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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다소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조선시대에도 잡지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 제목의 ‘잡지(雜識)’라는 표현은 다양한 내용들을 모아서 기록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홍석모의 <동국세시기>를 중심으로, 그 책의 분류에 따라서 여타의 다른 기록들을 종합하여 조선 후기 풍속의 문제들을 정리하여 서술하고 있다. ‘18~19세기 서울 양반의 취향’이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당시 양반 사회의 풍속을 위주로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관 갖추어 행차할 제’라는 제목의 제1장은 조선 후기 양반들의 의복류, 말과 탈것, 혼례의 행렬, 양반들의 행차, 그리고 과거 후 급제자들의 행차 모습 등에 대해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다. 제2장은 주로 집과 관련된 다양한 꾸밈새와 그 종류를 정리하여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양반집의 대문과 처마, 사랑방에 있는 문방사우와 정원에서 가꾸는 화훼, 그리고 비둘기나 화분에 대한 애완벽 등 양반들의 다소 사치스러운 듯한 모습들이 그려지고 있다.
부제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이 책은 주로 조선 후기 상류층의 생활과 풍속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 하겠다. 서울 지역의 먹거리와 시장 등에 대한 정보를 서술하고 있는 제3장에서는 술과 고기, 차와 담배, 과일, 그릇 등과 당시 저잣거리의 풍경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이 책 가운데 저자의 자료 수집에 대한 다양한 면모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잇는 부분이라고 여겨진다.
제4장에서는 상류층들의 놀이 문화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제시되어 있다. 양반들의 꽃놀이와 풍류, 그림과 글씨에 대한 시각, 그리고 노름의 일종인 투전이 이르기까지 조선 후기 사대부들의 각종 놀이 문화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특히 이미 사라졌지만 투전에 대한 정보는 중독성이 높은 노름에 대한 당시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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