차 - 수술 부위 진료 소독
간 밤에 수술한 발 뒤꿈치가 몹시 아파서 붕대를 풀고 살펴 보았는데 별 이상이 없었다. 붕대를 느슨하게 매고 강력한 진통제를 먹고서야 겨우 잠을 이루었다. 생각해보니 어제 저녁에 왼 발 복숭아뼈 아래쪽이 너무 가려워서 아내에게 부탁해서 붕대를 풀고 살펴 봤더니 가려운 부위에 피멍이 들어있었다. 그래서 물휴지로 닦고 다시 아내가 묶어 주었는데 조금 세게 묶어서 피가 통하지 않은 탓에 아팠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오늘은 오후 5시 10분에 통원 치료가 예약되어 있었는데, 차가 막히지 않아 4시 반경에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했다. 역시 40분 정도 기다려서 - 그러니까 예약된 딱 그 시간에 - 진료를 받았다. 이우천 교수님이 내가 엎드린 상태에서 수술 부위를 보시고 발목을 까딱까딱 흔들어 보시더니 아킬레스건 봉합 수술이 적당한 장력으로 잘되었고 회복도 깔끔하게 되고 있다고 만족스러워 하셨다. 3일 후 금요일이면 보조기를 해도 되겠다고 하셨다. 다른 젊은 의사가 붕대를 느슨하게 묶어 주면서 3일 후는 조금 불안하고 다음 화요일, 즉 2월 7일에 실밥을 뽑자고 하셨다. 그리고 보조기는 병원 1층에서 판매를 하니 미리 살펴보라고 했다. 보조기는 미리 사지 말고 실밥을 뽑는 날, 발의 상태를 보고 구매하라고 하셨다. 그러니까 이우천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경과가 좋아서 수술 후 2주일만에 실밥을 뽑고 보조기를 신게 되는 셈이었던 것이고, 실제로는 수술 후 2주일 반, 즉 18일만에 실밥을 뽑고 보조기를 신게 되었다.
병원을 나서기 전에 1층 보조기 매장에 가보니 직원이 로보캅 다리같은 스키화보다 큰 보조기를 내놓았는데, 가격이 제법 비쌌다. 이우천 교수님이 추천해서 갖다 놓은 상품으로 이 한 종류 밖에 없었다.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그것이 바코 패드(VACO ped)라는 것이었다. 깊스 대용품으로 아킬레스건의 재파열을 막고, 각도 조절이 되어 재활치료까지 도와주는 훌륭한 보조기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다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고민스러웠다. 의사의 처방에 따른 치료기기로 실비 보험이 적용된다는 말도 있는데, 나는 실비 보험을 들지 않아서 가격 부담이 느껴졌다.

2017.02.01.(수) 수술 12일차 - 중고나라에서 바코 패드 구매
어제 병원에서 추천하여 판매하고 있는 보조기를 싸게 구매할 수 없을까 하고 인터넷 구매 사이트와 종로 3가에 몰려있는 의료기기 매장 등을 알아보고, 다음 포털의 ‘아킬레스건 사랑’ 카페와 네이버 포털의 ‘중고나라’ 카페에 들러 봤는데 마침 ‘중고나라’에 어제 오후에 올라온 바코 패드 매물이 있어서 바로 구매를 했다. 병원에서 새 것을 구매하는 비용의 약 4분의 1 가격에 산 셈이다..
2017.02.02.(목) 수술 13일차 - 샤워하는 요령
왼발을 싸매고 디디지 못하고 있으니 샤워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퇴원한 날부터 바로 왼발을 과자 봉지 비닐로 싸매고 사다리 의자에 앉아서 변기에 발을 걸치고 샤워를 했다. 사소한 것들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놀라운(?) 체험의 연속이다.

2017.02.03.(금) 수술 14일차 - 바코 패드 택배 도착
어제 오전에 우체국 택배로 보냈다고 연락왔는데 오늘 오후 늦게 집에 도착했다. 착불 요금 6,500원을 내고 받아서 풀어보니 본체(?)와 부속품을 빠짐없이 잘 챙겨 보내주셨다. 한국어로 된 설명서가 있어서 읽어보면서 조립을 했다. 반깁스를 풀고 당장 신고 다니려 했더니 아내가 정색을 하고 반대를 해서 포기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제풀에 다친 터라 환자인 상태로는 아내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다. 공기를 충전하여 발 모양대로 성형하는 패드 장치는 다음 주에 반깁스를 풀고나서 착용하고 조절해야겠다.

2017.02.04.(토) 수술 15일차 - 누워 운동, 앉아 운둥
어느새 수술한지 15일이 되었다. 평소에 운동과 산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집감옥에 갇혀 있는 생활이 답답하고 무료하다. 생각해보니 왼발목만 아픈 것이지 다른데는 멀쩡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얼마전부터 누워서 할 수 있는 운동과 앉아서 할 수 있는 동작들을 짬짬이 하고 있다. 아킬사랑 카페에서 발가락 운동을 해도 괜찮다고 해서 반깁스 밖으로 노출된 발가락을 틈틈이 열심히 꼼지락거린다.
아내는 광화문 광장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함께 나갔었는데, 내 꼴이 말이 아니다. 그저 집감옥에서 미뤘던 독서를 하면서, 열심히 기타 연습을 하고, 소홀히 했던 붓글씨 연습으로 시간을 보낸다. 입춘을 맞이하여 ‘立春大吉(입춘대길) 建陽多慶(건양다경)’을 기원한다.

첫댓글 고 신영복님의 글을 보고........ 저는 그냥 퍼뜩 고 신영복님의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생각나서 올려봅니다. 아마, 지금이 그럴수있으실거 같아서~~감히 앞으로의 재활기간이 "그런 사색의 시간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댓글남겨봅니다. 쾌유기원
덕담과 격려말씀 고맙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지금 '집 감옥'에 있는 셈이네요...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가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구속'된 상태로 사색해볼 기회로 삼아보겠습니다. 이미 '느린 삶(slow life)'을 체험하면서 답답함 속에서도 그동안 못보던 것을 보고 못느끼던 것을 느끼는 변화를 맛보고 있습니다. 나아가 '무중생유(無中生有)'의 깨달음까지 얻을 수 있다면 지금 치르는 수고들이 나름대로의 보람도 있겠지요... ㅎㅎ
금방좋아 지실겁니다
로드킹님의 재활 일지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불굴의 정신에 갈채를 보냅니다.
흐으~~~ 아예 백서를 쓰셨네요... 다른 신참 환우들이 많이 도움이 되겠습니다.
봄되면 걸으실수 있을겁니다. 저 또한 그날을 기다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격려 감사드리고 성현님의 빠르고 완전한 회복 기원합니다.
보조기 각도를 120에 맞추고 좀 움직이시다보면 곧 적응 하실겁니다. 전 수술 40일차 입니다.
쾌유를 기원합니다. 보조기 각도는 다음 주에 의사의 처방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하고 똑같은 날 다쳐서 수술도 똑같은날 하신거 같네요. 저는 퇴원한 담날부터 출근하는데 다행히 설명절이 있어서 집에서 꼼짝안하고 쉴수 있었네요. 지난주 실밥 풀고 무릎아래 통기브스해서 있는데, 다른분들 보니 재파열 된 분들이 많으시네요.ㅠㅠ 쾌차를 바랍니다.
동병상련이네요... 카페 글들을 읽어보니 사람마다 상처 정도,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치유 과정이나 시간이 조금씩 다른 것 같더군요. 다소 빠르든 느리든 완전 회복 하시길 기원합니다. 저는 실밥은 천천히 풀자고 하셨고, 오늘부터 보조기 착용하고 걷는 연습하고 있습니다.
@일일신우일신 그렇네요. 다들 방식이 차이가 나네요. 저는 다음주말쯤 통깁스 풀고 보조기 착용하자고 하시네요. 전 실비보험이 없어서 보조기 기부 받으려 했더니 운이 안맞아서 다른분께 기회가 넘어갔네요. 이번주까지 기다려 보고 안되면 사야할 거 같습니다. 다른분들 보니 관리를 소홀하면 재파열되기 쉬운거 같은데, 선생님께서도 무리하시지 마시고 조심조심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