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코로나19 유행으로 국내 감기약 품귀가 우려되자 정부가 약국 내 감기약 판매 수량을 제한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제4차 감기약 대응 민관협의체 회의’를 개최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관세청과 함께 감기약 사재기 행위를 단속하는 등의 대처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식약처는 약국의 감기약 판매 수량을 제한하는 유통개선 조치를 추진한다.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 공급을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식약처장이 위원회 심의를 거쳐 특정 의료 제품과 판매량, 판매 조건 등에 유통 개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식약처는 다음주 초 공중보건 위기대응 위원회를 통해 이같은 개선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
관세청은 해외 판매 목적의 감기약 사재기를 단속한다. 국외로 반출되는 감기약이 자가소비용이 아닌 판매용일 경우 수출 신고 대상이기 때문에 위반 시 관세법에 따라 밀수출로 처벌할 수 있다. 관세청은 공항공사와 우정사업본부 등 관계기관 협업을 통해 감기약 수출 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감기약 사재기에 대한 폭넓은 단속을 추진한다. 약국이 감기약을 대량 판매하는 행위 뿐만 아니라 구매자가 재판매를 위해 감기약을 구매하는 행위도 약사법 위반인 만큼 해당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기로 했다. 또 경찰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제보 활성화와 단속 강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의 한 약국엔 최근 “감기약 3000개를 살 수 있냐”는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약국 직원은 중국과 관련된 것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서울과 인접한 망월동 일대에서 최근 중국인들의 감기약 대량 구매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자체와 보건 당국은 사태 파악에 착수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29일 “중국인의 감기약 사재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 감기약 수십 개 찾아”
중국인들이 감기약을 한꺼번에 사들인다는 소식은 국내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몰리는 서울 명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이날 기자와 만나 “2~3주 전부터 타이레놀을 수십 개씩 사가려는 중국인이 매일 찾아온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인이 이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중국이 이번에 억제 정책을 풀면서 ‘마스크 대란’ 때처럼 감기약을 대량으로 사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의 다른 약국 관계자는 “일부 약국에선 중국인의 대량 구매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인이 많다고 알려진 서울 구로동 내 약국 3곳에서는 “물량이 없어 문의대로 다 팔순 없지만, 타이레놀 10~20개씩을 찾는 중국인이 많다”고 했다. 서울 구로동·대림동 등에선 감기약 수십만원어치를 사서 중국에 보내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한다. 약사 이모씨는 “중국 내 가족들에게 전달하려는 용도로 10~20개씩 사 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의약업계에서는 이들이 중국 내 가족에게 전달하려는 한국 거주자이거나 대량구매로 중국에서 시세차익을 남기려는 보따리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