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엔 꼭 녹두부침개를 해야겠다는 엄마의 결심은,
동네 아줌마들의 남편사랑에 비해
당신의 사랑이 작았다는 이유에서다.
아빠 살아생전에 녹두전 하나 안 부쳐준 게 미안해서
귀신으로라도 와서 잡수셨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이었다.
교회 다니시는 분이
왜 그런 얘길 하시냐고,
떠난 다음엔 소용없다며
나는 코웃음쳤지만,
우리집이 사실 교회 다닌지는
20년 넘었어도 예전에는
진하게 무속신앙을 따랐던 집이라
어중간한 신앙이 이해도 된다.
그리고 입으로 밥 한 톨 못드시고
2년 넘게 살다 가신 게 안쓰러워
눈물이 안으로 흘러 넘친
엄마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추석엔
쑥송편을 만들고 녹두전을 부쳤다.
석모도에 가서 엄마 바람대로
송편과 녹두전을 놓고
영도가 좋아했던 소주랑 커피도 놔주니 그런대로 서운치않게
그곳을 떠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아빠와 동생에게 인사를 마치고 외포리를 지나오려니 여기저기 꽃게집이 보인다.
엄마가 꽃게요리를 좋아하시니
게장을 사갈까 하다가도
나는 게장비린내에 너무도 민감해
집안에 들어설 수가 없을 정도여서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그것이 맘에 걸려 내내 얹힌 듯
죄송한 마음이었는데
오늘 지인이 꽃게를 사지 않겠냐고
전화를 걸어왔기에
냅다 2키로를 주문했다.
나는 날꽃게는 알러지탓에 먹지도 못하고 맨손으로 만지지도 못하나
'그래, 엄마 살았을 때 잘하자!'
그생각으로 맛간장을 끓였다.
밭에 가서 대파 뽑고
고추 따고 마늘 3통을 집어왔다.
이건 효녀여서도 아니고
내가 뱉은 말 때문이었다.
살았을 때 잘해야지
죽고나서 젯상 잘 차리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상차림을 최대한 간소화하자고
우긴 나였으니 말이다.
간장물이 그렇게나 많이 들어갈 줄 모르고 반 냄비 끓였더니 부족해
2차로 추가해 또 끓이는 중이다.
게장 담그려고 꽃게 샀다고 하니
엄마 얼굴에 웃음이 돈다.
게장은 순전히 엄마를 위한
반찬이기 때문이다.
저렇게 좋아하시는 꽃게를
민감한 나땜에 눈치보며 드셨으니
난 얼마나 이기적이었나.
아직도 부엌에 있어야 하냐고
다빈은 지나가다 묻는다.
과연 다빈은 내가 늙었을 때
어떠한 딸일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